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 한우농가

경기 가평 청홍목장 정규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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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개량에 힘써온 1세대 한우육종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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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홍목장은 보증종모우 두 마리를 배출한 한우육종농가다. 2005년 육종농가에 선정된 후 지금까지 성실하게 한우육종농가사업에 참여하며 개량에 힘을 쏟아온 노력은 2006년 KPN763, 2011년 KPN906 등 두 차례 보증종모우를 배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1973년부터 지금까지 어느새 반백 년을 바라보고 있는 세월 동안 개량을 향한 열정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남의 소’ 먹이며 시작한 한우 사육 
강원도와 인접한 경기도 가평 북면에 위치한 청홍목장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번식우 농장과 비육우 농장으로 나뉘어 있다. 두 농장의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상 한 개의 농장처럼 정규연 대표와 정웅진 씨 부자(父子)의 합심 아래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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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연 대표는 2008년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 우수상에 이어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나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한우고수’로 정평이 나 있지만, 시작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73년도 당시엔 가진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때는 다들 워낙 없던 시절이라, 지역의 유지에게 소를 한 마리 사게 하고 대신 키워주는 문화가 있었어요. 지인이 산 소를 1년 동안 키워주고, 소를 팔 때 생긴 이익금을 소의 주인과 반으로 나눠 갖는 거지요. 그렇게 1년 공을 들이면 송아지 한 마리를 살 수 있는 돈이 생겼어요.”
그렇게 시작한 한우 사육이 어느덧 50년을 바라보고 있다. “새끼 낳는 소 열 마리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던 정 대표는 현재 번식우 210여 마리, 비육우 90마리 총 300여 두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서로가 든든한 파트너이자 후원자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지 않았더라면, 신축 축사도 짓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의 규모만큼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버지와 “육종농가 아버지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아들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파트너이자 후원자다. 축산학을 전공하고 2009년부터 가업에 뛰어든 막내아들과 ‘한우 외길 인생’ 아버지는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믿는 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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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가는 것은 또 있다. 1992년 한우개량단지 조성사업으로 조직된 ‘북면한우축산계’ 초대회장이던 정규연 대표. 내년이면 30주년이 되는 북면한우축산계의 현재 총무가 아들 정웅진 씨다. 자체 교육과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회원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개량에 대한 의지로 가평한우의 수준을 높여온 북면한우축산계에 속해있는 30여 개 농가 중에 2세가 승계받은 한우농장이 무려 아홉 농가다. 아버지 세대의 연륜과 후계농들의 열정이 훌륭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한우 개량에 중요한 기록관리에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 농가마다 개체별 유전정보와 질병 등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혈통을 관리하는 한편 이를 개량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육종농가의 역할 충실히 이행해 
정규연 대표와 정웅진 씨 사이에는 약속이 있다. “사료 배급만큼은 자동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밥 주는 시간만큼은 직접 소들과 마주하고 지근거리에서 살피기 위해 매일 11포의 사료를 직접 삽으로 떠서 먹이는 것이 이들이 지키고 있는 원칙이다. 
2005년도부터 육종농가로서 충실히 임해오고 있는 정규연 대표는 양쪽 축사 사이의 ‘유도로’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한다. 육종농가사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유전체 유전능력예측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생애 체중, 3개월령에 재는 이유 체중을 비롯해 6개월령, 12개월령까지 총 4번 체중을 재서 기록해야 했기에 육종농가들에게는 유도로가 필수였다. 
“유도로가 축사 면적에 포함되다 보니 꼭 유도로를 만들어야 하냐고 묻는 분들이 계세요. 유도로가 있으면 체중 측정이나 백신 접종을 할 때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놀라서 유산한다거나, 문에 부딪혀서 다치는 일이 현저히 줄어드니 경제적 가치로 보아도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송아지의 뿔을 자르는 ‘제각’ 작업도 정 대표가 2000년도부터 20년 넘게 고수하고 있는 방침이다. 제각을 함으로써 소들끼리의 다툼의 여지를 제거하고, 안전사고 역시 방지할 수 있다.

 


개량은 오랜 시간이 필요…인내심 가져야 
“옛말에 ‘돼지 꼬리 잡고 순대 달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과 단계가 필요한데, 이를 무시하고 서두른다는 말입니다. 왜 개량이 빨리 안 되는지, 왜 좋은 정액만 썼는데 등급이 안 나오는 건지 조급해하는 농가들을 참 많이 봅니다.” 
정규연 대표는 한우의 형질을 바꾸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조바심을 내지 않고 꾸준히 묵묵하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무총리상만 두 번 받았는데, 대통령상을 받아 깃발을 한 번 휘두르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아들 정웅진 씨에게 정규연 대표는 “나는 이미 꿈을 넘어섰다. 남은 꿈을 이어가는 것은 이제 아들의 몫이다. 꾸준함과 인내심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진심 어린 당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