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를 찾아서

‘시대 흐름에 맞는’ 한우농장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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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실천으로 더 멀리, 더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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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국한우협회 함양군지부장·더(The)큰농장 노우현 대표>

 


“기록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더(The)큰농장 노우현 대표는 지금까지 한우농장 운영과 관련한 모든 것을 기록해 왔다. 한 줄 한 줄 꾸준함과 성실함, 꼼꼼함으로 쓰인 이 농장일지는 노 대표 약 30년 축산 인생의 보람과 만족이다. 특히 노 대표 가족들이 평온하게 잘 살아온 시간에 대한 감사와 뿌듯함이다.


한우농가를 경영하다 
기록의 시작은 ‘1.5두’였다. 1987년 20세에 노우현 대표는 한우사육을 시작했다. 군 복무를 위해 잠시 멈췄다가 1990년부터 본격적인 한우농장 경영을 시작했다. 그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때 가지고 있던 자본금으로는 한우 2두를 살 수가 없었습니다. 부족한 자금은 나중에 갚기로 하고 2두를 들였습니다. 그러니까 첫 시작은 1.5두였습니다.”
처음 노 대표의 농장운영 방향은 ‘단기비육’이었다. 당시는 양이 중요한 시대였으니 이것은 그 시대에 맞는 경영방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IMF 외환위기, 사료값 상승 등 어려운 시절도 만났다. 하지만 그 시대를 바라보는 노 대표의 시선은 남달랐는데, 노 대표에게는 오히려 기회의 시절이었다. “한우 가격이 5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떨어졌다가 아니라 150만 원에 사서 250만 원에 팔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사실 수익률로만 보면 지금보다 그때가 더 좋았습니다.”

 

 

 

수정란 이식 전도사 
이렇게 약 20년을 단기비육으로 승승장구하던 노 대표가 한우 암소개량으로 전환한 것이 약 7년 전이다. 한우 등급제가 완전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단기비육은 더 이상 시대 흐름에 적합한 방식이 아니었던 것. 노 대표가 주목한 것은 암소개량, 특히 수정란 이식이었다. 노 대표는 우량한 한우를 단기간에 많이 키워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때는 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사업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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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노 대표는 자신보다 앞서 한우를 개량해 온 후배와 자부담으로 수정란 이식을 시작했다. 이것이 성공하면서 2015년 9마리의 송아지를 받았고, 올해 초 도축성적표도 받아 들었다. △평균 사육기간 30.2개월 △평균 도체중 555kg △평균단가 1,106만 원 등. 노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정말 대단한 성적표가 도착했습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란 확신이 확고해졌습니다.”

 

 

 

한·우·전·도·사
“한우농가에 실질적이고 제대로 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이것이 사명감이라면 사명감입니다.”
노 대표는 2017년 전국한우협회 함양군지부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함양군 한우농가들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암송아지 나눔행사’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암송아지 나눔행사를 하는데, 우리 군의 차별점은  20년 이상 된 한우개량 기술을 나눠준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 함양 한우의 고품질화로 이어져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노 대표는 ‘한우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한우농가를 운영하게 만들고 또 이탈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 “한우농가는 결코 혼자서 운영할 수 없습니다. 모여야 힘이 세지고, 그래야 시너지를 내며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워라밸을 실천하다
약 30년간 이 길만 걸어온 노 대표는 한우를 떠난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 일에 의문이나 회의를 가진 적도 없고, 지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매일매일 만족감이 높아졌다. “욕심부리지 않았고 무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길을 오랫동안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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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앞으로의 30년도 노 대표는 이 길을 만족함으로 걸어갈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30년은 지난 30년과는 다른 성실함으로 걸어가겠다는 것이 노 대표의 뜻이다. 노 대표의 선택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Life-Balance)’을 실천하는 것이다. 농장을 떠나 자신만의 시간도 가지고 여행도 다닌다. 이렇게 노 대표가 워라밸을 실천하는 데는 긴 시간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의 여유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보고 한우농가를 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뜻도 담겼다. “한우농가를 운영하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한우농가를 하면서도 멋지게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한 발짝 여유를 가진다고 해서 한우에 대한 애정이 줄어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노 대표의 손에서 한우가 떠난 적은 없는데, 노 대표는 CCTV로 언제 어디서든 농장을 지켜보고 있다. “한우농가 운영이 내 주업인데 신경을 끊어서는 안 되지요.”
노 대표는 지금까지 30년을 한우와 함께해 오면서 매일매일 한우에 대한 사랑을 키워왔다. 앞으로도 그 사랑은 변함없이 매일매일 자라날 것이다. 여기에 노 대표는 그 품을 더 늘려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도 채워갈 것이다. 그것이 한우와 더 멀리 더 오래 함께 하는 방법임을 잘 알고 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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