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농을 찾아서

‘관심에 관심 더하기’ 강소농장으로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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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동농장 임도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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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같은 날은 정말 기분이 째집니다.”
취재팀이 두동농장을 찾은 날, 두동농장에 암송아지가 태어나는 경사가 있었다.
아직 예정일이 남았는데, 기대하지 않은 시간에 찾아온 큰 행복이었다. 농장 관리에 조사료 재배, 여기에 결혼 준비까지 하느라 어느 해보다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는 임도현 대표의 얼굴에 기쁨이 네 배로 피었다.

 


농사, 적성에 맞다
군대 제대 후 서울, 부산 등지에서 사회생활하던 임 대표가 귀농을 선택한 결정적 계기는 어머니의 집밥이었다. 당시 대기업 입사를 앞두고 있던 임 대표에게 “왜”란 질문이 쏟아졌는데, 이때 임 대표의 방점이 “왜”란 질문에 찍혔다. “IMF 외환 외기 때 아버지 사슴농장에 큰 위기가 찾아왔어요. 이후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며 워낙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부모님 건강도 안 좋았고요. 부모님 힘을 덜어줄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2008년 고향에 돌아온 임 대표를 향한 부모님의 잔소리와 간섭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임 대표는 그것이 좋았단다. “솔직히 농사짓기 싫어서 도시로 나갔는데, 막상 농사가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농부의 아들이었던 거죠.”

 


수정란 이식으로 우량 암소 다수 확보
2012년에는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발됐는데, 이는 임 대표가 한우농장 운영에 뛰어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남아 도는 농부산물이 너무 아까웠어요. 한우농장 운영을 생각했지만, 집안 사정이 녹록지 않아서 엄두를 못 냈죠. 그런데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되고 정부자금을 활용할 길이 열린 것입니다.”
하지만 2012년은 한우 가격 폭락 시기였고, 주변의 반대는 당연했다. “그때 송아지가 두당 50만~70만 원 정도였어요. 그래서 한우 입식할 때 마음은 가벼웠어요. 다행히 그 후 암송아지 가격이 꾸준히 올랐고요.”
현재 두동농장은 우량 암소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시간 임 대표가 수정란 이식으로 한우개량을 꾸준히 해온 결과이다. 임 대표에 따르면 두동농장 출신 거세우들의 기본 성적은 도체중 500~600㎏, 1++이다. “수정란 이식의 목적은 우량 암소의 우월한 유전력을 전파하는 데 있잖아요. 5년 정도 개량을 목표로 수정란 이식을 해왔고, 지금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안정적으로 송아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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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로 강하게…관심을 집중하다
임 대표가 한우를 키우면서 무엇보다 철칙으로 삼은 것은 ‘생명은 무조건 살린다’는 것이었다. 임 대표가 한우 사육규모를 50두 선으로 유지하는 이유이다. “규모가 늘자 송아지 폐사가 현실로 다가왔어요. 그때 제 눈에 들어온 단어가 ‘강소농장’이었습니다. 두수를 늘리는 것보다 송아지를 잘 키우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봤죠. 또 몸집이 작으면 혹시 닥칠 위기에도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있었고요.”
임 대표는 약 70두에서 약 50두 규모로 사육두수를 줄이면서 한우를 더 집중해서 관찰할 수 있었고, 이는 한우에게 생긴 일련의 변화를 빨리 알아보고 바로바로 대처하게 만들었다. 현재 두동농장의 송아지 폐사율은 1% 미만이다.

 

 

두동농장 자급자족 시스템
사실 이런저런 여건상 소규모 농장의 경쟁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규모화를 선택하는 한우농장도 적지 않고 말이다. “한우만 키운다면 소규모 농장의 경쟁력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에요. 소규모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송아지, 조사료 등을 외부에서 들여오지 않고 우리 농장에서 자급자족이 다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생산비 절감이죠.”
현재 두동농장에서는 3만 평 규모의 조사료를 재배하고 있고, 이는 두동농장의 또 다른 수익원이 되고 있다. 울주군에서는 수입 건초에 의존하지 말자는 취지로 조사료 재배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 취지에 꼭 적합한 사람이 바로 임 대표라고 한다.
이렇게 조사료 재배 면적이 작지 않다 보니, 두동농장의 퇴비는 100% 조사료 농지로 들어가고도 모자란다. 자원순환농업을 실천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퇴비 부숙도가 부담돼요. 필요한 부분이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처법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위대한 유산을 잇다
이런 의문부호가 생길 때, 임 대표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바로 부모님이다. 동물박사로 통했던 임 대표의 아버지는 사양관리에서도 독특한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임 대표의 사양관리 방법에는 아버지의 방식이 곳곳에 묻어있다. “농장에 젖소 3두가 있어요. 송아지에게 젖을 먹이는 일종의 유모 역할이죠. 생산비 절감을 위한 아버지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임 대표도 이런 아버지의 모습과 닮아, 그만의 독특한 사양관리법을 적용하고 있다. “번식농장이니까, 여기가 산부인과나 진배없잖아요. 수시로 청소하고 있고, 바닥 관리에도 전념하고 있어요. (바닥에 낙엽이 깔려 있네요?)푹신푹신 곳에서 새끼 잘 나으라고 톱밥과 함께 깔아주고 있습니다.”
하루 5시간 자고 온종일 온 관심을 한우에 두는 임 대표의 부지런하고 성실한 모습 역시 부모님과 닿아있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임 대표의 모습 역시 부모님 모습 그대로다. “이제는 부모님 효도 여행 보내드릴 정도가 됐는데, 그래서 아쉽다”는 임 대표의 눈에 그리움이 맺힌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휘청거렸던 저를 잡아준 것이 한우였어요. 한우에게 밥은 줘야 하니까, 억지라도 몸을 움직여야 했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더라고요. 한우가 제게는 보배인 셈이죠. 한우 덕분에 제가 지금 행복합니다.”
이 행복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그의 옆에는 한우가 있고 또 무엇보다 예쁜 동반자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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