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를 찾아서

“ 한우개량은 기록이고 자료다” 26년 기록에 담긴 한우개량 역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우전목장 이병환 대표>

[크기][포맷변환]농가1.jpg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우전목장의 주인장 이병환 대표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써온 일기장을 모아보면 못해도 한 가마니쯤은 될 것이다. 이 대표는 하루라고 일기를 쓰지 않으면 그날 할 일을 다 못한 것 같다고 한다. 이렇게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는 좋은 습관은 이 대표를 한우개량의 선두주자로 만들었다.

 


‘오직 한우!’ 한 우물을 깊게 파다
“아들이 일기장을 보더니 ‘아빠는 학생 때 왜 매일 풀만 베러 다녔냐’고 묻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그랬습니다.”
‘한우가 미래이다.’ 우전목장은 이 한 줄의 기록에서 출발했다.
우전목장 이병환 대표의 일기장은 그가 축산인 그중에서도 한우를 사육하는 사람이 될 것을 일찍부터 말하고 있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여의치 않은 가정 형편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이 대표의 방과 후 일상은 풀을 베고 나무를 베는 것이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한우 사육에 대한 꿈으로 이어졌다. 농업 고등학교, 축산 관련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보람은 ‘항상 1등’에서 찾았고, 이는 학비에 대한 부담도 없앴다.
목표를 향해,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에도 배움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1992년 축협에 근무하면서는 석사 과정을 밟았고, 본격적으로 한우농장을 시작한 후에는 박사 과정도 시작했다.
인터뷰 당시 이 대표는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박사 학위 논문 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는 이 대표가 깊은 전문성을 갖고 체계적으로 한우농장을 운영하도록 이끌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논문 심사 후 우전목장도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모든 기록은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대표는 1992년 축협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또 그때부터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이 대표는 개량 지도원으로 전의 개량단지 사업장을 다녔는데, 한우개량에 눈을 뜬 것도 이때였다. 2001년, 이 대표는 한우농장 전업을 선언했다.
약 2,200평 규모의 부지에 우사를 짓고, 그때까지 조금씩 늘려온 약 20두의 한우를 들였다. “그때는 100두가 꿈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이 꿈을 5년만에 현실로 만들었다. 현재 우전농장에는 약 140두의 한우가 자라고 있다. 아울러 현재 이 대표는 제2축사도 짓고 있다.
한우사육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 대표는 매일 축산일지를 써왔다. “약 26년간의 한우를 사육하면서 그 과정을 모두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지난해 일지를 보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살핍니다.”

[크기][포맷변환]농가3.jpg


일지에는 한우가 어떤 어미 소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결과물은 어땠는지 등 모든 것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한우개량은 기록이고 자료입니다. 내가 기록한 모든 것은 자료가 되고, 이것이 쌓이고 쌓여 빅데이터가 됩니다.”
물론 단순히 기록을 남긴다는 것만은 아니다. 이 자료를 분석해서 더 나은 한우개량의 방향을 찾아내야 진짜 자료로서 제 역할을 한다. “이 자료는 계획 교배를 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우리 농장에서 사육하는 암소에 대한 모든 자료가 있으니, 근친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암소의 능력에 맞는 정확한 정액을 선별할 수가 있습니다.”

 

 

육종농가로 승승장구···기록을 분양하다
이 대표는 지난 26년간 한우의 목소리만 듣고도 한우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될 정도로 관심과 애정을 쏟으며 한우개량을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2008년 육종농가로 선정되는 보람으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후보종모우를 7두나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종모우 책자에 우리 농장 이름이 들어간 것을 보면 보람이 큽니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되고요.” 현재 이 대표는 ‘전국한우육종농가협의회’의 회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각종 대회에서의 화려한 수상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전목장은 송아지를 분양하지는 않지만, 3~4산 차 한우는 분양하고 있는데, 이 한우를 분양받으려는 농가가 줄을 설 정도다.
우전목장 한우의 형질이 좋다는 것을 아는 농가들이 찾아오는 것. 물론 단순히 우수한 형질의 한우를 분양한다는 것만은 아니다.
“한우를 분양할 때는 1992년부터 기록한 자료도 모두 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약 26년의 한우개량 역사를 함께 분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료까지 모두 분양하는 것은 앞으로 26년을 또 이어나가시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한우농가로서 의무감·책임감

무엇보다 사명감이 대표는 최근 가평 육종농가들이 시작한 한우 송아지 나눔 운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육종농가로서 우리가 분명 받은 혜택이 있으니 그것을 일반농가에 돌려주고 싶었고, 송아지 나눔을 결의했습니다. 물론 그동안의 자료도 모두 제공할 것입니다.”
우전목장에는 분뇨냄새가 없다. 악취로 주변 주민에게 피해를 줄까, 축사 주변 청소와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있고, 특히 농업기술센터에서 무상 공급하는 미생물을 TMR배합기에 혼합해 급여한 것이 효과가 컸다.

 

[포맷변환]농가2.jpg


이렇게 이 대표는 한우농가와 주민들과 함께 길을 걸어갈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실천해왔다. 이는 한우농가로서 이 대표가 가지는 책임감이자 의무감이다. “한우농가가 한우산업이 성장하려면 한우농가와 또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우에 대한 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우는 우리나라의 역사입니다. 그런데 한우에 대한 기록을 왜 일본에서 찾아야 할까요. 많은 박물관이 생겼는데, 그중에 한우박물관은 없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해온 한우를 지켜내려면 체계적인 기록이 절실합니다. 한우박물관을 꼭 건립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