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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니얼의 할매입맛 20세기 맛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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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도 유행이 있고 트렌드가 있다. 최근 몇 년간 흑당, 마라와 같이 달고 매운 음식이 유행했다면, 올해 들어서는 SNS에 꼬습고 쌉싸름하며 슴슴한 맛, 이름하여 ‘할매맛’을 찾으며 ‘할매입맛’을 인증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졌다. 이는 올해 유통가의 ‘맛’도 변화시켰다.

 

 

개성 강한 요즘 젊은 세대를 칭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할매니얼’이다. ‘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한 말로, 밀레니얼 세대가 패션·음식·인테리어 등의 의식주(衣食住)에서 ‘옛날 할머니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데, 해외에서는 ‘그래니 시크(granny chic·세련된 할머니)’ 또는 ‘그랜드 밀레니얼(grand millennial)’이라 부른다. 이 할매니얼들의 ‘할매입맛’이 뉴트로 트렌드를 타고 건강 입맛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6월 ‘할매입맛’은 네이버 신조어 사전에도 올랐다. 이에 따르면 할매입맛은 기존에 향토적이라고 여겼던 식재료 즉 흑임자, 미숫가루, 쑥 등 전통 식재료를 찾아 즐기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할매입맛’ SNS 넘어 유통가 강타
얼마 전 약밥, 모나카, 양갱 등을 즐겨 먹는 여성 가수와 쌍화차를 즐기는 한 남성 가수의 일상이 방송된 후, 그들의 20대스럽지 않고, 할매스러운 입맛이 화제가 됐다. 
사실 SNS 상에서는 이들과 비슷한 입맛, 즉 ‘할매입맛’을 자랑하는 젊은 세대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쑥라떼, 흑임자 아이스크림, 인절미 맛 마카롱, 미숫가루 빙수, 누룽지, 양갱, 모나카, 밥풀과자 등으로 ‘할매입맛’을 인증하는 것은 SNS 상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런 할매입맛 열풍은 자연스럽게 유통가에도 불어와, 제품 패키지 등을 바꾸는 수준이 아닌, 흑임자, 순두부, 쑥, 단호박 등을 원재료로 사용해 한국 전통의 맛을 재현한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올해 유통가에서 내세운 과자, 우유, 아이스크림 등의 흑임자 맛, 인절미 맛 제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한 제과 회사가 내놓은 인절미 맛 과자는 출시 3개월만에 누적 매출 약 40억 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건강한 할매입맛 뉴트로(new-tro) 트렌드와 만나다
이렇게 할매입맛이 대세로 자리 잡은 데는 20~30대 사이에 불고 있는 ‘뉴트로(new-retro, 새로운 복고)’ 바람의 영향이 크다. 뉴트로(new-tro)는 일종의 복고 트렌드인데, 과거의 것을 재현해 중장년층이 그 향수에 빠져드는 레트로(retro)와 달리 과거를 모르는 1020세대들이 옛것에서 새로움, 아날로그 감성, 참신함을 느끼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요즘 젊은 세대에게 한국 전통의 식재료는 색다른 그 무엇인 것이다. 동시에 할매입맛을 충족하는 식품들은 중장년층에게 이미 익숙한 맛으로, 이들의 관심까지 끌어내고 있다. 즉 할매입맛은 세대 구분 없이 통하는 맛인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할매입맛 식품과 제품이 세대 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중장년층은 향수로, 그의 자녀와 손자 세대는 새로운 맛으로, 함께 할매입맛을 즐기며 정을 쌓는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사회 전반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할매입맛을 당기는 이유가 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농식품 소비 지난 10년간 어떻게 변화했나’란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농식품 구매 시 주요 고려 사항으로 안전한 농식품, 건강 증진, 영양성분 등을 꼽았으며, 농총진흥청은 이것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유행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젊은 세대들에게 ‘건강’은 매우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데, 한 대형 식품회사가 씹는 게 불편한 중장년층을 위해 내놓은 ‘죽(粥)’ 제품의 매출 절반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 지갑에서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장년 층을 겨냥한 식품은 고영양식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는 젊은 소비층들에게 ‘건강’이 매우 중요한 구매 포인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위의 죽 제품은 시중 죽 제품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아스파라거스, 유근피(느릅나무뿌리껍질) 등의 프리미엄 식재료를 사용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건강한 한우 맛 할매입맛 사로잡을 수 있을 것
위의 사례는 신선하고 영양도 뛰어난 한우고기로 만든 전통의 한우 요리가 할매입맛을 사로잡으며 젊은 소비층에게 다가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란 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울러 전통의 한우요리를 발굴하고 알리는 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한우자조금 전문가 자문단 황인철 의사는 한우 그대로의 맛이 오히려 옛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뉴트로 세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세대들이 육향 진한 한우 국밥 한 뚝배기를 맛있게 먹고 있으며 심지어 예전 그 한우 국밥집을 찾아다닌다는 일화를 덧붙였다.  
생각해 보면, 한우자조금 소비촉진 현장에서 한우 사골 곰탕을 음료수 마시듯 마시는 이들 중에는 젊은 세대가 적지 않다. 한우자조금이 올해 실시한 한우 곰거리 할인 판매 행사에서 적지 않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할매입맛을 가진 젊은 소비층의 구매력이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한우 곰거리의 영양학적 우수성이 어필된 것이다. 물론 가성비도 좋다.
물론 이 과정에서 ‘뉴트로는 과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빌려 현재를 파는 것’이란 사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즉 본질을 유지하되 재해석으로 현대화하는 전략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우자조금이 가족 구성원 변화, 소비 트렌드 변화, 구매 장소 변화에 걸맞은 무엇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사업 운영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