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 한우농가

경남 거창 수리듬농장 김선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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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키운 소들은 축사만 가봐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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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 가북면에 위치한 수리듬농장의 시작은 ‘가북농장’이었다. 부친인 김도중 씨가 1983년도 한우 3마리로 시작한 가북농장에 아들 김선호 대표가 합류한 건 2002년. 아버지가 서울에서 무역회사에 다니던 미혼 20대 아들에게 “한우 같이 키워보지 않겠냐”고 내민 손은 틀리지 않았다. 


생산비는 절감하고 수익성 높이기 위해 고민해
“군대에 다녀와서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어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아버지 부름을 받고 생각해보니, 잘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아버님이 워낙 정성으로 키우고 계셨고, 거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하면 비전이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죠.”
한우를 키우기로 결심한 이후 김선호 대표는 생산비를 절감하고 수익성은 늘리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조사료 생산을 비롯해서 출하, 유통에 대해서 공부했다. 농장경영 2년차가 지난 후부터는 도축장까지 소를 출하해 주는 운수업도 시작했다. 
“지금도 소 출하를 하고 있다 보니 여러 축사를 둘러보게 됩니다. 20여 년을 하면서 느낀 점은 ‘소를 정성껏 키우는 농가는 축사에만 가봐도 안다’는 겁니다. 비단 청결상태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 발자국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란 소들은 사람이 방문했을 때 태도부터가 달라요. 사람 발자국 소리를 편안해하고 익숙해하는데, 왕래가 많이 없는 소들은 사람이 들어가면 놀라요. 그래서 후계농 모임에서 소를 어떻게 크게 키우냐고 물어오면 ‘우선 자주 들여다봐라’고 말해줍니다.” 
2002년 당시 60여 두 규모였던 농장은 김선호 대표가 합류하며 점차 규모를 늘려갔다. 부자(父子)가 합심해서 공들인만큼 차곡차곡 성장해 현재 번식우와 비육우를 합쳐 총 250여 두를 사육하고 있다. 

 

 

크게 키우는 것은 자신있습니다! 
“조사료도 직접 생산하고, 출하도 직접하며, 도체중과 지육단가가 높다보니 수익성이 좋습니다. 2009년 한우능력평가대회 출전 당시에도,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대상 장관상 수상 당시에도 도체중은 1등이었어요. 요즘도 평균도체중이 550kg 정도 됩니다.”
수리듬농장의 소는 크고 튼튼하다고 말하는 김선호 대표에게 비법을 물었더니 “육성기인 20개월령까지 축사 공간을 터서 넓게 쓸 수 있도록 한다”며 “소들이 뒷발차기 할 정도의 공간은 있어야지 활동량이 많아지고 갈비뼈 간격이 넓어진다”고 말한다. “소를 출하해 보면, 활동량이 부족하게 키운 소들은 트럭 안에서 자꾸 누워요. 우리 소들은 운동량이 많고 다리가 튼튼해서 넘어지거나 눕는 법이 없어요.”
축사를 증축하면서 공간을 넓히고 좁히고를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게끔 설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소를 공격하는 소는 분리하는 등 소의 성격이나 상태에 따라서 배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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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축협 후계농 1호이자 최연소 이사 
등급을 높이기 위한 수리듬농장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고 말한다. 
“육성기에 TMR사료를 먹이고, 후기에 비육 사료를 먹이라고 해서 따라하다가, 지금은 육성기에는 건초와 배합사료를 먹이고 비육 후기에 TMR사료를 먹이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소화율도 좋고 근내지방침착도 더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등급이 본격적으로 잘 나오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다. 거창축협에서 생산하는 TMR사료로 바꾸고 나서 출하성적이 더 잘 나오기 시작했다. “거창에 한우농가가 약 1,500농가 정도이고, 두수가 약 3만 두인데 전국에서 1+등급 이상 출현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라며 “제가 거창축협 후계농 1호이고, 30대 때 이사가 되고 나서 벌써 8년째다”라며 지역사회에 애정도 드러냈다. 
“거창 축협 후계농 모임 회원이 42명이에요. 제가 후계농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데, 막내랑 저랑 무려 나이차가 22살이 나요.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도 거창군 한우산업의 미래에 비전이 있다는 거니까 기쁩니다.”
규모가 늘어날 때마다 점차 늘려온 다섯 동의 한우 축사는 수리듬농장이 차곡차곡 성실하게 성장해왔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최근에 또 축사를 증축하고 있다는 김선호 대표에게 이유를 묻자 3대가 한우농가에 몸담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건넸다. 
“사실 고3 아들이 축산대학 진학을 준비중이에요. 아직 그저 수험생일뿐이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열심히 일궈온 가업을 이어받겠다는 다짐이 대견합니다. 아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저도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서 준비 중인 셈이지요. 모든 것은 너의 선택이라고 아들에게 항상 말하지만, 3대가 이어갈 수리듬농장의 미래가 내심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