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우인

참 괜찮은 한우산업 지켜내려면 “한우인들이 빨리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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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여정수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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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일소, 식구였다. 하지만 이제 한우는 육용우, 소고기가 됐다. 그것이 과연 되겠나 싶었는데, 모두의 노력으로, 한우는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축산물로 그 의미를 갖게 됐다. 이제 한우는 수입 개방, 관세 제로화 시대를 맞아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내야 하는 소임을 갖게 됐다. 

 

한우 박사 영남대학교 여정수 명예교수는 ‘한우인들의 확실한 미래 인식과 그에 합당한 적극적인 변화 노력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가축을 연구하고, 개량하고, 차별화를 이뤄내는 것, 이것이 내가 할 일이다.”
통계유전학을 전공한 신출내기 교수는 위의 목표를 세웠고, 중국 연변에 직접 가서 북한의 가축을 찾아오는 등의 열정을 발휘했다. 그렇게 40년의 세월이 흘렀고, 신출내기 교수는 ‘한우 박사’로 통하게 됐다. 그 시간에 한우인들이 우리 민족산업인 한우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열정적으로 길을 구축해 왔는지, 또 그 과정에서 마주한 수 많았던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어냈는지 그래서 한우산업이 얼마나 큰 발전과 변화를 이뤘는지를 직접 목격했고 또 한우산업의 많은 길을 함께 닦았다. 그렇게 한우산업의 산 역사가 됐다. 
만추(晩秋)에 만난 영남대학교 여정수 명예교수는 ‘한우인들이 있었기에 지난 40년의 세월이 참 보람됐다’라며 한우와 한우산업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우는 우리 민족과 삶을 같이 해 왔습니다. 우리 정서와도 잘 맞고요. 한우산업이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해야 하는 당위성입니다. 확신하는 것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한우산업은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참 괜찮은 산업이란 점입니다. 우리 한우인들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대비한다면, 한우산업은 앞으로도 영속할 것입니다.”

 

 

‘변화’해야 하는 확실한 이유 
여정수 명예교수는 한우가 소고기로, 또 고급육으로 인식되기까지 한우인들이 한우 개량에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를 들었다.
“처음에는 육질등급이 1등급, 2등급, 3등급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우 개량 성과가 뚜렷해지면서 얼마 안 가서 1+등급이 생겼고, 어느새 1++등급까지 생겼습니다. 그만큼 우리 한우인들이 노력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여정수 명예교수는 1++을 넘기 위한 노력이 어느 순간 정체되고 무뎌진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관세 제로화가 본격화되는 4~5년 후에는 시장이 확 변화할 것이 자명하고 이는 한우산업에 도전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이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살길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우를 잘 키우는 곳의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새로운 사양기술을 받아들이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정부에, 생산자단체에, 학계에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우인들도 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여정수 명예교수는 이 과정에서 한우자조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봤는데, 한우농가 컨설팅 사업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한우농가 계도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변화가 절실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말에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우자조금이 이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한우 맛을 차별화해야 하는 확실한 이유
여정수 명예교수는 한우농가에서 의지를 갖고 적극적인 선발·도태로 한우 개량을 지속하는 일과 그럴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일의 중요성과 아울러 한우가 질병 치유 등의 기능성을 가진 소고기 등으로 완벽하게 맛의 차별화를 이뤄내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여정수 명예교수는 일본 화우, 한우, 중국 연변 황우의 고급육을 만드는 유전자를 비교연구한 결과를 그 예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고급육을 만드는 유전자를 화우는 100%, 한우는 70%, 황우는 30% 정도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여정수 명예교수는 화우가 고급육을 만드는 유전자를 모두 가진 이유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개량의 효과라는 점, 더 이상 고급육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결정을 내린 후 일본에서는 맛의 고급화를 추구했고 결국 차별화를 이뤄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수입 개방화 시대 중요한 것은 수입육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맛의 차별화를 이뤄내는 일입니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한우고기를 생산해 낼 수 있어야 하죠. 고무적인 것은 우리 한우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입맛에 맞는 소고기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품종이란 점입니다. 우리 민족 정서는 물론 기후, 풍토와도 잘 맞죠. 우리 한우인들이 좀 더 열심히 미래를 생각하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여정수 명예교수는 한우 출하월령을 26~27개월로 앞당겨도 30~32개월령에 출하하는 것과 같은 육질등급이 나오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보다 출하월령을 앞당기면 생산비가 절감되고, 한우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앞당기는 것은 안 됩니다. 먼저 육질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맛 유전자에 대해 연구하고 그러한 한우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여정수 명예교수는 수입 개방화 시대 한우의 안전성, 신뢰, 믿음을 지켜내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생산이력추적시스템, DNA 검사 등 둔갑판매를 막을 확실한 장치를 도입하고, 둔갑판매에 대한 확실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우 먹을 사람은 한우 먹고 수입 고기를 먹을 사람은 수입 고기를 먹도록, 확실하게 마케팅 질서를  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우산업에 대한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한우농가가 있기에
인터뷰 말미, 여정수 교수는 한우산업이 영속하기 위한 한 가지 대전제가 있는데, 그것이 자주 간과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우농가가 없으면 한우자조금도, 전국한우협회도, 대학의 축산과도, 농림부의 축산과도 모두 필요가 없습니다. 한우농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한우농가를 살려야 합니다. 이것을 망각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우농가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중심에 두고, 정부가, 생산자단체가, 학계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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