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우농가 이야기

“키 작은 여자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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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 백상농장 김경숙 대표>

한우인이란 자부심  전문 직업인이란 자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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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에 있는 백상농장의 시작점엔 한우 2두가 전부였다. 그때는 한우 15두를 키우는 옆집이 그렇게 부러웠는데, 어느덧 백상농장은 우사 5동에 한우 약 400두가 자라는 곳으로 성장했다. 2010년부터는 육종농가로 활약하고 있다. 기초를 견고하게 다지며 매년 성장일기를 써온 백상농장. 굽고 성한 틈 없는 백상농장 김경숙 대표의 귀한 두 손에 그 세월 이야기가 촘촘히 박혔다. 김 대표는 10년 전부터 만학도의 길을 걸으며 ‘키 작은 여자도 한우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축산기능사, 축산산업기사, 축산기사, 가축인공수정사 등 웬만한 축산 관련 자격증은 죄다 취득했다. 식육처리기능사, 유기농기능사에 아마추어 무선사, 동물간호복지사, 바리스타 자격도 갖췄다. 이 외도 일일이 나열하기 숨찰 정도의 자격증과 수료증이 호명됐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는 종자기능사 공부에 한창이었다. 
2019년에는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조만간 박사 과정에도 들어갈 예정이며, 여성 최초의 ‘한우 마이스터’에도 재도전한다. 
남편과 한우농장을 관리해 오던 백상농장 김경숙 대표가 만학도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우리나라 민족산업인 한우산업을 잘 지켜 후대에 넘겨주는 데 역할을 해 보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특히 여성 한우인으로서 말이다.
“여성 한우인들이 전문 직업인이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보다 주도적으로 한우농장을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여성 한우인들이 농장 운영을 남성 못지않게 잘하는데, 유리천장은 여전하죠. 그래서 누군가는 우리 ‘여성 한우인’도 한우산업 발전을 위해 무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 누군가가 ‘김경숙’이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키 작은 김경숙’도 본보기가 될 수 있죠. 여성 한우인의 긍지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배움이 필요한 이유 
김 대표가 학업에 정진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백상농장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는데, 가장 큰 변화는 농장 운영에 ‘주도성·주체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백상농장 한우를 살리는 일에 기여했다. 
“송아지가 아플 때, 골든타임 안에 전문가가 우리 농장에 항상 당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만에 하나 구제역 발생으로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지면 어떻게 하죠? 아주 전문적인 부분은 전문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해요. 하지만 링거를 놓는 등의 간단한 처치는 농장주가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한우를 살리려면 골든타임을 지켜내야 하니까요.”
사실 처음에는 덩치가 큰 한우의 뒤에 서서 인공수정을 하고 또 송아지에게 주사 바늘을 꼽는 일이 쉽지는 않았단다. 
“제가 우리 농장 모든 한우의 인공수정을 한다고 하면 ‘이렇게 키가 작은 여자가 어떻게’란 의문의 눈길을 보내요.(웃음) 사실 처음에는 한우에 받히기도 했어요. 넓적다리가 성할 날이 없었죠. 주사 처치를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두렵다고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제자리걸음일 뿐이란 사실이예요.”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
“그 많은 한우 관리는 어떻게 하고.” 지난 10년간 김 대표는 농장관리와 학업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고, 이런 의문들도 직접 해소했다. 무엇보다 학업으로 다져진 전문성 덕분에 한우농장에 매이지 않고도 한우농장을 더욱 세련되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전에는 송아지가 아프면 밤새 옆에서 덜덜덜 떨며 지켜봤죠. 하지만 지금은 송아지에 필요한 처치를 잘하면 다음 날 송아지가 뛰어다닐 것을 아니까, 그러지 않아요. 관심이 줄었냐고요? 아닙니다. 한우에 끌려다니지 않을 뿐이에요. 오히려 한우에 대한 관심은 더 깊어졌어요. 사양관리에 스트레스가 줄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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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백상농장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도입했다. 그러면서 사양관리에 더욱 여유가 생겼고 한우를 사랑할 시간은 늘었다. 올해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설도 도입할 방침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한우의 건강 상태 등을 바로 파악할 수 있어요. 또 우사에 직접 안 가도 통제할 수 있죠. 그렇다고 사람의 역할이 사라진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전문성이 중요해졌어요. 데이터를 보고 제대로 판단을 내리려면 말이죠.”
김 대표가 배움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이리라. 

 

 

오늘도 배움을 지속하는 이유
2018년도 백상농장에는 송아지 세쌍둥이, 즉 진, 선, 미가 태어나는 경사가 있었다. 이 세쌍둥이가 잘 자라, 어느덧 출산을 앞두고 있다. 진, 선, 미가 백상농장의 기쁨이었다면, 진, 선, 미가 출산하는 송아지들은 백상농장의 보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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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 김 대표 부부가 운영하던 백상농장에 축산을 전공한 아들들이 합류하기 시작했고, 현재 둘째·셋째 아들이 백상농장 사양관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아들들의 모습은 김 대표의 큰 기쁨이고, 그래서 아들들에 거는 기대도 크다.
“우리 한우를 잘 지켜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또 우리 한우산업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이 길을 잘 걸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렇게 우리 한우산업을 이끌어갈 아들들의 걸음이 보람으로 이어지는 데 힘이 되고자, 김 대표는 오늘도 책을 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