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농을 찾아서

소백농장 한만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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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농장 한만희 대표
<‘한우는 사람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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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우와 함께 한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사를 돌며 한우를 살피셨다. 이제는 그 아버지의 발자국 위에 아들의 발자국이 쌓이고 있다. ‘짐승은 사람 발소리를 듣고 큰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철칙으로, 경북 영주의 한만희 소백농장 대표는 오늘도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자주 들여다보거라”
장남이니 가업을 이으라는 아버지의 부름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만희 대표는 소백농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실은 다른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평생 한우를 길러오신 아버지를 옆에서 보고 자라면서, 은연중에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결정했습니다.”
20대 중반의 한 대표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한우에 대해 배우는 것이었다. 당시 한 대표는 산업위생학을 전공한 사회초년생이었다. 
한 대표의 가장 큰 스승은 역시 아버지였다. 한우 사양관리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아버지로부터 배웠는데, 오랜 시간 한우를 길러온 아버지의 사양관리 모습은 그 자체로 훌륭한 교과서였다. “아버지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자주 들여다보라’고 말씀하셨어요. 짐승은 사람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면서요.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아버지는 한평생 이것을 실천하셨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대표는 아버지의 추천으로 전문 교육기관에서 본격적으로 한우 관련 전문 교육도 받았다. 그렇게 한우 사양관리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한 대표는 한우농장 경영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 송아지를 받았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송아지가 잘 자라서 출하될 때는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소 잘 먹였네”
그런데 배움이 늘수록 뜻하지 않게 아버지와의 의견충돌이 늘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의견 충돌이 많았습니다. 사실 그것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입니다. 저도 한 고집하는데, 아버지는 못 이기겠더라고요.”
한 대표 아버지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사양관리 방식과 한 대표가 한우 사양관리 교육을 받으며 배운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 “사료급여부터 질병관리까지 아버지와 사양관리 방식이 너무 달랐습니다.”
한 대표 아버지와 한 대표 사이의 의견차는 쉬이 좁혀지지 않았는데, 이는 소백농장 경영방식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소백농장은 암소 비육과 번식 전문이었어요. 그런데 송아지 관리 등에 있어 아버지와의 견해차가 너무 크다 보니 사양관리에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거세 비육으로 경영방식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5년째 번식을 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번식에 관심이 많아 곧 번식을 다시 시작할 요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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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한 대표는 사실 가끔 다른 길을 꿈꾸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농장에서 처음 일할 때 들었던 아버지의 칭찬 한마디가 흔들리는 한 대표를 잡았고, 지난 15년을 걸어오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대외 활동을 많이 하셨어요. 출장 가시면 혼자 농장을 돌봤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역시 내가 믿을 사람은 네밖에 없다. 관리 잘했네’라고 칭찬해주셨죠. 정말 뿌듯했습니다.”
물론 극복되지 않은 차이란 없었다. 한 대표에 따르면 그 시간이 자그마치 7년이 걸렸지만 말이다.
“제가 배운 것을 농장에 접목하면서, 도체중이라든가 등급, 출현율이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아버지가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셨습니다.”
“소 잘 먹였네. 고생했다.” 무엇보다 한 대표 아버지의 이 칭찬이 한 대표가 이 길을 성실하게 걷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다. “아버지는 소백농장 한우의 얼굴만 보고 언제 어디서 입식했는지 모두 아세요. 아버지가 등급이 좋게 나올 것이라며 들인 한우는 신기하게도 정말 성적이 좋게 나오죠. 저는 평생 이 일을 해도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은데 말이죠. 축산인의 길을 걸으면서 아버지를 더욱 존경하게 됐습니다.” 

 

 

 

동료와 함께 걷는 행복을 위해
최근 소백농장에 경사가 있었다. 한 대표의 쌍둥이 아들이 태어난 것. 이렇게 한 대표는 다섯 아이의 아빠가 됐다. “한 녀석이라도 소백농장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조기교육이요? 필요하다고 봐요. 한우농장을 잘 경영하려면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한 대표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해졌다. 그때는 이 길을 걷는 젊은 한우농도 많아질 것이란 기대도 해 본다.
“농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많은 분이 예뻐해 주셨어요. 열심히 하라는 격려도 많이 받았고요. 그래서 기분 좋게 한우 사양관리에 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길을 걷는 동료가 없다는 점은 아쉬웠어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으니, 외롭고 겉도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한우 후계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 젊은 후계농들이 다양한 네트워크 채널을 통해 서로 힘이 될 방법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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