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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심비+가성비 = 플렉스(flex) 자린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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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로 플렉스 해 버렸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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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최고의 성능을 갖춘 제품을 찾는 가성비 소비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추구하는 가심비 소비를 동시에 추구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기도 하고 탕진하는 재미에도 빠진다. 이렇게 가성비를 추구하는 동시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상반된 소비행태를 보이는 요즘 소비자들을 ‘플렉스 자린고비·앰비슈머·가치소비자’라 부른다. 

 


#매일 쓰는 비누·샴푸·휴지 등을 살 때는 무조건 최저가를 외치지만, 한 달 월급을 모두 들여 명품·한정판을 사는 데도 망설임이 없다. 
요즘 소비자들은 일상에서는 ‘자린고비’의 소비행태를 보이지만, 나를 만족시키거나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템은 과감히 ‘플렉스’ 해 버리는 이중적인 소비행태를 보인다.

 

 

싸야 좋고 비싸도 좋다
이베이코리아는 얼마 전 옥션 방문 고객 1,9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소비심리 및 소비계획’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는 식품과 생필품을 살 때는 가성비를 따지는 대신에 명품이나 프리미엄 가전처럼 고가 제품을 구입할 때는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플렉스하는 자린고비’ 소비자들이 더욱 확산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비교적 단가가 낮은 필수구매 품목에 돈을 아끼는 대신 프리미엄을 내세운 고가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른바 ‘일점호화형 소비심리’가 확산될 것으로 본 것이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싸고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품목은 △생필품·생활용품(26%) △식품(20%) △패션·뷰티(18%) △디지털·가전(12%) 취미용품(7%) 순이었고, 비싸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는 품목은 △명품 포함 패션·뷰티(23%) △디지털·가전(23%) △식품(13%) △가구·인테리어(12%)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27%)과 남성(22%) 모두 알뜰 구매 품목으로 ‘생필품·생활용품’을 꼽았다. 가격을 개의치 않는 품목으로 여성은 ‘패션·뷰티(명품)(25%)’ 제품을, 남성은 ‘디지털·가전(28%)’ 제품을 선택했다. 
가치관의 우선순위에 있는 것에는 소비를 아끼지 않는 대신 우선순위에 없는 것에는 소비를 꺼리는, 가치소비자들의 행태도 이와 닮아있다.

 

 

평범한 한 끼 특별한 한 끼
#평소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해결해도, 월급날에는 한우 등심으로 한 달 동안 수고한 나를 위로한다. 
이중적인 소비행태는 식품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9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20년 7대 식품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앰비슈머’를 꼽았다. 앰비슈머는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플렉스 자린고비와 상통하는 개념이다. 점심은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를 먹지만 저녁에는 고량주와 마라탕으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것이다.
이는 외식 업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9년 외식 소비행태’를 보면 2019년 외식 소비자들의 월평균 외식 빈도는 13회로 2018년보다 월 1회가량 줄었는데, 외식비용 자체는 오히려 늘었다. 평소에는 저렴하면서도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혼밥’을 주로 선택하지만, 이왕 외식을 해야 한다면 좋은 곳, 비싼 곳. 예쁜 곳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평소에는 질 좋고 저렴한 고기를 즐기는데, 오늘은 한우로 플렉스 해 버렸지 뭐야.’ 

 

 

플렉스(flex)와 자린고비는 통한다
자린고비와 플렉스는 상반된 개념이지만, 이 두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동일하다는 분석이다. 바로 경제성장 둔화, 취업난 등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다. 
소비를 위한 여유가 크지 않으니 가성비와 가용비를 따지는 소비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실용적인 소비, 자린고비 소비는 필수인 것이다. 
그렇다면 플렉스 소비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영국의 경제심리학자 에이드리언 펀햄 교수는 인간이 소비하는 동기를 불안할 때, 우울할 때, 화가 났을 때로 보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런 감정이 일어났을 때 자기 존재를 인정받으려고 소비를 한다는 설명이다. 즉 소비 여력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고 또는 우울한 감정을 환기하려고 플렉스 소비에 관심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플렉스 소비는 힙합 문화에 익숙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망설임이 없는 요즘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측면도 크다는 분석이다. 
과소비, 과시 소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것과 달리 플렉스 소비문화가 용인되고 때로는 환영을 받는 점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기업에서 2030세대 3,064명을 대상으로 ‘플렉스 소비문화’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 52.1%는 플렉스 소비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1위는 ‘자기만족이 중요해서(52.6%, 복수 응답)였다. 다음으로는 ‘즐기는 것도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43.2%)’,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것 같아서(34.8%)’, ‘인생은 즐기는 것으로 생각해서(32.2%)’, ‘삶에 자극이 돼서(22.2%)’ 등의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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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BOX
‘플렉스(flex) 해 버렸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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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는 원래 ‘구부리다’라는 뜻이다. 그러다가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을 자랑할 때 쓰이며 ‘과시하다’라는 의미가 더해졌고, 1990년대 들어서는 미국 힙합 문화에서 ‘재력이나 귀중품 등을 과시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쇼미더머니’와 같은 힙합 프로그램의 인기로 힙합이 대중화되고, 래퍼들이 성공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플렉스’란 단어 ‘플렉스 해 버리는 문화’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2020 팔리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김나연 외 8인, 한스미디어)’에 따르면 플렉스는 이미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다양한 형태의 플렉스 행위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 활용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