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농을 찾아서

전국에 9만 농가가 있다면, 9만 개의 자기만의 방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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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목장 정기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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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지않는 ‘진심’으로 
스물아홉의 청년은 소가 키우고 싶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한우 농장에 대한 구상을 하루빨리 현실에 접목하고 싶었다. 당시 정기순 대표는 축협에 다니고 있었다. 
안정된 직장에 잘 다니던 아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소를 키우고 싶다는 말에 돌아온 부모님의 대답은 ‘지금 말고, 좀 더 나중에’였다. 하지만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긴 정기순 대표의 열정은 말릴 수 없었다. 
어느새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청산목장과 함께 순식간에 지나갔다. 지치지 않고 꿈을 이루어나가는 동력은 진심과 초심의 경계 어디 즈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키워가는 꿈
강원도 춘천 남춘천 IC에서 십여 분쯤 달리다 보면 1,100평 규모의 청산목장 우사가 있다. 입구의 ‘since 2010’ 푯말에서 알 수 있듯, 청산목장의 정기순·남궁희 부부는 한우를 키우기 시작한 지 딱 10년 차다. 
“처음에는 임대로 시작했어요. 그 당시 부모님은 이십 년쯤 후에 아버지의 농장을 이어받기를 원하셨고, 저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당장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본금 없이 맨몸으로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송아지 26두로 시작해서 지금은 250두 규모이니 십 년 만에 딱 열 배가 커진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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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보다 소들과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하고 일찍 시작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인정받고 싶었다. 
“돌이켜보니 빨리 한우사업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이 저를 키운 양질의 비료였던 것 같아요.”
정 대표는 2015년 우사를 짓게 되었을 때, 감회가 남달랐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가 늘 소와 함께이기도 했지만, 축협에 다니면서 여러 한우목장을 보며 머릿속에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잔뜩 있었다. 
강원도 춘천이라는 지역적인 특성때문에 매우 튼튼한 우사가 필요했다. “우리 지역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에요. 눈이 쌓이면 하중이 꽤 무겁기 때문에 기둥과 천장이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추위와 폭설로부터 소들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우사 설계도만 수십 번 바꾸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회전율이 빠른 미경산우 비육으로 자리잡다
아버지의 농장과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자신의 농장을 경영했기에 정기순 대표에겐 기회와 위험 요소가 동시에 존재했다. 자신의 방식대로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과 제한된 자본력, 매달 갚아나가야 하는 대출금이 있기에 자금 회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누가 가르쳐 주는 방법 그대로만 하지 말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탄탄하게 쌓아야 해요. 시행착오도 제 몫이고, 보람과 기쁨도 제 몫이죠. 다들 그렇게 하고 계실 거예요. 아마 전국에 9만 농가가 있다면 아마 9만 개의 방식이 있을걸요?” 
정 대표는 자본력이 없었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했다. “2013년도에 난소적출을 시술해서 발정을 억제하고 육질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실험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도 일부 두수는 난소적출을 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2013년도부터 미경산 한우비육을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12개월 내외의 암송아지를 사서 15개월 잘 먹여서 출하하는 방식이다. “제가 미경산우 비육을 시작했을 때 부모님과 여러 어르신들의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어요. 하지만 윗세대의 방식에서 흡수할 건 흡수하면서, 너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라고 말씀해주셨어요. 1·2세대 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는 서로의 방식을 향한 존중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의 한우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지켜나가고파
정기순 대표는 똑똑하고 열정 넘치는 2세대 후계농들이 더욱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시골 내려가서 소나 키우지 뭐~’라는 농담이 있었어요. 하지만 소 키우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등급제가 생기고, 거세를 시키기 시작하면서 한우 산업은 계속해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어요. 지금처럼 한우가 소비자에게 대중적으로 사랑받게 된 것은 우리 한우 농가와 한우자조금, 한우협회, 축협 등의 한우산업 관련 기관이 정직하게 노력하고, 더 좋은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인생도 소신과 열정으로 한우 사랑에 몸담겠다는 정기순 대표의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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