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 대범농장 노영민>
처음 송아지를 받아냈던 감격스러운 순간, 아픈 소에게 주사를 놔주며 간호했던 시간, 좋은 등급을 받아 기뻤던 상황까지. 한우와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이 노영민 씨의 인스타그램에 소개되어 있다. 단순히 일로서가 아닌 한우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겁게, 또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는 노영민 씨. 젊은 한우인의 일상이 궁금해 경남 김해로 향했다.
새내기 한우인의 하루
새벽 6시, 기상과 동시에 노영민 씨는 축사로 향한다. 밤새 탈이 난 곳은 없는지, 소 한 마리 한 마리를 살피고 또 살핀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느끼는 건 사람과 진배없다고 생각해요. 따뜻하게 보살핌을 받아야 ‘좋은 소’로 성장할 수 있겠죠.” 소를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말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연륜이 느껴지지만 사실 노영민 씨는 올해 초 경상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스물여섯 살의 젊은 청년이다.
“학창 시절에 운동을 좋아해서 유도를 했어요. 경호원이 되고 싶었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소 키우시는 걸 봐왔기 때문에 ‘그 일을 물려받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모님과 상의해서 아버지 일을 함께하기로 했죠.” 진로를 결정한 이후, 자연스럽게 소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가 시키는 일만 조금씩 했어요. 솔직히 가끔은 축사를 청소하는 일이나 건초를 주는 일을 건성으로 할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아버지에게 혼이 나곤 했죠. 그런데 이제 제 직업이고 제 일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진지해지더라고요. 소의 눈도 너무나 예뻐 보이고, 잘 보살펴줘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소의 마음을 알아채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말하는 노영민 씨.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쾌적한 축사를 만드는 일이다.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고 싶은 건 사람이나 소나 매한가지일 테니 말이다. 그런 그의 정성을 아는지 현재 사육 중인 비육우 150두(거세 100두, 미경산 50두)의 소들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브로워로 수시로 축사를 청소합니다. 오염 물질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물통이 더럽진 않은지 확인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청소인데, 의외로 잘 지키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저 스스로와 축사 청결만은 꼭 지키자고 약속했어요.”
소통과 공감의 힘
“사육 두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한우를 잘 키워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품 한우도 만들어내고 싶어요.” 노영민 씨는 이제 축산 현장에 뛰어든 새내기지만 열정에 있어서만은 누구 못지않다. 하지만 그에게도 지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젊은 한우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극복해가고 있다.
“김해 지역에 젊은 한우인이 많아요. 평소에는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두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갖고 있어요. 축사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을 논의하고 정보를 교류하죠. 같은 일을 하는 형들 덕분에 많은 힘을 얻곤 해요. 특히 제가 이 일을 해나갈 수 있게 도와준 권태현 형님께 감사드려요.”
<노영민 씨의 가까운 형이자 멘토인 태현농장 권태현 대표>
한우 후계 농가들의 인스타그램 모임인 카우보이 역시 노영민 씨의 든든한 백이다. 다른 농가의 한우 상태를 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한우를 돌보는지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몸에 좋은 소를 키워내고자 노력하는 마음은 모든 한우농가가 같을 것입니다. 평생을 한우 키우는 일에 헌신해 오신 분들께는 못 미치지만, 저 또한 열정 하나만큼은 절대로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도록, 소들에게 멋진 주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