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우농가 이야기

“내 것이 모두 내 것은 아니기에”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실천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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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바농원 배자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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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에 위치한 크로바농장은 ‘2019년 전국 한우 능력 평가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쥔 후, 전국에 그 이름을 날렸다. 대통령상을 받아서도 그렇지만, 겨우 10년 차 한우농장에서 이뤄 낸 성과란 점에서, 더군다나 20년간 유자(柚子)를 길러온 유자 명인이 한우 명인 타이틀까지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유자와 한우, 두 분야에서 ‘명인’ 칭호를 받은 크로바농장 박태화 대표는 그 일등공신이 바로 아내 배자영 대표임을 분명히 밝혔다. 유자꽃 피는 계절, 남편 박태화 대표와 손을 꼭 잡고 한 방향을 보며 묵묵히 걸어온 배 대표와 함께했다.

 


“이끼가 낀 물통의 물을 한우에게 먹일 수는 없잖아요. 요즘처럼 기온이 높을 때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합니다.”크로바농장 배자영 대표는 오늘도 우사 물통 청소에 여념이 없다. 꽃집을 운영하는 고운 손으로 유자를 기르는 향기로운 손으로, 사람이 먹는 것처럼 깨끗한 물을 한우에게 먹이기 위해 하루 두 번 물통 청소를 해 온 지 10년 가까이 됐다. “남편은 유자농장에 가면 날마다 유자나무가 자라는 것이 보인다는데, 저도 20년 넘게 유자를 키웠지만, 사실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런데 한우를 보면 매일 자라는 것이 보여요. 생동감이 느껴지죠. 그래서 한우농장에 오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좋은 거름이 좋은 유자를 만들기에
약 10년 전 크로바농장의 시작점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바로 ‘좋은 유자 생산을 위한 양질의 거름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 목표는 달성이 돼, 크로바농장에서 생산된 보슬보슬하고 냄새도 없는 잘 부숙된 퇴비는 1만 평 규모의 유자밭에 뿌려져, 껍질이 두껍고 향도 진한 상(上)품의 유자를 더 많이 수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에 대한 부담을 없애는 결과로도 이어졌다.“분뇨에 수분이 많으면 좋은 퇴비를 만들기가 어려워요. 4개월에 한 번 반드시 축사 청소를 하는 이유입니다. 또 퇴비사에 나간 분뇨는 보름 간격으로 네 번 정도 뒤집어 줍니다. 공기가 들어가야 부숙이 잘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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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유전 형질이 한우개량의 성과를 결정하기에
‘전국 10% 안에 드는 한우를 길러 내자!’ 크로바농장 출발점엔 이와 같은 목표도 있었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크로바농장은 이 목표를 초과 달성해, 10년 차에 전국 0.1% 농장으로 성장했다. 좋은 거름이 좋은 유자를 생산하듯, 짧은 시간에 이런 성과를 낸 데는 처음부터 유전 형질이 좋은 송아지를 확보하기 위해 기꺼이 투자한 덕분이다. “2010년 당시, 송아지 가격이 80만~100만 원 정도였어요. 그런데 남편이 시세보다 5배 가량 높은 가격으로 송아지 5두를 사들였어요. 이왕 한우를 키우려면 고급육 생산을 목표로 하고, 그러려면 유전 형질이 우수한 송아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남편의 말에 믿음이 갔습니다. 당시 남편의 나이가 50세가 넘었으니, 한우개량을 처음부터 시작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란 판단도 있었고요. 그때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도 많았지만, 남편의 판단을 믿었습니다.”결과적으로 지난해 대회에 출품한 한우가 그때 들였던 송아지의 후대손이니, 배 대표의 믿음이 옳았다. 배 대표는 좋은 유전 형질의 송아지를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은 그 후 한우 선발·도태 과정에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크로바농장에는 초우량암소 1두, 우량암소 6두 등 배 대표의 마음에 꼭 드는 우수한 형질의 한우 40두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크로바농장 1++ 출현율은 무려 8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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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소리와 배움이 한우를 성장시키기에
유전 형질이 좋다고, 한우가 저절로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한우는 사람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던가. 배 대표는 하루 세 번 이상 우사를 돌며 한우의 되새김질, 발정, 배설물 등을 관찰하는데, 한우의 상태에 바로바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우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성적도 잘 나온다는 생각에, 우사가 윤이 날 정도로 청소와 정리정돈에도 신경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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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실시하는 소독은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환기를 매우 중시하고 있는데, 가장 높은 곳의 높이가 7.5m에 이를 정도로 우사의 천장을 높게 지은 것도 환기를 위해서다. “바닥에서 가스가 올라오면 한우가 눈물을 흘려요. 잠도 잘 못 자고, 되새김질도 어려워하죠. 한우가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 고급육이 나올 수 없습니다.”무엇보다 한우를 건강하게 잘 길러 내기 위해 공부에 부지런히 임했다. 전국을 다니며 교육을 받았고, 전국에 있는 한우 선도농장을 찾아 다녔다.“처음에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렇게 모르는데 어떻게 한우를 잘 기르겠나란 반성이 됐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한우를 건강하게 잘 길러 내기 위해, 더 열심히 찾아 다니며 배웠습니다.”

 

 

나눔이 행복임을 알기에
이렇게 성장일로의 길을 걸어 온 크로바농장은 지난해 전국 한우 능력 평가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후, 귀농한 이웃에게 우량 암소 한 마리를 아무 조건 없이 분양했다. 20년간 유자농장을 일구고 10년 가까이 한우농장을 운영해 오면서, 국가와 지역사회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그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무엇보다 농촌을 함께 이끌어 갈 귀농인들의 자립을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 크다. “한우를 키우면서 욕심 때문에 고생한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지난해 대회에 출품한 한우도 사실은 욕심 때문에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죠. 그러니 내가 가진 것이라고 모두 내 것은 아니죠. 지난해 우량 송아지 나눔을 실천하고 마음의 행복이 더욱 커졌어요.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는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한우를 길러내고 싶습니다. 그러면 한우도 더 행복하게 잘 자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