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농을 찾아서

한우 사양관리는 보통의 정성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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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카농장 윤용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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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에 있는 엘카농장은 한우 암송아지 3두, 육우 숫송아지 8두로 시작해, 약 6년만에 암소, 수소(거세우) 포함 약 45두의 한우를 일관사육하는 비육전문농장으로 성장했다. 한우 문외한이 보기에도 엘카농장의 한우들은 키와 몸집이 상당한데, 가장 큰 한우의 무게는 무려 920kg에 이른다. 엘카농장 윤용성 대표를 잘 따르는 한우 ‘순간이’의 무게는 약 850kg이다. 
이렇게 한우를 길러내기까지, 몸을 아끼지 않았던 윤 대표의 촘촘한 정성과 노력이 있었다. 

 


한우인 꿈을 향해 흐른 시간
‘한우를 키우겠다.’ 이 꿈의 시작은 엘카농장 윤용성 대표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외양간에 들인 한우 2두였다. 윤 대표는 어린 시절 꿈을 이뤄낸 집념의 사나이인 셈이다. 
“한우를 사육하던 이웃집에서 ‘한우를 잘 키우면 팔아주겠다’라고 제안했고, 그때 아버지가 처음이나 마지막으로 한우 2두를 키웠어요. 어린 마음에 한우가 참 좋았어요. 애정을 갖고 돌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 꿈은 쭉 이어졌고, 윤 대표의 시간도 그 꿈을 향해 흘렀다. 대학에서는 축산학을 전공했고, 제대 전 취업한 첫 직장은 ‘사료회사’였다. 이후에는 송아지 입식 대행을 시작했고, 지금도 병행하고 있다.  
“한우농장을 운영할 기반이 없었으니까요. 20대였던 그때는 ‘어린 사람이 (송아지를) 볼 줄 알겠어’란 노파심도 샀죠.”
하지만 윤 대표는 이를 실력으로 불식시켰다. 전국의 경매장을 다니며 각 경매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한우농장의 특성에 맞는 좋은 송아지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등 노력으로 능력을 증명했다. 이는 윤 대표가 실력 있는 한우인으로 성장하고, 엘카농장을 건강하게 살찌우는 밑바탕이 됐다. 
윤 대표는 인터뷰 전날 들인 송아지 2두를 취재진에게 소개했다. 이 송아지는 너무 커서 카메라 렌즈에 다 담지 못할 정도인 엘카농장 슈퍼 한우 ‘순간이’처럼 클 것이다. 아니 윤 대표는 반드시 그렇게 키워낼 것이다. 
“딱 봤을 때, ‘숫놈’이라고 써 있잖아요. 잘 생겼어요. 키가 크고 비절도 길잖아요. 몸의 균형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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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지 않고 내 그릇 그대로
송아지 입식 대행으로 실력을 쌓아가던 윤 대표에게 본격적인 한우농장 운영 기회가 찾아온 것은 공교롭게도 2012년 한우 가격폭락기였다. 규모가 작으나마 빚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농장 공동 운영을 결정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공동 운영의 장단점이요?) 지금까지 단점은 없어요. 서로의 시간을 채워주고, 서로의 사양관리와 농장운영에 대해 잘 아니까,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죠.”
농장 운영을 시작하고 윤 대표가 무엇보다 철칙으로 삼은 것은 ‘무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즉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의 범위 내에서 최고의 선택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좋은 송아지를 볼 줄 아는 윤 대표의 안목이 큰 도움이 됐다.
“육종가도 좋고 체형도 좋은 송아지를 사면 좋겠지만, 그럴려면 무리한 투자를 해야 해요. 저에겐 욕심이죠. 앞으로 사육 두수도 늘리고 농장 규모도 키우고 싶지만,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제가 가진 그릇의 크기입니다. 속도는 느려도, 그렇게 차근차근 발전하는 보람이 매우 큽니다.”
사양관리에서도 ‘욕심’은 없다. 욕심을 내면 사양관리에 무리수를 두는 순간이 있을 수 있고, 이는 한우는 물론 사람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탓이다. 정석대로,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한우에 대한 관심은 양껏 욕심을 부린다. 아침, 저녁 한우 밥 챙기는 것 못지않게 윤 대표가 중시하는 일과는 바로 한우의 분뇨와 한우의 얼굴, 한우의 몸을 살피는 일이다. 엘카농장에서는 완전발효사료(TMF, Total Mixed Fermentation)를 급여하는데, 농장에 들여온 TMF는 최소 5일 후에라야 급여한다. 확실하게 발효한 사료를 먹은 한우는 확실히 섭취반응, 후기 입닫음 등의 현저히 줄어들고, 그래서 사양관리도 더 편하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한우를 기르면서 깨달은 것은 ‘보통 정성과 관심이 아니고서는 한우를 잘 길러낼 수 없다’는 것이에요. 송아지부터 출하할 때까지 중도하차 없이 잘 길러내는 것은 축주의 의무니까요.”

 

 

 

젊으니까, 뭔가 달라야죠!!
농장 운영을 시작하고, 윤 대표는 하루도 자기계발 노력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윤 대표가 한우를 비롯한 농업 관련 밴드에 모두 가입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고, 또 수의사에 버금갈 정도의 지식을 쌓기 위해 열심히 공부에 매진해왔다.
“강화도가 고향이지만, (농장이 있는) 여기에는 연고가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웃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때 누군가 “젊은 데 무슨 걱정이냐고, 젊음의 패기를 보여주면 된다’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그래서 제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가서 손을 보탰어요. 몸으로 부딪쳤죠. 그렇게 현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치다 보니, 제 실력도 늘었습니다.”
자기계발 노력을 견지하면서, 윤 대표 자신만의 사양관리법도 차곡차곡 쌓였다. 이는 엘카농장 사양관리에 필요한 처치와 처방을 적재적소에 내리게 만들었고, 이는 고급육 생산으로 이어졌다. 
“사료 주고, 우사 청소하는 것 등은 누구나 하잖아요. 하지만 젊은 사람이 한우를 키운다면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런 노력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싶다는 꿈과도 닿아있다. 
“제 바람 중 하나는 한우 고깃집을 운영하는 것이예요. 그곳에서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우고기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소비자들이 우리 한우를 지금보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로 인식하는 그날까지,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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