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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목장 고기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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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도 서귀포 남원은 예로부터 혈통이 좋은 소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런 곳에 한우농가가?’란 의문이 들 정도로 예쁜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한우농가들이 하나둘 보인다. 그중에서도  ‘해썹(HACCP)인증마크’와 ‘육종농가’란 팻말이 자리한 곳이 바로 서성목장. 아름다운 이곳에서 고기정 대표를 만났다. 


방목은 멀리서 봐야 아름답다?!
제주도 토박이인 서성목장 고기정 대표는 제주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종축개량협회 제주도 사업소에서 근무했다. 그때 고 대표는 한우의 매력에 빠졌다. “제주도는 육지와 달리 한우를 방목해서 키울 수 있습니다. 당시 제주도에는 공동목장도 있었고요. 그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렇게 고 대표는 2004년부터 공동목장에서 한우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2007년까지는 종축개량협회에 근무하면서 한우농가를 운영했다. 
처음에는 암소 한 마리가 전부였고, 그 얼마 후 결혼한 고 대표는 결혼 축의금으로 새끼를 밴 암소 세 마리를 더 들였다. “의외로 아내가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어제 목장 일을 해 줄 직원 한 명을 채용했는데, 드디어 아내가 목장 일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고맙다는 말로는 그 고마움을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서성목장은 한우를 조금씩 늘려 왔고, 지금 서성목장에는 한우 200두가 길러지고 있다.
물론 이런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초창기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방목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낭만적인 일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회사에 다니면서 한우농가를 운영한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았다. 새벽에 농장을 관리하고 서귀포에서 제주시까지 출근하는 매일매일의 일상은 힘들고 긴장감이 넘쳤다. 하지만 한우가 이 긴장감도 이겨내게 만들었고, 1두·2두 한우가 늘어날 때마다 보람도 커져갔다. 

 

 

 

도체중 중심의 한우개량에 성공 
고 대표는 처음부터 한우개량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도체중과 등심단면적 개량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고 대표가 특히 공을 들인 것은 좋은 암소 확보를 위한 ‘선발과 도태’ 과정이었다. 암소를 입식할 때는 계대가 높은 암소를 선발했고, 사양관리 과정에서 수정률이나 분만률·포유 능력이나 송아지를 키우는 능력 등이 떨어지는 암소는 과감하게 도태시켰다.
암소에 맞는 정액을 선택한 것도 주효했다. “보증씨수소 정액도 서열이 있습니다. 근친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 암소와 가장 잘 맞는 정액 중 서열이 가장 높은 정액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에 고 대표는 ‘자가수정’을 선택했다. “사실 처음 1~2년 동안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한우의 발정 주기를 맞추지 못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한우마다 특징이 있다 보니까 또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 대표는 도축장에서 나온 암소의 자궁을 펼쳐놓고 연습하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결국 고 대표만의 자가수정 기술을 터득했다. 현재 서성목장의 수정률과 분만률은 90%가 넘는다. 
이런 고 대표의 노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얼마 전 출하한 한우를 보면 도체중이 가장 많이 나간 것이 약 580㎏으로, 평균 도체중이 500㎏ 내외였다.

 

 

 

국가보증씨수소를 키워내다
“지금까지 오면서 가장 큰 보람의 순간이었습니다.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랄까요.(웃음)”
사실 2018년은 고 대표에게 그 어느 해보다 특별하다. 국가보증씨수소로 선발된 한우와 함께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2007년 고 대표는 한우농가 전업을 선언했다. 한우 사육두수가 늘면서 회사 일과 한우농가 병행이 더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 그러면서 서성목장도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고 대표는 2009년을 서성목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로 꼽았다. 고 대표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주경야독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했지만, 고 대표는 마이스터대학에 입학해 한우 사양관리를 위한 현장실습 교육을 받으며 농장경영에 더욱 매진했다.
서성목장의 위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9년 해썹(HACCP)인증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육종농가로 선정됐다. 제주도에서는 두 번째 선정 사례였다. 육종농가로 선정되면서 방목하던 한우를 축사로 들였다. “임신부터 분만까지 정확하고 치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공동목장에서는 관리가 쉽지 않았습니다.”
육종농가로 선정됐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지만, 육종농가 육성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의무와 한우를 잘 관리해서 후보씨수소를 내고 결국 국가보증씨수소를 길러내야 한다는 책임이 주어지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 대표는 성실한 사람이었고 뚝심도 있었으며, 이 의무와 책임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육종농가 시스템과 매뉴얼을 그대로 실천했다. 그 결과 육종농가로 선정된 지 2년 만에 후보씨수소를 냈고 지난해 말에는 고 대표의 한우가 국가보증씨 수소로 선발됐다. 
“해썹인증을 받고 육종농가로 선정되고 후보씨수소를 내고 국가보증씨수소로 선발되는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축산인이란 자부심이 날로 커졌습니다. 앞으로 제주도 한우농가와 정보도 공유하고 서성목장의 우수한 한우를 분양하는 등 제주도 한우산업 발전에 일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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