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전쟁 이후 한우고기를 각종 채소와 함께 양념에 재우고 육수를 부어 끓이는 불고기가 등장했다.
경제성장과 한우고기 소비의 증가
광복 직후 한반도의 식량 수급 사정은 매우 열악했다. 여기에 한국전쟁 이후 나타난 ‘베이비붐’ 현상으로 인해 식량난은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육류 소비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한국전쟁으로 한우 사육 두수도 감소해 농우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점차 경제가 성장하면서 전문 시설을 갖춘 육류 도매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육류 구이를 주메뉴로 하는 전문 식당들이 생겨났고, 육류 소비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육류 소비는 국민 소득, 산업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1970년대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로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가계의 경제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 산업화에 따른 여성 인구의 사회 참여 증가와 잦은 회식문화는 외식의 증가로 이어졌고, 고기가 외식의 대명사가 됨으로써 육류 소비를 부추겼다.

▲ 한국의 경제가 고도 성장을 거듭했던 1980년대부터 소고기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의 1인당 GNP가 531달러였던 1975년 한우 소비량은 3kg으로 늘어났는데, 1971년의 1.2kg에 비하면 단시간만에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또한 1982년부터 1998년까지는 1인당 연간 소고기 소비량이 연평균 6.5%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 시기는 한국의 경제가 고도로 성장한 시기인 동시에 소고기 소비량이 가장 급증했던 때이기도 하다.
소고기 수입과 한우 고급화 전략
한우고기 수요 증가로 고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정부는 국내 한우고기 값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1976년 9월 뉴질랜드에서 처음 소고기를 수입했다. 1990년대에 이르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가진 수입 소고기가 물밀듯이 국내로 유입되어, 한우고기의 소비가 주춤해지며 한때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 시기의 소고기 소비량을 보면 한우는 40%, 육우는 15%, 수입 소고기는 45%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2001년 전면적인 소고기 시장 개방으로 수입 소고기가 급격하게 증가하자 국내 한우농가는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한 한우고기의 질적 향상에 주목했다. 이에 브랜드 한우 출시, 유통 단계 이력제 도입 등을 통해 한우의 고급화 전략을 추구했다. 우수한 고유 품종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혈통을 관리하고, 독자적인 사료 급여와 비육 방식의 차별화 등을 통해 만들어진 브랜드 한우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 2009년 ‘유통 단계 이력 추적제’ 시행으로 한우의 출생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이 공개되며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졌다.
2009년에는 ‘유통 단계 이력 추적제’를 시행해 한우의 출생, 도축, 포장처리,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소비자 신뢰도를 높였다. 이러한 한우의 고급화 전략은 수입 소고기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한우는 육즙이 많고 맛과 풍미가 뛰어난 고기인 동시에 안전한 먹을거리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불고기, 갈비 그리고 등심의 전성시대
광복 이후 최고의 외식 메뉴는 불고기였다.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불고기가 안심이나 등심 같은 부위를 양념해서 석쇠에 굽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거치며 한우 사육 두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육수로 국물을 낸 불고기가 등장했고,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과 맞아떨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불고기는 1980년대를 전후로 중산층이 한우 갈비나 등심을 구워 먹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점차 소비가 감소했다. 경제 성장은 설렁탕이나 불고기 등의 국물 중심 육식문화를 고급육을 사용한 구이 중심의 육식문화로 전환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야외에 마련된 대형 가든 형태의 갈빗집에서 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으며 여가를 즐기는 풍조가 중산층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수원, 마포, 이동, 해운대 등은 그 지역만의 독특한 특징을 가진 갈비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갈비 전성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등심구이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부드러운 식감과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려는 풍조가 두드러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갈비보다 육즙과 식감이 풍부한 한우 등심을 구워서 소금이나 소스를 찍어 먹는 육식문화는 2000년대를 넘어 현재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 1961년 경향신문에 ‘세뱃돈 대신에 저기 불고기 있다’라는 그림이 그려질 정도 불고기는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외식 메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