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우농가 이야기

‘한우 좀 키울 줄 아는 젊은 한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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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우를 키우겠다는 든든한 다짐

<충북 음성 동훈농장 정예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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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를 잘 돌보는 딸이 든든하고 대견한 아버지와 항상 자신을 믿어주고 늘 격려해주는 아버지가 고마운 딸, 부녀가 마주하는 두 눈길이 그렇게 다정할 수 없다. 그 따뜻한 시선은 고스란히 한우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져, 부녀가 키우는 한우의 두 눈이 그렇게 깊을 수 없다.
아버지의 일손을 돕겠다는 효심으로 시작한 한우농장 일이 이제는 평생의 직업이 된, 20대 여성 한우인 동훈농장 정예진 대표를 소개한다.

 


“한우 좀 키울 줄 아네.” 
동훈농장 정예진 대표를 향한 칭찬의 말이다. 1년 10개월 전만 해도 한우 키운다고 하면 “젊은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한우를 키운다고?”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그 시간에 정 대표가 얼마나 성실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는지 눈에 선하다. 
귀표가 뭔지 KPN이 뭔지도 몰랐는데, 책임감을 갖고 노력한 결과, 이제는 한우농장을 수 십년 경영한 선배 한우인과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너무 즐거운 일이 됐을 정도로 전문 한우인으로 성장했다.  
“한우와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해요. ‘스트레스가 없었어요. 가끔 직장 생활하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이렇게 일찍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경계하지 않는 한우도 좋고, 무엇보다 아버지와 일하는 기쁨이 큽니다.” 

 

 

한우 살리는 한우인이 되자!
2018년 12월 15일. 이날은 정 대표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다.
“농장에 저 혼자 있었는데, 덜컥 송아지가 태어났어요. 혼자서 송아지를 받고, 방도 만들어주고, 젖도 물렸죠. 그러고 났더니 이제 혼자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
그 후 지금까지 정 대표는 약 60두의 송아지를 받았고, 지난 2월 21일에는 올해 첫 송아지를 안아 올렸다. 
“농장에 들어오고 두 달 정도 지나서 설사병으로 송아지가 죽었어요. 치료 방법을 몰라 발만 동동거리는 일을 다시는 만들지 말자고 결심했죠. ‘살리는 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처음부터 ‘죽이는 일’을 만들지 말자고 작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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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로 반성이 많이 됐다는 정 대표는, 길었던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자르고, 더 많이 배우기 위해, 더 많은 한우인과 교류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한우를 관찰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아껴 썼다. 이러한 노력의 시간은 정 대표를 성장시켰다.
“송아지가 20두·30두 이렇게 태어나면 누가 설사했는지, 누가 더 심각한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도 잘 가려내고 잘 구분하고 잘 관리하고 잘 치료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하루가 24시간인 것이 너무 좋아요. 24시간 동안 송아지를 관찰하고 치료할 수 있잖아요.”

 

 

참 좋은 한우 키우는 한우인이 되자!
정 대표가 농장에 들어오고 농장도 활기를 찾으며 다시 성장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약 6년 전 브루셀라병이 발병해 전 두수를 살처분했어요. 아버지가 20년 넘게 개량한 한우였죠. 상심이 컸던 아버지는 번식·개량보다는 파는 일에 집중하셨어요. 하지만 정성 들여 키운 좋은 한우를 파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정 대표는 ‘우리 농장의 한우를 더 좋은 한우로 키워보자’라는 목표를 세웠고, 한우 개체 정보를 기록하는 일로 한우개량 준비에 착수했다. 
“한우개량의 기본은 기록이니까, 무작정 기록을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저도 우리 농장 한우에 대해 더 잘 알게 됐어요. 이제는 이력번호도 계대도 다 외우고 있고, 생김새만 봐도 누가 누군지 구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우개량은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그동안 한우개량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온 정 대표를 옆에서 지켜본 아버지 정병민 대표는 “번식은 전적으로 다 맡겼다”면서 “이 부분에서는 예진이가 나보다 나은 것 같다”며 정 대표를 치켜세웠다. 아버지의 기대에 정 대표는 든든하게 화답했다.
“우리 농장 이름을 대면 ‘아 거기 한우 잘 키우지, 거기 한우 좋아’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평생’ 한우인이 되자!
“예진이가 들어와서, 나는 요즘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정 대표가 마음에 품은 아버지의 이 한 마디는, 정 대표가 한우인으로 걸어갈 평생의 그 길에 큰 응원이 됐다.
“처음에 주변에서 ‘여자 여자 여자’ 하니까, ‘혹시 여자라서 부족한 부분이 있나? 혹시 남동생 동훈이가 농장을 운영하면 더 잘하지 않을까?’란 의문이 늘 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의 이 한 마디에 그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아버지는 늘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시고, 차근차근 배우면서 천천히 가도 된다고 격려해 주세요. 믿어주시니까, 더 힘내서 더욱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축산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당부는 정 대표가 한우인의 길을 걸어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정 대표는 곧 세 번째 우사를 완공한다고 밝혔다. 그곳에는 온전히 정 대표의 꿈과 목표가 담길 것이다.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농장으로 만들겠다’는 정 대표의 다짐이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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