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우농가 이야기

하던 그대로 성·실·하·게 그 마음 그대로 한·결·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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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샘농장 김정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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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국립축산과학원은 한우개량을 주도할 신규 보증씨수소 20두(66차)를 선발해 발표했다. 그 명단에 전남 화순 한우샘농장 출신 한우도 이름을 올렸다. 약 20년간 한우를 키우며 성실하게 한우개량에 힘써온 보람이, 올여름 이렇게 찾아왔다. 당연히 이것이 한우샘농장 이야기의 결말은 아니다. 지난 20년간 그랬듯, 한우샘농장 김정란 대표는 ‘더 좋은 한우’를 키워내기 위해 성실하고 한결같은 우직함으로 한우샘농장의 이야기를 기록해 나갈 것이다.

 


“이 일에 최적화가 된 것 같아요.
2001년 본격적으로 한우농장 운영을 시작하면서 들인 암소 10여 두는 한우샘농장이 약 162두 한우를 키우는 농장으로 성장하는 밑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배에 있던 넷째 자녀는 지금 고3이 됐다. 그동안 새벽 5시에 농장에 나가 소밥 주고, 7시부터는 자녀 등교를 돕고, 다시 한우농장을 관리하는 일상이 어제도 오늘도 이어졌다. 자녀 4명을 키우며 한우까지 돌봤던, 그 20년 세월이 그렇게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한우샘농장 김정란 대표가 지금에 와서 ‘그 시간이 참 좋았다’라로 회고할 수 있는 것은 그 시간에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분명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어요. 그래도 꾸준히 하면 또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하던 그대로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안전한 사양관리 위해 ‘기록’ 필수
지금까지 김 대표가 빼놓지 않고 해 온 일이 바로 ‘기록’이다. 개체 특성, 분만 시기, 교배 시기, 출하 성적, 계대 정보 등을 한 글자 한 글자 성실하게 기록해왔다. 컴퓨터로 기록하던 중 데이터가 모두 삭제되는 사고 후에는, 수기를 고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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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정말 중요해요. 농장 성적 향상을 위해서는 물론, 특히 사양관리를 안전하게 하는 정보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평소에는 순하다가 새끼를 낳으면 예민해지는 암소가 있어요. 그에 대한 기록이 있으면 아무래도 출산 직후에 조심하게 되죠. 그 사실을 모른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
김 대표는 한우샘농장에서 관리하는 한우뿐 아니라 한우샘농장 출신 한우에 대한 정보도 기록하고 있다. 
“우리 농장에서 출하한 수송아지가 잘 성장해서 출하됐고, 여기에 출하 성적도 좋게 나온 것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출하 성적이 기대와 다르면,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이 되죠.”
이렇게 기록된 지난 20년의 세월은 김 대표가 한우인으로서 단단한 목표를 견지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기록을 보고 있자면 우리 농장 한우의 현재 모습이 보여요. 이 한우들을 정말 잘 지켜나가야겠다고 또 더 잘 키워야겠다는 목표가 뚜렷해집니다.”

 

 

 

육종농가가 되다 보증씨수소가 나다
무엇보다 이 기록은, 한우개량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한우샘농장이 한우개량의 성과를 꾸준히 높이며 좋은 형질의 한우만을 키우는 농장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우리 농장에서 자라는 한우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기록이 결과적으로 한우개량으로 이어졌어요. 도태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니까요. 기록을 보면서 계대 관리를 한 것인데, 출하 성적이 1+ 이상 나오는 한우만 선발했습니다.”
이는 2012년 한우샘농장이 육종농가가 되고, 화순군과 전라남도에서 개최한 한우경진대회에서 수상 소식을 꾸준히 전하는 데 일조했다. 2014년에 후보씨수소를 내고, 올해 드디어 보증씨수소를 낸 농장으로 우뚝 서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보증씨수소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어요. 보람됐습니다. 이번에 보증씨수소가 된 소보다 더 좋은 소를 길러내겠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더 좋은 소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김 대표는 오늘의 성과를 만들어내기까지는 무엇보다 가족들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남편은 직장을 다니며 휴일도 없이 농장을 관리했어요. 아이들은 축사에서 파리를 잡으며 자랐죠. 소밥 챙기느라 가족들 식사를 챙기지 못할 때도 있었어요. 항상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은 항상 응원해줬고, 그 덕분에 한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소가 좋아 내가 좋아’라고 묻던 아들이 어느새 자라서 ‘엄마가 열심히 살아서 나도 열심히 살게 됐다’라며 손을 잡아 주네요.”

 

 

 

엄마의 마음으로
김 대표는 어미소가 출산하고 나면 설탕과 소금을 녹인 따뜻한 물을 먹인다. 미네랄 등 영양소를 보충하는 차원도 있지만, 10달 동안 품었던 송아지가 나왔으니 어미소의 배가 얼마나 헛헛할까 하는 마음에서다. 
“아이 4명을 낳아 키운 엄마잖아요. 그래서 어미소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김 대표가 엄마의 마음으로 성실하게 한우인의 길을 걸어왔다는 증거는 한우샘농장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년 전 김 대표가 집을 한우농장 바로 옆에 짓겠다고 결심한 것은 한우를 가까이에서 더 자주 관찰하고 문제에 바로바로 대처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한우를 지켜내기 위해 ‘왜 집에 못 오게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들을 정도로 농장 방역에도 철저함을 기해왔다. 김 대표가 지게차, 트랙터, 볏짚 절단기 등을 직접 다루게 된 것도 한우 밥때를 더 잘 챙기겠다는 마음에서다. 
이렇게 엄마의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한우인의 길을 만들어온 김 대표가 요즘 새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바로 후배 한우인들에게 시행착오와 실패를 덜 경험하고 또 덜 돌아가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해 줄 때이다. 
“시행착오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어요. 힘들지 않았냐고요? 아니요.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재미가 컸습니다. 또 많이 배웠고요. 지금에 와서는 그 경험을 나눌 수 있으니, 포기하지 않고 한 우물을 파길 잘했다는 뿌듯함도 큽니다. 앞으로도 이 우물을 계속 팔 거예요. 항상 하던 그대로요.”
성실함의 힘으로 자라고 있는 예쁜 한우를 보고 싶다면 한우샘농장에 가 보자. 그곳에서 ‘앞으로도 한결같이 성실하겠다’는 약속을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지키고 있는 여장부 김 대표를 만나 성실함의 가치를 느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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