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 한우농가

개량을 향한 믿음과 집념의 길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전남 영암 푸른농장 서승민 대표>

 

히_2105-한우-9.jpg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굳센 신념이 필요하다. 1983년 한 마리의 소로 한우 사육을 시작한 전남 영암의 서승민 대표는 종자 개량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 좋은 암소로 다산을 하며 우수한 암소군 조성에 매달렸던 그. 사육 두수를 늘리기보다는 좋은 소 한 마리를 갖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은 마침내 푸른농장을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농장으로 만들었다.


 

일찍이 깨달았던 종자 개량의 중요성

전남 영암군 미암면에 자리한 푸른농장은 전국에서 우량암소(엘리트 카우) 보유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소들의 우람한 덩치와 늠름한 풍모는 한눈에도 종자가 빼어남을 알아볼 수 있게 한다. 이는 서승민 대표가 종자 개량에 매달려온 집념의 결과다. 서 대표가 종자 개량의 중요성을 인식한 건 1982년의 일이다.

“군에서 제대하고 우연히 책을 읽는데, ‘부지런한 농부가 재래종 돼지를 가지고 100근 만들기는 어려우나 게으른 농부가 신품종 돼지로 100근 만들기는 누워서 떡 먹기다’라는 글귀를 봤습니다. ‘이거다!’ 싶더군요. 그때부터 종자 개량을 마음먹고 1983년에 소 한 마리로 시작했습니다. 개량에 대한 전문성을 갖기 위해 1993년에는 인공수정사 자격증도 취득했고요.”

서 대표는 보유하고 있는 암소 가운데 덩치가 큰 개체를 씨암소로 삼아 개량을 거듭했다. 다른 농장에서는 암소가 2~3산을 하고 나면 비육시켜 출하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서 대표는 종자가 우수한 암소로 다산을 해 좋은 송아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암소의 사육 개월령이 길어지면 출하 가격이 떨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장에 우량 개체가 많아지는 방법이라 믿었다.

 

히_2105-한우-10.jpg

▲ 소들이 자유롭게 노닐 수 있는 들판이 인상적인 푸른농장

 

 

우수한 암소군 조성에 힘써온 지난 시간

푸른농장은 일곱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암소 선발과 도태를 진행한다. 이 중 네 가지는 서 대표가 판단하며, 세 가지는 외부 평가 자료를 근거로 삼는다. 서 대표가 파악하는 네 가지 기준은 성격, 유량, 모성애, 송아지 생시체중이다.

“암소의 성격이 얼마나 온순한가, 송아지를 낳고 얼마나 새끼를 잘 돌보는가, 유량과 유질이 얼마나 우수한가 등을 꼼꼼하게 따집니다. 개량을 진행하려면 암소의 형질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액은 언제나 도입할 수 있지만 좋은 암소군을 조성하는 일은 단시일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 대표는 암소가 우수한 유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량에 매달렸다. 초기에는 체형을 키우는 방향으로 개량을 진행했고, 체형이 커진 후에는 육질이 우수한 방향을 접목했다. 육량과 육질이 고르게 나온 후부터는 등심단면적이나 근내지방도 등 세부적인 사항을 고려해 고급육을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결과 서 대표는 2012년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총 4회의 수상 경력을 만들어냈다.

“비육농가들 사이에서 우리 농장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주위 농가들로부터 분양 문의가 많아졌어요. 우리 농장에서 분양한 소들이 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고요. 소를 키우면서 어려운 순간이 참 많았는데, ‘개량을 통해 한우가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내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한우능력평가대회는 계속 출전하며 도전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아름다운 농장에서 상생을 꿈꾸다

푸른농장은 소들이 튼튼하게 자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서승민 대표가 정성 들여 가꾼 축사를 포함한 만여 평의 부지는 사계절 내내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이는 ‘아름다운 농장’을 일구고자 했던 서 대표의 집념에서 비롯되었다. 서 대표의 바람은 많은 농가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40년 동안 한길을 걸으며 한우 사육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지금도 그가 교육과 학습에 매진하는 이유다. 서 대표는 1985년부터 작성해온 두꺼운 노트를 꺼내 들었다. 그 속에는 질병, 사양 관리 등 그가 한우를 사육하면서 겪었던 모든 경험들이 빼곡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히_2105-한우-11.jpg

 ▲ 서 대표가 30년 넘게 수기로 작성한 사육 노트

 

“인공수정사로 일하며 여러 농가를 다닙니다. 제 노하우를 전해 받고 소를 출품해 수상을 하거나 상위권에 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해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대통령상 받은 소는 우리 농장에서 2008년에 분양했던 소의 손자였습니다. 푸른농장의 소 한 마리, 한 마리가 바로 제 자부심입니다.”

서 대표의 인생에서 한우는 도전을 멈추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다. 40년이 지난 오늘도 서 대표는 소를 처음 기르기 시작했던 때의 초심을 갖고 축사를 향한다. 그의 도전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