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우가격 하락, 사료값 인상 등으로 인해 한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기일수록 자질이 떨어지는 암소는 도태시키면서 지속적인 계획교배를 통해 농장에서 사육 중인 암소의 유전능력을 한층 끌어올려 최고급육을 생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암소의 유전능력에 맞는 정액을 통해 개량을 하고 싶어도 쏠림현상으로 인해 원하는 정액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에 한우농가가 체계적인 암소개량에 임할 수 있도록 정액 선정 및 개량 요령에 대해 전문가 기고를 통하여 알아봤다.
<체계적인 암소 계획교배 요령>
■ 정액 쏠림현상 점점 심화
최근 소값 하락과 사료비 등의 경영비 상승 및 불안정한 경제전망으로 사육규모를 줄였거나 점차 그 규모를 서서히 줄이고 있는 한우농가가 많아졌다. 하지만 교배용 씨수소정액 확보에 대한 열기 또는 특정정액에 대한 쏠림현상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이는 과거 IMF시대와 달리 최고급육의 경우에는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한우개량의 열기가 뜨거운 것 같아 개량업무를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액 쏠림현상 이전에도 KPN 950이란 특출난 정액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이처럼 일부 정액에 대해 선호정액이라고 불리며 정액의 쏠림현상이 있었다. 여기에 혈통등록사업의 활성화, 개체별 혈통중요성에 대한 농가 인식, 후대성적의 수집용이성, SNS 발달, 개체별 수취가격의 높은 차이성 등의 요인으로 정액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한우농가들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건의하고 있지만 물리적, 경제적으로 해결하기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번식농가들이 아무 정액이나 신청·구입해 계획교배에 이용하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먼저 계획교배의 의미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계획교배는 번식농가가 농가수익 증대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교배하는 것을 말한다. 본고에서는 번식농가에게 효율적인 암소개량을 위한 정액 선정 요령을 제시해 주고자 한다.
■ 사육 중인 암소 능력 정확히 파악해야
‘知彼知己 百戰百勝(지피지기 백전백승)’은 전쟁에서 사용하는 용어지만 계획교배에서는 상대를 알기 이전에 사육하고 있는 암소의 상태, 즉 우리 농장의 성적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모든 암소가 여러 도체성적에 관여되는 경제형질, 번식성적, 육아능력, 온순성 등이 모두 우수하면 좋지만 대부분의 개체는 그러지 못하는 것이 자연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일부 농가로부터 ‘도체형질은 좋은데 번식성적은 마땅치 못해 개량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간혹 듣는다. 이렇듯 모든 형질이 다 좋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개량을 위해서는 농장의 전 개체의 능력과 개체간 편차, 씨암소의 개체별 능력을 충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농장의 성적이 형질별로 얼마나 낮은지 아니면 높은지에 대해 파악하고, 또 후대축 성적은 얼마나 균일하게 나타나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이후 문제점이 있다면 그 원인을 찾아 개량방향과 도태대상우를 선정해야 한다.
가령 한 암소의 후대축 성적 중 도체중이 일정수준 이상이면 도체능력이 아주 좋은 씨수소의 정액을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형질의 평균이 아주 낮거나 출하성적의 편차가 심한 경우 그 원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문제점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 유전능력이 매우 낮다고 파악된 개체는 우선 도태대상우로 선정하고, 개량을 실시할 암소에 대해서는 유전능력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씨수소로 교배하는 것이 계획교배라 생각된다. 즉 계획교배는 선발과 도태가 선행돼야 올바른 농가단위의 개량방법의 순서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현 한우개량체계와 신규 선발되는 씨수소의 혈통을 감안한다면 어미 소와 딸 소에 연속적인 최상위급 씨수소를 교배했을 시 그 손녀 소에 대한 근친교배는 피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계획교배 통해 생산한 후대축 검정 실시
그 다음 개량업무는 검정이라 하겠다. 아비가 유명씨수소라 하여 고능력 개체라고 절대적으로 믿는 농가를 더러 보았다. 아비가 능력이 좋으면 그 후대축도 능력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드시 고능력우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즉 선발과 계획교배를 통해 생산된 개체는 농가가 원하는 개체로 생산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개량분야에서 ‘검정’이라 한다. 이 검정을 통해 더 좋은 개체를 선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검정을 통한 선발과 확인은 농가단위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씨수소는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 당대검정과 후대검정을 통해 신뢰도가 높고 우수한 개체를 선발할 수 있지만 농가에서 사육 중인 암소의 검정은 분만계절, 산차 등의 차이로 신뢰성 있는 선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번식농가에서 쉽게 간과하는 형질 중 번식능력이 있다. 번식능력은 유전력이 5~10%로 개량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또 현재 씨수소 유전능력평가에 번식형질이 없으므로 씨수소 교배로 번식능력을 개량할 수가 없어 국가개량체계에서도 씨수소 번식형질에 대한 유전능력평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번식농가의 조수익에 미치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이 번식능력임을 감안한다면 농가 스스로 번식능력을 검정업무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씨수소 유전능력 자료에 번식성적이 포함될 때까지 산육능력만 개량한다면 오랜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최선의 방법으로 번식능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번식농가는 검정업무가 복잡하고, 씨수소 자료도 없다고 해서 안하면 안된다. 최근에는 인터넷, 전문잡지, 관련신문 등에서 개체의 상세한 정보 전달은 물론, 후대축의 도축 및 송아지 시장출하성적이나, 성장과정상 여러 내용을 깨알같이 기록한 동영상과 사례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소개되는 농가들의 공통점은 출하성적이 전국상위 30% 내외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1990년부터 개체별로 기록·분석하고 있는 경남지역의 한 번식농가는 번식성적과 후대축 도축성적이 최상그룹에 해당된다.
■ 개체별 정확한 자료수집 중요
12여년 전부터 한국종축개량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혈연개체의 도축성적을 쉽게 검색조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이 성적은 가장 기초적인 자료에 불과하다. 더 많은 자료 즉 생시체중, 질환자료, 개체별 습성과 특이성 등의 자료는 농가 스스로의 몫이다.
훌륭한 스포츠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전년도의 기록도 매우 중요하지만 학창시절의 성적을 감안한다면 더욱 좋은 선수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고, 병원 왕래기록을 참고한다면 더더욱 훌륭한 선수를 선발할 수 있듯이 개체별 별도의 자료수집이 있어야 좀 더 정확하고, 빠른 개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일부 번식농가에서 1~2산후 비육우로 전환하는 경우 후대성적에서 우수한 유전자원이라는 것이 나타났어도 어미 소는 이미 도태됐으므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즉 암소의 산육과 번식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산 이상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암소를 무턱대고 5산까지 번식에 이용해야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번식기간 중 수태당 종부횟수, 육아능력, 발정재귀일 등 분만성적에 따른 도태대상우 선정을 수행해야 산육 및 번식능력이 우수한 번식개체로 구성된 번식농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신재영 한국종축개량협회 한우개량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