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우농가 이야기

나 혼자 다 한다 “인공지능 K-스마트팜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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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명문한우농장 이지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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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인’의 삶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바로 ‘그렇다’는 답변이 나온다. 사실 한우농장을 시작하고는 그 선택에 의문이 든 적도 있었지만, 지금에서는 그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이 커졌다. 특히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접목한 ‘스마트팜(smart farm)’을 시작하면서, 그 만족감이 더 커졌다. 그렇게 충남 예산 명문한우농장의 이지원 대표는 ‘K-스마트팜 기술 수출’이란 목표를 갖게 됐고, 이것이 한우인 이 대표에게 새로운 활력 요소가 됐다. 

 


“좋은 기회는 우시장에 있습니다.”
충남 예산의 명문한우농장 이지원 대표는 얼마 전 좋은 가격에 아주 좋은 한우 3두를 입식했다. 우시장이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다닌 보람이 이렇게 찾아왔다. 입식한 한우들이 소밥도 잘 먹고 농장에도 잘 적응하고 있으니, 2020년 연말도 행복하다. 소띠해, 2021년을 맞이하는 마음도 남다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우리 농장이 한 단계 더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평균만 가자’는 것이 그동안의 신조였는데, 내년에는 평균보다 조금 상향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국의 9만 한우농가 여러분 모두가 2021년에는 더 넓고 더 높아지길 기원하겠습니다.”

 

 

“내 몫이구나!”
사실 한우를 키우려고 귀농한 것은 아닌데, 벌써 내년이면 5년차 한우인이 된다. 부모님이 한우농장을 운영해 한우에 익숙했고, 경제관념이 투철한 이 대표에게 한우는 노후자금 파이프로 손색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두 자녀를 키우면서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다. 뭐, 부모님이 사양관리에 도움을 좀 주지 않겠느냐라는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부모님이 저를 강한 한우인으로 키우셨어요. 자금을 마련해서, 오래된 축사를 사서 송아지 8두를 들여 그것이 130두가 되기까지, 그 모든 과정에 제 품이 안 들어간 곳이 없어요. 남편요? 서울에서 스마트팜 관련 사업을 하고 있어요. 어쩌면 지금 저기 저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죠(웃음).”
대학에서 대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고, 결혼 후에는 두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 살았던 이 대표는 이렇게 강하고 당찬 한우인으로 거듭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수익이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우에 대한 애정은 매년 커졌어요. 그것이 버틸 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대표를 강하게 만든 것은 ‘책임감’이었다. 
“그날은 한우 3두가 폐사했어요.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내가 다 알아야겠구나. 내가 다 해야겠구나. 내 몫이구나.”

 

 

‘한우가 왜 그럴까’…사양관리 깊이보기
이 대표가 명문한우농장과 한우를 책임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공부’이고, 이는 이 대표를 ‘무엇이든 다 할 줄 아는 한우인’으로 성장시켰다.
“지식이 ‘돈’이고 경험이 ‘이문’이라고 하잖아요. 농장에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농장에서 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왜 질병이 생기는지, 왜 한우가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그 원인부터 해법까지 알아가는 이 대표의 깊은 공부는 한우 사양관리에 자신감을 더했다. 얼마 전 축산기사 자격시험을 봤다는 이 대표는 축산 전반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라고 털어놨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답을 몰랐을 때는 송아지가 태어나면 걱정이 앞섰어요. 불안했죠. 그런데 머릿속에 퍼즐이 딱딱 맞춰지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무엇보다 명문한우농장의 생산성이 높아졌다. 처음에는 송아지 설사병에 따른 폐사율이 20%에 달했는데, 지금은 설사병으로 송아지가 폐사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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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배운 것을 저만 알고 있으면 그것은 ‘고인 지식’이잖아요. 그래서 지금 주변 농장과 공유하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 이 대표를 위시한 청년 후계농들이 우리 한우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기대감은 청년 후계농들이 새로운 사양관리 기술을 보다 빨리 받아들이고 한우농장 운영에 기꺼이 접목한다는 이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구축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팜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K-스마트팜 수출할 때까지’
“온종일 한우만 보고 살 수는 없더라고요. 그런데 한우농장의 사건·사고는 축주가 없을 때 생기는 거 아시죠. 내가 농장에 없어도 한우를 봐줄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을 접목한 스마트팜이었습니다.”
공학도였고, 또 스마트팜 관련 사업을 하는 남편 덕분에 이 대표는 농장에 IOT를 접목한 자동화 시설을 일찍이 구축하고 있었지만, 이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이 대표는 인공지능 기술로 아이디어를 확장했고, 남편의 도움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가축 생체징후 탐지 시스템’, 즉 열화상카메라로 한우의 열을 감지하고 행동 패턴을 딥러닝(Deep Learning)해, 한우의 발정·질병 등의 징후를 파악하는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한 마디로 한우농장에 알파고를 들인 셈이다. 이 연구성과는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2019년 스마트팜 빅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수상으로 연결됐다. 
“한우농장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은 모든 징후를 제 시간에 파악해서 제 시간에 대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에요. 이 부문에선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낫죠. 체온 센서 등을 한우의 몸에 장착하거나 넣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 농장의 질병 징후와 발정을 잡아내는 데 도움이 되고 있고 이것이 농장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일이 더 재미있어졌어요. 고무적인 것은 앞으로 이 기술은 더 빠르게 학습해 나가며 발전할 것이란 점입니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한우 500두 사육이 목표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스마트팜이 되면, 이 대표 혼자서도 거뜬히 500두를 사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술이 우리 한우농가 여러분들이 한우 사양관리에 여유를 찾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이 기술이 K-스마트팜으로 전 세계에 수출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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