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농을 찾아서

멋쟁이 도시 촌놈 ‘한우인’ 으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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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농장 이승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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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멋쟁이였다. 말끔하게 다린 옷과 광이 나는 구두, 열흘에 한 번은 미용실에 갔다. 하지만 2010년 충남 서천에서 한우농장 운영을 시작하고부터는 일바지와 장화가 일상복이 됐다. 옷을 사고 미용실에 간 것이 언제인지. 귀촌 9년 차, 이승재 승리농장 대표는 그 시간에 오로지 한우에만 열정을 쏟아부었고, 그렇게 ‘한우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런데 사실 그는 여전히 ‘멋쟁이’이다. 일바지와 장화를 깔맞춤하는 그의 패션 센스는 서천군 화양면에서는 매우 유명하다.

 


“개량이 많이 됐네요. 와~요놈도 투뿔인데요.”
취재팀이 승리농장을 찾은 날, 농장에서는 초음파로 한우 등단면적 촬영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화면에 모래 밭에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촘촘한 마블링이 잡히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승재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투뿔이 나오면 어머니가 덩실덩실 춤을 추셨는데, 요즘은 당연하게 여기시는 것 같다”라며 에둘러 뿌듯함과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러한 결과와 마주하기까지는, 이 대표와 그의 어머니 한순애 씨의 아낌없는 열정이 있었다. 

 

 

막중한 책임감으로 열정을 아낌없이 쏟다
대학교 졸업 전부터 사업가로 활약하던 이 대표가 2010년 어머니와 귀촌을 결심한 데는 어머니의 제안이 있었다. 
“한우농장 운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어요. ‘아침저녁으로 밥만 주면 된다’ 정도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우농장 운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한우농장을 시작하자마자 깨달았다. 모르는 길을 가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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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농장에 처음 들인 18두의 한우는 그야말로 어중이떠중이를 모은 격이었고, 그래서 도태한 한우가 적지 않았다. 아~구제역이라니! 한우농장 시작 6~7개월 만에 송아지 가격이 3분의 1토막이 났다. 
하지만 모든 것을 투자해 지은 한우농장이니, 뒤돌아 갈 수도 없었다. 이 대표에게는 전진만이 방법이었고, 그렇게 이 대표는 차도남의 옷을 벗어 버리고 한우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장했다. 그 좋아하던 술도 담배도 모두 끊었다. 
이 대표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생산비 절감’이었다. 당연히 한우농장 일은 모두 이 대표와 어머니 차지였다. 일대를 다니며 수거해온 1,500㎏~2,000㎏의 농부산물을 매일 손으로 섞어 발효 사료를 만드는 등 모든 일이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지금은 지자체 보조사업으로 구매한 농기계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때는 이렇다 할 농기계도 없었다. 새벽 5시부터 시작한 일은 밤 11시가 넘어야 끝났다. “포기요? 분명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떠올린 건 ‘지금 이 시간을 추억으로 떠올리며 이야기할 행복한 미래’였어요. 그때는 정말 아낌없이 열정을 불태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그 시간에 후회는 없어요.”

 

 

 

사료 효율 극대화 방법을 찾다
당시 이 대표가 생산비 절감을 위해 무엇보다 공을 들인 것은 ‘사료효율 극대화’였다. 출하할 때 건강한 한우가 소득으로 연결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던 이 대표는 논문도 찾아보고 교육에도 열심히 참석하며 그 방법을 연구했다. 
그렇게 이 대표만의 사료효율 극대화 방법을 찾았는데, 바로 유효미생물이다. 서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하는 유효미생물을 조사료에 혼합발효해 급여하고 있다.
“미생물이 사료를 완전 분해 시켜 에너지화를 시키니까, 사료를 평균보다 적게 줘도 평균 이상의 효율을 냅니다.” 
올해 4월 기준, 4년간 거세우 1+ 이상 100%, 암소 1등급 이상 100%를 유지했다. 3년 전에는, 당시 한우 가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국 최고 낙찰가를 받아내는 기염도 토해냈다. 
사료효율 극대화는 깨끗한 축사란 결과로도 이어졌다. “저기 노즐이 안개 분무 시설이에요. 아침과 저녁, 가스가 바닥으로 내려가 있을 때, 미생물EM(유효미생물)을 분사해요. 그러면 축사 온도도 낮춰주지만, 축분이 빨리 분해돼 축사 냄새 저감에도 도움이 돼요.”
이는 농장 퇴비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됐는데, 미생물이 많이 함유된 승리농장 퇴비는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온 동네 응원 속에 시골생활 동화되다
한우 문외한 이 대표가 이렇게 부지런한 한우인으로 거듭난 데는 무엇보다 서천군 지자체, 특히 서천군 화양면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 농기계도 선뜻 빌려주고, 자기 일인 듯 한우농장 일도 도와주고, 한우 사양관리의 기본을 가르쳐 준 사람은 마을 어르신들이었다. 무엇보다 힘들 때마다 옆에서 응원해 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농장에 일이 생길 때는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달려와 주는 서천축협 ‘어벤저스 팀’은 또 어떤가!
“귀농했으면 이등병의 자세로 돌아가야 해요. 예전에 도시에서 어땠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먼저 다가가고 그 생활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시골 생활에 빨리 동화될 수 있어요.”
그렇게 도시 촌놈 이 대표는 진짜 한우인으로 거듭났고, 지금 행복해졌다. 물론 앞으로 한우인으로서 그의 행복은 더 커질 것이고, 그 행복을 전하는 데도 앞장설 것이다.
“거리 제한, 미허가 축사 적법화 등의 규제가 많아지면서 축산업을 시작할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이 정말 안타까워요. 젊은 축산인들이 축산업을 영위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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