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우농가 이야기

플러스농장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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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 플러스농장 권경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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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계절 가을, 조사료 수확을 하루 앞둔 강원도 철원의 플러스농장을 찾았다. 장마, 태풍 등으로 여느 해보다 수확량은 줄었지만, 그래도 플러스농장 한우에게 충분히 먹일 만큼은 추수하게 됐으니 플러스농장은 올가을도 풍요롭기만 하다. 플러스농장 권경애 대표가 풀어놓은 약 20년의 세월을 헤쳐온 플러스농장의 이야기도 풍성했다. 

 


“우와~칡소라니!”
칡덩굴같이 짙은 갈색과 검은색 무늬를 가진 우리나라 고유의 토종 소이자, 동요 ‘얼룩송아지’의 주인공인 칡소들을 만나는 행운의 기회를 잡은 건, 강원도 철원에 있는 플러스농장에서다. 칡소는 등급보다는 “저기저 칡소처럼” 호랑이와 같은 무늬가 나와야 개량이 잘 된 것으로 본다는 플러스농장 주인장의 설명엔 자부심이 한가득 들어찼다. 이렇게 귀한 칡소를 한우자조금 소식지에 실을 수 있다니, 뭔가 특종을 잡은 듯한 뿌듯함이 취재팀에게도 한가득 안겼다.
플러스농장 권경애 대표와 만난 시간에도 이런 뿌듯함이 가득했다. 20대부터 한우농장을 일궈온 남편 김병옥 대표에게 힘이 되고자 2010년부터 한우농장 운영과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그렇게 지금의 플러스농장이 한우 약 350두가 자라는 농장으로 성장하는 데 역할을 해 왔다. 매일 매일 한우가 더 좋아지고 있고 그래서 이제는 ‘한우인’이 아닌 다른 직업은 생각할 수 없다는 권 대표는 앞으로 플러스농장은 더욱 거듭날 것이라 확신했다. 

 

 

한우 개량의 성과가 나타나다
“우리 농장이 약 20년이 됐지만, 한우 개량을 시작한 지는 4~5년 정도 됐어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매진하고 있습니다. 수정란 이식, 우량 형질의 송아지 확보 등의 방식으로 한우 개량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찾아 적용하고 있어요.”
얼마 전 플러스농장에는 생시 체중 52kg인 송아지들이 태어났다. 1등급 정액이 아닌, 플러스농장 어미 소에게 적합한 2등급 정액을 수정시켰는데, 다행히도 그것이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우 개량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고, 그래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다”는 권 대표의 말에 기쁨이 가득하다.

 

 

더 건강한 한우를 길러내기 위해 
약 두 달 전 플러스농장은 ‘인공포유’를 처음 시도했다. 번식 기간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설사 등 질병 발생을 줄이고 폐사율을 낮출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다.
“우리 농장 한우가 모두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백신, 항생제 등을 맞지 않아도 되는 그런 건강한 한우를 길러내고 싶어요.” 
이는 지난 20년간 플러스농장에서 조사료를 직접 재배해온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현재 플러스농장에서는 약 30만 평의 논에서 볏짚을, 3만 평의 밭에서는 옥수수 사일리지를 거둬들이고 있고, 단백질이 풍성한 양질의 조사료는 플러스농장의 생산비·운영비 절감에는 물론 플러스농장 한우가 권 대표보다 더 크게 무럭무럭 자라게 만든 일등 공신이다. 
“각각의 배합기로 육성우와 비육우의 각 월령에 필요한 영양에 맞는 배합비를 적용해 직접 TMR을 제조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일일이 손으로 배합했고, 그래서 겨울에는 손이 성할 틈이 없었죠. 지금은 기계로 하니까,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이렇게 한우를 건강하게 길러내려는 노력은 소비자들에게 안전 축산물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이어졌다.  
“소비자에게 양질의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는 것은 우리 한우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그 가치를 이어가며 영속하는 가장 기본 바탕이 된다고 봐요. 한우산업의 가치를 이어나가는 데 있어, 우리 농장이 작으나마 힘을 보탤 수(플러스) 있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이것은 우리 플러스농장이 존속하는 길이 될 테니까요.”
플러스농장은 2011년 해썹(HACCP) 인증을 받았으며 이후 깨끗한 농장으로도 지정받았다. 

 

 

배움을 열망하는 확실한 이유 
지난해 권 대표는 남편 김병옥 대표와 강원농업마이스터대학(춘천)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고, 지금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있다. 현장 경험에 전문성을 더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고, 그것은 지금 ‘참 잘했다’는 보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이스터대학교에 입학하고, 교수님 등 전문가들로부터 배운 지식이 많아요. 특히 20~30대의 젊은 축산인들이 많은 귀감이 됐습니다. 우리도 20대부터 농장을 일궈왔는데, 그들처럼 축산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은 후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거기서 오는 차이를 확연히 느꼈어요. 2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축산학’을 먼저 전공하리라 생각할 정도로요. 그랬더라면 좀 더 정확하게 또 체계적으로 농장을 운영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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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권 대표 부부는 이제 겨우 40대의 젊은 한우인이니까, 지금의 배움이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지금의 이 배움이 앞으로 20년, 30년 플러스농장이 더 건강하게 운영되는 데 힘이 될 것이 자명하다. 더군다나 플러스농장은 20년이란 경험치가 든든히 쌓여 있다. 
“배우면 배울수록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커져요. 그래서 앞으로 더욱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워보려고요.”

 

 

어제보다 내일 더 발전하다
지금에 와서는 한우농장을 하는 것이 참 다행이고 또 매일 한우를 키우는 즐거움이 크지만, 이 시간을 맞이하기까지는 고민과 고심도 많았다.
“한우가 매일 자라고 있고 그래서 우리 농장이 하루하루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여요. 앞으로 우리 농장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가 그려지니까, 지금에 와서는 그때 다른 선택을 안 한 것이 참 다행이라고 느껴집니다.”
그 시간을 보내면서 단단해졌고 또 비결이 쌓였으며,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앞으로 한우산업 전체에 또는 우리 농장에 어떤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있을 거예요. 그 시간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 어려움을 기회로 만들어낼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게 지금 플러스농장은 20년 전보다 더 큰 비전을 가지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늘보다 더 성장할 내일의 플러스농장을 그리는 권 대표의 두 손에 뿌듯함이 이미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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