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우농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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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함평 지은이농장 한미자 대표>

 

히여성 한우농가_1.jpg


전남 함평에 있는 지은이농장에 새 생명의 충만한 기운이 가득한 봄이 찾아왔다. 벌써 열한 번째 봄이다. 올봄에도 지은이농장에는 생명 탄생의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한우개량을 체계화한 후 맞은 첫 번째 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취재진이 찾은 전날 밤에 태어난 송아지를 바라보는 한미자 대표의 얼굴엔 봄 햇볕만큼이나 따뜻한 미소가 가득했다.
2020년 봄은 여느 해와는 사뭇 다르게 우리 곁을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다르게 흐르고 있는 탓이다. 
지은이농장 한미자 대표에게도 코로나19는 적지 않은 부담이란다. 경매시장 폐쇄로 한우 출하 시기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농장 운영 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지 등에 대한 걱정이 크다. 
“곧 안정이 될 거라고 믿어요. 사실 한우 가격이 내려가면 어떻게 하나란 걱정이 가장 컸는데, 그래도 지금까지는 유지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오늘 아침에 문자가 왔는데, 경매시장도 곧 재개된다고 하네요. 한숨이 놓입니다. ”

 

 

한우는 관심을 먹고 자란다
한 대표가 지난 11년간 한우와 함께해 온 시간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우직함’이다. 한우 밥때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하루 기본 다섯 번은 한우를 관찰하기 위해 우사를 돌아볼 정도로 한우를 관심과 사랑으로 돌봤다. 혹여 한우에 대한 관심이 줄까 봐 일부러 우사에 급이기도 들이지 않았다. 
“한우의 특성과 특징이 제각각이에요. 우리 농장에서는 번식우가 살이 찌지 않게 하려고 번식우 일(日) 사료 급여량을 3㎏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개체에 따라서는 더 주거나 혹은 덜 줘야 하기도 하죠. 관찰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애정을 쏟다 보니 이제는 한우와 대화도 하고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 배가 고픈 것인지, 새끼를 낳는 것인지, 새끼를 찾는 것인지, 한우 소리만 듣고도 다 안다.
“한우 밥 줄 때 실수로 안 주고 지나가면 ‘왜 안 주냐’며 한우가 의사를 표현해요. 한우가 새끼를 낳을 때 ‘힘 조금만 더 써 볼까’라고 말하면 알아듣고 힘을 더 줘요. 신기하다고요? 저는 한우를 키우는 일이 정말 좋아요. 그래서 관심을 두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한 대표의 관심과 애정은 11살이 된 지은이농장에서 만난 11산을 앞둔 암소를 보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심은 통한다고 하잖아요. 마음을 열고 한우를 대하면 한우도 무럭무럭 잘 자라는 것 같아요.”
당연히 이는 지은이농장 한우의 우수성으로도 직결됐는데, 지은이농장 출신 송아지가 경매시장에서 1차에 낙찰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상위 1% 번식우 농장’이란 칭찬도 이어지고 있고, ‘지은이농장에서는 어떻게든 한우를 건강하게 잘 길러낸다’는 소문도 일대에 자자하다. 

 

 

경매시장 가는 여성 한우인
한 대표는 지난 11년간 한우 경매장을 찾는 일을 한 번도 거른적이 없다.  
“경매시장에 처음 갔을 때, 여자는 저만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경매시장에 가면 여성 한우인이 많아졌어요. 직접 한우를 탑차에 태워서 가는 멋진 여성 한우인도 있습니다. 격세지감을 느껴요. 동기부여도 되고요.”
한 대표가 꾸준히 경매장을 찾는 이유는 한우를 더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경매장에 가면 정말 좋은 소가 많이 나오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키웠는지 보면서 우리 농장의 부족한 점을 찾아요.”
그러면서 한 대표는 10년 전 초보 한우인 시절을 떠올렸다. 
“한우농장마다 자신만의 사양관리법이 있잖아요. 한우농장을 시작하고 얼마 후 궁금한 것이 생겨서 주변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시는 선배 한우인 다섯 명에게 물었더니, 다섯 가지 답변이 나오더라고요. 그때는 잘 몰랐으니까, 무엇이 정답인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죠. 그때 깨달은 것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한 대표는 함평 한우대학교 1회 졸업생이 됐다. 
지금도 한 대표는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데, 현재 한 대표는 ‘한우자조금 2019~2020년 한우농가 종합컨설팅’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 농장 맞춤 컨설팅이 이뤄지고, 또 사양관리부터 경영관리 부문까지 알기 쉽게 잘 설명해 주셔서 농장 운영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덕분에 엄두를 못 냈던 한우개량도 시작했고요. 앞으로 남은 컨설팅도 기대가 됩니다.”

 


새봄, 지은이농장에 새 기운이 넘치다
2020년 봄, 지은이농장엔 새롭고 특별한 활기가 넘친다.
“우리 농장에서 처음으로 고등등록우가 탄생했어요. 바로 오늘 아침에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네요. 보람도 되고요.”
무엇보다 새롭게 시도하는 일이 많아졌다. 한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래서 한우농장 운영에 ‘스릴’과 ‘설렘이 넘친다. 
한우인 인생 처음으로 직접 경매시장에서 사들여온 송아지가 농장에 잘 적응하고 있으니, 이 또한 기쁜 일이다. 경매시장이 다시 열려 송아지를 사러 나가는 날 한 대표의 발걸음에는 기쁨이 더욱 크게 담길 것이다. 
지난해 한우개량을 시작하면서 사들인 질소 통은 여전히 새것이다. 한 대표는 “이번에 처음으로 정액도 직접 신청해 봤다”며 “내일 발표가 나는데, 우리가 신청한 정액을 받을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지난해 한우개량을 시작하면서 수정한 송아지가 태어나기 시작했는데, 여느 해보다 송아지가 크게 태어났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에요. 이제 한우개량을 시작한 것이 좀 늦은 감은 있어요.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고 하잖아요. 주변에서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을 내서 매진하고 있습니다. 당장 큰 성과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요. 올봄부터는 남편도 본격적으로 한우농장 일에 뛰어들었으니, 시너지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거예요.”
인정받는 한우를 길러내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 대표의 다짐 위에 봄볕이 따뜻하게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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