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 한우농가

‘한우’란 ‘작품’을 만들어 온 시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전북 장수 수관농장 박영효 대표>

 

히_2101-한우-6.jpg


전북 장수에 있는 수관농장의 박영효 대표는 1970년대부터 한우와 함께해 왔고, 70대란 나이가 무색하게, 지금도 약 350두의 한우를 직접 챙기며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약 50년간 한우란 작품을 만들어온 박 대표의 목표는 항상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 대통령상 트로피로 향한다. 다섯 번의 수상에, 2018년엔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니, 목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수관농장의 2020년 한우 출하 성적표는 박 대표에게 자신감을 더했다. 

 


수관농장은 전북 장수군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한우축사이다. 담배 건조장을 소막으로 만들어서 한우를 키우던 수관농장 박영효 대표가 1983년 돼지막을 개조해 지은 것이 이 축사이고,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박 대표는 ‘소 한 마리를 팔아 송아지 2두를 사온다’라는 지론으로 꾸준히 사육두수를 늘려왔고, 한우를 사육단계별로 관리할 수 있는 축사 시스템도 갖추게 됐다. 한 달에 한 번 수관농장에서는 한우가 축사를 이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약 40년의 시간을 건너온 축사가 요즘의 현대화된 축사 못지않은 시설을 갖췄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예전에는 사료 주고 볏짚만 주면 한우가 알아서 컸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미 뱃속에 있을 때부터 관리해야 하는, 그러니까 철저히 분석하고 계산해서 관리하는 시대가 됐죠. 그러니 시설물에 대한 투자가 필수입니다. 올해 새로 지을 축사는 스마트 축산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 시간에 4남매도 잘 키워냈으니, 이만한 보람이 또 없다. 집 거실 한쪽에 자리한 각종 공로패며 감사패가 박 대표가 얼마나 큰 애정으로 한우와 함께했는지를 방증했다. “우리 손주들이 나중에 이것을 보고 나를 추억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박 대표의 얼굴에 그 시절의 추억이 스쳤다. 

 

 

빼어난 한우 빼어난 수관농장
약 50년의 시간은 수관농장 한우가 빼어난 자질을 갖추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박 대표가 매년 전국한우능력평가 대회에 출품하고 또 꾸준히 수상 소식을 전하는 이유이다. 
“1998년에 일본에 연수를 갔다가 ‘소 등급’에 대해 알게 됐고, 개량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저 명찰을 달고 기록을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입니다.”
좋은 자질의 한우를 생산하기 위한 박 대표의 해법은 명확하다. 철저한 도태·선발, 좋은 정액 활용 등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특히 박 대표는 암소의 자질이 중요하다고 봤다. 
“최근 공판장에 30개월령 4두, 31개월령 1두를 출하했는데, 4두는 근내지방도가 9가 나왔고, 나머지 1두는 6이 나왔습니다. 같은 정액을 수정했는데 등급 차이가 있었습니다. 암소가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수관농장에서는 이력제 개체 식별 번호 이외에 농장에서 쓰는 고유 번호를 이표로 부착하고 있는데, 박 대표에 따르면 수관농장의 수상축들은 2003년 즈음에 들인 암송아지 ‘수’의 자손들이다. 그 자손우가 아직도 수관농장에 남아 있다. 2022년 한우능력평가대회에 출전할 한우가 ‘수’의 자손우라며, 박 대표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관농장의 한우 개량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박 대표 아들이 조력자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농장 출하성적표를 보면 2018년, 2019년보다 2020년 성적이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우리 아들이 미생물을 먹여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해서 그리했는데, 그 덕분인 것 같습니다.”

 

 

“위기는 없다”
이번 인터뷰는 사실 좀 특별했다. 한우산업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이로부터 그 시절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는 호사를 누렸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걸어온 이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2021년에 소값이 내려가겠냐는 것입니다. 내가 소를 키우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소고기를 못 먹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손주들에게는 소고기를 먹입니다. 이게 뭐냐면 한우 소비가 그만큼 늘었다는 것입니다. 한우 사육두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가격이 유지 내지 상승하는 이유라고 봅니다. 언젠가 위기가 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내 한우산업에 위기는 절대 없습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한우인 1세대 선배로서 한우산업을 이끌 후배 한우인들을 향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예전에 우리는 한우를 키웠습니다. 살만 잘 찌우면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우를 만드는 시대가 됐습니다.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히_2101-한우-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