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한우 소비 상황과 향후 대응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축산관측팀 이형우팀장>

 

히_2105-한우-19.jpg

 

최근 한우가격 상승과 더불어 한우 사육 규모가 심상치 않다. 한우 사육 마릿수 흐름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증감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특히, 암소 숫자와 전체 사육 마릿수는 늘 궤적을 함께 한다. 지난 2017년을 저점으로 이후 한우 사육 마릿수가 지속적인 증가세이다. 소의 해인 2021년은 사육 마릿수 증가국면의 6년 차에 접어든다. 2020년 12월 말 기준 사육 마릿수가 32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가임암소 또한 152만 마리까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이는 향후 시장의 방향이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한우 농가들의 문의가 매우 빈번하였다. ‘언제 한우 가격이 조정을 받을 것이냐?’‘소는 언제 출하해야 하느냐?’‘사료비도 오른다는데 걱정이 많이 된다’ 등등의 말씀들을 털어놓으신다. 게다가 우리 축산업은 환경문제, 탄소중립, 지역 공간계획에서의 소외 등 산업 진흥에 불리한 요소들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인 환경변화와 사육 마릿수 증가세, 그리고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사료비 인상 압박 등 한우 농가 입장에서는 삼중고(三重苦)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우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원인을 대변이라도 하듯, 최근 한우자조금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는 700만 원 이상 소득계층에서의 한우 소비가 코로나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 한우고기를 더 먹었다는 의미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의 소비 증가 효과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한우자조금의 지속적인 소비촉진 활동 또한 한우고기 소비를 일정 수준 떠받치는 역할을 해 왔다.

 

이러한 반사이익 즉 추가적인 수요가 걷히면 다음은 온전히 공급 측면이 가격을 좌우할 것이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예산 제약선 하에서 재화를 선택한다. 최근 들어 국내 여행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과 관련하여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면 보다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해지리라 본다. 그러하면 해외여행 또한 머지않아 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그림이 그려진다. 그동안 주머니 여력이 풍부해진 고소득층은 해외로 움직일 개연성이 높다. 이는 한우고기 소비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마음은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갈대와 같은 것이다.

 

사육 마릿수가 늘어나더라도 한우 소비층을 보다 두텁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비 저변 확대가 쉽지만은 않다. 소비자의 눈높이 즉, 가격에 대한 저항이 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우고기 수출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는 있으나 이는 국가 간 교역이라 진척이 느리다.

우리가 지난 2011년 이후 불황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은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수급 조절이었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이런 사례가 만들어진 경험이 없다. 과거 우리는 한우산업의 미래에 대해 수동적인 태도로 접근했다면 규모화, 전업화, 과학화된 현재는 사전에 능동적으로 수급에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규모화된 농가들의 민첩한 시장 반응은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에 득이 될 것이다. 한우 가격이 받쳐주면서 어느 정도 일정 소득을 창출하고 있는 시기에 암소를 미리미리 정리한다면 장기적으로 한우가격 움직임의 변동성을 줄이고 경제적으로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영농이 가능해지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