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맛보기

못난이들의 반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못생긴·인기없는 선호되지 않는 = 색다른·희귀한 가치있는 것

 

트렌드 맛보기_1.jpg


못난이들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보기 좋은 것이 맛도 좋다지만, 보기에 좋지 않다고 여겼던 것들 역시 맛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정해 놓은 표준 규격과 달라서 혹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서 버려졌던 많은 것이 우리의 장바구니를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색적인 것, 희귀한 것, 가치있는 것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한 요즘 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이 만들어 낸 ‘못난이 신드롬’이다.

 


최근 인기리 방영되고 있는 쿡방 중 하나가 바로 SBS ‘맛남의 광장’이다. 우리나라 농수산물을 살리자는 취지로 시작한 이 방송은 인기가 없거나 활용도가 떨어지는 농축산물 즉 ‘못난이 농축산물’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못난이 감자’는 이 방송 이후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한우의 사태 부위를 활용한 사태 수육과 한우사태 국밥이 소개된 후에는 지방이 적고 질겨 선호되지 않았던 한우 사태가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못난 게 맛도 좋네’
정해 놓은 표준 규격에서 벗어난 ‘못난이 농산물(이하 못난이)’에 대한 관심은 이 방송의 영향만은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이 장터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 프랑스의 한 슈퍼마켓 체인은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문구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해 캠페인과 판촉 행사를 벌여 못난이에 대한 인식을 높인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못난이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졌는데, 볼륨 자체는 크지 않아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한때 못난이는 농약·비료를 하지 않고 자란 유기농 농산물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인기를 얻은 바도 있지 않은가.   
못난이 활용을 위한 노력과 시도도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이버거래소는 수출용 못난이 딸기를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에 제철딸기음료 원료로 납품하기로 협약했다. 못난이를 활용한 HMR(Home Meal Replacement), 못난이를 활용한 푸드테크 산업, 못난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는 스타트업 등의 등장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선호되지 않았던 그래서 냉동실에 산더미처럼 쌓이거나 버려졌던 한우, 돼지, 닭 등의 육류 비선호 부위는 ‘특수부위’란 이름으로 날개를 달았다. 
또한, 잘 몰라서 혹은 가격 때문에 구매가 적었던 특수부위들은 그  ‘희귀성’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됐다. 실제로 한우고기 구이용으로 등심, 안심 외에 살치살, 안창살 등을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잘 알려진 부위와 다른 식감과 풍미는 입소문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런 인기를 반영, 한 유통업체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치마살, 부챗살, 안창살, 토시살, 제비추리 등의 특수부위를 담은 한우 특수부위 선물 세트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특수부위의 인기는 수구레, 유창, 홍창 등과 같이 더욱 특수한 부위의 발굴로 이어지고 있다. 

 

 

특수한 것 희귀한 것
이런 못난이들의 인기는 불편하고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환경을 우선하겠다는 필환경 트렌드·윤리적 소비 트렌드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못난이에 대한 관심은 ‘상품 가치가 낮다는 이유로 판매되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가 상당하다’는 것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고, 못난이 소비가 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인식 확산은 소비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아울러 못난이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희귀하며 신기한 것을 추구하는 최근 소비성향을 저격했다는 분석이다. 새롭고 특별한 것을 맛보고 이것을 SNS 등에서 공유하는 문화가, 알려지지 않고, 관심있게 보지 않은 것들을 색다르고, 희귀하고, 가치있는 것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한 마리에 100g, 200g만 발굴되는 희귀성에 눈이 가지 않겠는가. 그 과정에서 못난이가 왜 못난이가 됐고, 어떤 곳에서 성장했는지 등에 대한 스토리가 발굴된 점도 못난이의 인기에 기여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도 못난이들의 인기요인이다. 못난이지만 가격과 영양 등은 소위 말하는 정상품과 동일하고, 하지만 수요가 적어 가격은 저렴한 것이다. 유통업자 입장에서도 원가절감을 이룰 수 있으니 관심을 높일 수밖에 없다. 특수부위 전문점이 늘어나는 이유가 된다. 아울러 저렴한 못난이를 활용한 HMR, 가공식품 등의 개발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고, 이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결과와 맞물린다.  
가공 기술, 유통 기술의 발달로 못난이가 음식재료로 가치를 높이게 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이를테면 육류 숙성기술의 발달은 질겨서 인기가 없던 저지방 부위에 대한 소비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못난이 시장을 구축하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선호 부위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는 등 비선호 부위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한우자조금 민경천 위원장의 발언에 관심이 모였다. 
못난이들의 인기는 농가와 산업 분야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에 형성됐던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형성이란 측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히트렌드 맛보기_2.jpg

 


물론 시장이 그냥 형성되지는 않는다. 발굴하고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우의 비선호 부위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기 위해서는 또 그것이 농가의 수익과 한우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지금부터 못난이 활용법을 절절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