최근 국내에서 4년 4개월만에 구제역이 다시 발생했다. 이번 구제역 발생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던 예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5월 10일부터 18일까지 청주, 증평 한우농장 10곳과 염소농장 1곳에서 발생했으며, 이 기간 동안 살처분된 우제류는 소 1,510두와 염소 61두 등 총 1,571두에 달한다.
구제역은 빠른 대응조치로 발생 35일 만에 상황이 종료됐다. 이번 구제역 발생은 한우를 비롯한 축산농가에서는 철저한 예방접종과 소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오늘은 구제역을 포함한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법 중 소독에 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소독의 종류에는 주로 열과 햇빛소독 등에 의한 물리적 소독과 소독약 사용에 의한 화학적 소독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소독약을 사용해 축사의 내·외부를 소독하는 방법은 화학적 소독에 해당한다. 이러한 소독약의 작용기전은 세균 등 병원성 미생물의 세포막을 변성시켜 세포내 성분을 유출시키든지 또는 세포내 단백질을 손상시켜 세포의 발육을 방해하거나, 미생물의 생존과 증식에 필요한 효소의 활성을 저해시키는 것이다.
소독약의 종류에는 산성제, 염기제, 산화제, 알데히드제 등이 있다. 산성제 소독약은 구연산이나 초산 등의 복합제제로 이뤄져 있으며 다른 소독약보다 사람과 가축에 안전하지만 가축의 배설물 등 유기물이 많이 있을 때에는 소독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염기제 소독약에는 탄산소다, 가성소다, 생석회 등이 있으며 축사와 가축의 배설물 등의 소독에 많이 이용한다. 피부와 눈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며 부식성이 강하여 차량 소독에는 적합하지 않다.
산화제 소독약은 차아염소산나트륨, 삼종염 등 복합염류가 있으며 축사내부, 축산기구, 차량소독에 적합하다.
알데히드제 소독약은 저농도 유기물이 있어도 소독효과가 유지되지만 포르말린 성분은 독성이 강하여 사람과 동물에는 사용할 수 없으므로 축사 및 축산기구 소독에 사용한다.
소독약은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성 미생물에 직접 접촉해 반응을 해야 소독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축사를 자주 소독한다고 할지라도 축사 내부에 있는 병원성 미생물에 소독약이 접촉하여 반응하지 않는다면 병원성 미생물의 사멸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충분한 소독의 효과를 위해서는 축사의 가축을 밖으로 이동시키고 축사 바닥의 분뇨를 치운 후 바닥과 벽면, 축사 내부 시설물에서 소독약이 흐를 정도로 충분히 분무하고 소독약이 마른 후 축사 안으로 가축을 다시 이동한다.
소독약 과다 사용주의
농장입구 및 축사입구에는 사람의 발이나 자동차의 바퀴가 충분히 잠길 수 있도록 소독조를 설치하고 소독약이 유기물로 쉽게 오염될 수 있으므로 주 2∼3회 소독약을 교체해 준다.
소독약은 설명서에 표시된 적정 농도로 희석하여 사용한다. 농도가 높으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소독효과 향상보다는 소독약 과다 사용으로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소독약을 사용할 때는 한 종류의 소독약으로 일정기간 사용하고 다른 성분의 소독약으로 교체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두 가지 소독약을 직접 혼합하여 사용할 경우 소독약 성분이 서로 반응하여 소독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대부분의 소독약은 인체에 접촉할 경우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소독을 할 때는 마스크, 장갑, 보안경 등을 착용하여 눈이나 피부 호흡기에 소독약이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모든 질병은 발생 전 예방이 최선이며, 농장의 질병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독이 필수이다. 우리 농장의 한우를 질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정확한 방법으로 철저하게 소독을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김의형 수의연구사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