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육 생산은 사료량이 아닌 체계적이고 정교한 사양관리에서부터 출발한다. 성장 단계마다 다른 생리적 특성과 영양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에 맞춘 전략을 세워 실천할 때 비로소 도체의 품질과 한우고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꾸준한 사양환경 점검과 부족함을 채우는 관리는 곧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의 식탁에 건강함을 더하는 모두를 위한 길이다. 이번 호에서는 육성기와 비육 전·후기 등 한우 거세우의 단계별 사양관리 핵심 영양 전략을 살펴본다.
글 박명선(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 농업연구사)
육성기부터의 세심한 관리가 고급육 생산의 시작입니다
고급 한우고기의 가치는 근내지방, 육색, 지방색, 조직감 등에 따라 좌우된다. 이중 근내지방은 사양관리의 직접적 결과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근내지방은 단순히 사료를 많이 급여한다고 자연스럽게 형성되지 않는다. 성장 단계별로 정교한 사양관리를 적용해야만 고품질 도체로 이어질 수 있다.
소는 뇌, 골격, 내장 기관, 근육 등 필수 조직의 성장을 마친 뒤에야 남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전환하고, 이 중 근내지방은 내장지방, 피하지방, 근간지방 다음으로 가장 마지막에 축적된다. 결국 각 단계에서 어떻게 ‘에너지를 남겨둘 수 있느냐’가 고급육 실현의 관건이다.
육성기(6~12개월령)는 반추위가 발달하고, 골격과 근육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다. 이 시기의 관리 수준은 이후의 체중 증가 및 사료 섭취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체중의 약 1.5~1.6% 수준의 농후사료를 급여하고, 알팔파나 티모시 등 양질의 조사료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양질의 조사료는 반추위 발달을 촉진해 이후 섭취량을 늘리고, 간 기능 저하를 늦춰 출하 직전 입 닫음 현상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단백질은 고단백 조사료로 보충하고, 농후사료를 통해 과잉 공급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거세는 생후 6개월 이전에 하는 것이 유리하며, 깔짚은 건조하게 유지하고 물은 충분히 공급한다.
비육 전·후기에는 균형 있는영양분 공급에 신경 쓰세요
비육 전기(12~22개월령)는 등심이나 안심처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부위의 근육, 특히 배최장근 등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며, 등심단면적이 크게 증가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는 체중의 약 1.6~1.7% 수준의 농후사료를 급여하되,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과도하게 공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영양은 피하지방이 지나치게 축적되는 원인이 되며, 이로 인해 근내지방 형성이 더뎌질 수 있다.
반추위 기능 유지를 위해 볏짚이나 연맥 건초 등 기호성 높은 조사료를 반드시 함께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에너지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단백질, 에너지, 미네랄을 균형 있게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육 후기(23개월령~출하)는 근내지방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단계다. 이 시기에는 체중의 1.8~2.0% 수준으로 농후사료 급여량을 늘리고, 옥수수 등 전분 중심 곡물을 활용한 고에너지 사양관리를 적용한다. 그러나 전분 함량이 높은 사료를 다량으로 급여할 경우, 반추위 내 pH가 급격하게 떨어져 과산증(산성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 최소 1~2kg 정도의 볏짚이나 중조를 급여해 반추위의 기계적 자극과 완충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조사료 섭취가 줄어들면서 미네랄 불균형이 생기기 쉬워, 요석증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염화암모늄이 포함된 비육 전용 미네랄이나 중조 블록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농가 소득 향상과 건강한 식탁을 완성하는 체계적인 관리
결국 고급육 생산은 단순히 사료를 많이 급여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성장 단계별 생리적 특성과 에너지 분배 원리를 이해하고, 각 시기에 맞는 사양 전략을 체계적으로 실천해야 ‘고급육’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한우의 입장에서 사양환경을 꾸준히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세심한 관리가 곧 고급육 생산의 토대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기른 한우 한 마리는 농가의 소득 향상은 물론, 소비자의 식탁에도 건강하고 풍요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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