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우농가 이야기

한우와 함께하는 행복한 인생2막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충남 천안 남산농장 정현자 대표>

 

히2007-한우-6.png

 


충남 천안 남산농장 정현자 대표는 우(牛)바라기이다. 집에 앉아서도 종일 한우만 바라보고, 남편과 나누는 모든 대화의 주제도 한우이다. 한우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발소리를 죽여 우사를 돌아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약 13년 전 ‘평생 소를 키우고 싶다’는 남편의 꿈을 응원하고자 시작한 한우농장이, 이제는 정 대표의 모든 것이 됐다. 한우와 함께 인생2막을 행복하고 평온하게 보내고 있는 정 대표를 만난 건, 신록이 푸른 6월의 어느 날이다.

 


남산농장 정현자 대표의 집 거실에 앉으면 우사가 바로 올려다보인다. 이 집은 정 대표가 직접 설계했는데, 벌레, 먼지, 땅의 습기 등을 막고자 계단이나 마루를 만들어 땅에서 띄워 짓는 보통의 시골집과 달리 땅에 딱 붙여서 지은 것이 특이하다.  
“이 집을 지을 때 가장 신경 쓴 것이 ‘집에서 우사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동선 확보’였습니다.”
집의 구조를 일자형으로 설계한 것도, 집 바로 앞에 우사를 신축한 것도, 한우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겠다는 이유에서이다. 

 

 

다독(多讀) 남산농장의 길을 만들다
인생2막을 한우와 함께하겠다고 결정한 후, 정 대표는 우선 축산 관련 신문, 잡지 등을 열독하며 한우 사양관리와 한우농장 운영을 위한 기본기를 다졌다. 
“당시 남편이 한우 10여 두를 키우고 있었지만, 그때까지 사실 한우 사양관리라든가 한우농장 운영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어요. 좋은 한우를 들이려면 한우를 보는 눈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죠. 중고 화물차를 사서 남편과 경매장도 다녔고, 컴퓨터를 못 다뤘지만 노트북을 사서 한우와 농장 운영 관련 기록도 시작했어요.”
남산농장이 비육농장에서 일관사육 농장으로 사양관리 방법을 바꾸고 한우개량을 시작한 계기도 축산 관련 잡지에서 읽은 전문가 칼럼이었으니, 정 대표가 한우인으로 거듭나는 데 ‘독서’가 길잡이가 된 셈이다.
“선별해서 한우를 들였는데, 출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답이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길을 모르면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그때 한 관공서에 비치해 둔 잡지에서 ‘한우개량’ 이란 네 글자를 발견했어요. 약속도 안 잡고 그 칼럼을 쓴 전문가를 찾아갔죠.”
이렇게 한우개량을 시작하고, 남산농장은 전국한우협회장상, 축산물품질평가원장상 등 ‘전국 한우 능력 평가 대회’에서 세 번이나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우개량을 시작하고 다른 농장도 많이 다녔고, 또 많이 배웠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자만심이 들었나봐요. 이것은 안 한다 또는 안 해도 된다 등과 같은 말들에 귀를 기울이며 편안하게 한우를 기르려는 모습이 어느날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문제가 생겨도 우리 농장에 생기고 좋은 일이 생겨도 우리 농장에 생기는 것인데, 게을러진 것이죠. 반성이 됐습니다. 정석대로 교과서 대로, 기본에 충실한 한우 사양관리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히2007-한우-7.png


여기서 정 대표는 각 농장이 처한 환경에 적합한 농장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농장의 방식이 남산농장에 꼭 맞는 방식이 아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농장에서는 한우에 사료와 건초만 먹이고, 볏짚은 먹이지 않아요. 지역 여건 상 볏짚을 꾸준히 수급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물론 사들여올 수는 있어요. 하지만 한우에 일정하게 볏짚을 급여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예요. 그런데 건초와 사료는 정한 양대로 일정하게 급여할 수 있죠.”

 

 

한우가 행복한 남산농장
남산농장 뒷편 산에는 한우들이 우사에서 나와 뛰어놀 수 있는 한우 운동장이 자리했다. 취재팀이 찾은 날, 한우들이 우사에서 나와 운동장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여기가 원래는 악산이었어요. 그것을 깎아서 초지를 조성했어요. 사육두수가 적을 때는 매일 나갔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못 나가네요. 그래도 그렇게라도 운동장에서 한 번씩 스트레스를 풀면 한우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한우를 키우면서 정 대표가 가장 신경 쓴 것이 바로 한우 스트레스 관리이다. 한우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는 우사에 들어가지 않고, 들어갈 일이 생기면 발소리를 죽인다. 청결한 우사 환경을 위해 수시로 닦고, 쓸고, 정리한다. 분만칸을 따로 만들어, 어미소와 송아지가 한 칸에서 단란하게 지내도록 환경을 조성한 것도 정 대표의 혜안이다.
남산농장의 적정 사육 마릿수는 약 230두이지만, 현재 남산농장의 사육두수가 약 150두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30두를 키운 적이 있어요. 우리 부부가 키우기가 버겁다 싶어서 150두로 줄였는데, 그 후 한우가 스트레스를 덜 받아, 수태율도 좋아지고, 등급도 더 좋아졌어요. 우리 부부도 편하고 한우도 편하고, 그래서 지금의 사육두수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한우와 함께하는 행복하고 여유로운 인생2막 
한우인이 되고 정 대표가 지켜온 원칙 중 하나는 한우를 출하한 후에는 반드시 공판장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한우인은 한우를 잘 길러내야 하잖아요. 한우를 잘 기른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한우고기를 생산하는 일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농장에서 출하한 한우고기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고, 개선할 일이 있으면 개선해야죠.” 
한우를 키우고 난 후, 정 대표가 연말마다 하는 것이 바로 연말 결산이다. 매출과 지출을 비교해 1년 동안 얻은 수익을 계산해 보는 것인데, 여기에는 산차나 폐사 등을 고려해 남산농장 한우들의 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된다. 
 “다행히도 매년 수익 곡선이 우상향해 왔어요. 한우 키우는 재미도 비례해서 커졌고요. 인생2막을 위해 한우농장 운영을 결정할 당시,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편의 꿈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한우는 저의 행복이 됐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다면?’ 확실한 것은 지금 한우를 키우면서 느끼는 매일의 행복을 결코 느끼고 살지는 못할 것이란 사실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매일 이렇게 할 일이 있는 것은 모두 한우 덕분이죠. 지금 이렇게 한우자조금 소식지와 인터뷰를 하는 것도 결국 한우가 맺어준 인연 아닌가요. 사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어떻게 키울지 걱정이 앞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생명이 태어나는 행복함이 너무 큽니다. 이렇게 행복해지니까 지난 시간에는 없었던 일상의 여유도 찾아왔어요. 마음의 자유를 얻었죠. 늘 부족한 저를 채워주시는 천안축협과 한국종축개량협회 관계자, 한우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금처럼 한우와 함께하는 평온한 일상과 한우와 함께하는 확실한 행복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정 대표에게 응원을 더한다.   
 

 

히2007-한우-8.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