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를 찾아서

“한우 개량은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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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한우협회 나주시 지부장·영산강농장 정종안 대표>


전라남도 나주시 공산면에 위치한 영산강농장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영산강농장의 정종안 대표의 웃음에는 여유가 넘쳤고, 말쑥하게 잘 생긴 한우들이 제시간을 보내는 모습에도 여유가 묻어났다. 약 20년 전 아니 그 훨씬 전부터 차곡차곡 쌓여온 경험과 지식이 만들어낸 내공 가득한 그 여유에서는 평화로움도 느껴졌다. 
IMF 외환위기 때, 남다른 혜안과 역발상으로 한우농가를 시작해 지금까지 단단하게 축사를 키워온 정종안 대표를 만났다.

 

기회는 위기 속에 있다
“그때는 좋은 한우를 사기 좋은 시기였습니다. 모든 농가에서 한우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좋은 한우가 시장에 많이 나왔습니다.” 
영산강농장의 정종안 대표는 대학에서 축산업을 전공하고 사료업계에서 4~5년 정도 일하다가, 이후에는 가축인공수정사로 활약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이는 우리나라 축산업의 위기로 이어졌다. “새끼 밴 암소를 찾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출산하면 비육 기간이 길어지니까요. 굳이 수정하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가축인공수정사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정 대표의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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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한우농장을 직접 운영하기로 한 것. 물론 이는 곧 주변의 만류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때까지 적지 않은 기간 축산업계에서 일해 온 정 대표는 그 상황에서 오히려 기회를 포착했고, 모든 반대를 무릅썼다. “소값이 아주 조금씩 우상향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값이 바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 대표는 종잣돈 5000만 원을 마련, 밑소 40두를 축사에 들였다. 
그 얼마 후 정 대표의 예상처럼 소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좋은 일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소값이 오르자 가축인공수정사를 찾는 사람도 늘었고, 정 대표는 가축인공수정사로도 바쁜 날을 보냈다. 

 

 

 

개량의 당위성…치밀하고 면밀하게
“좋은 한우로 키워내려면 유전, 영양, 환경, 방역이 중요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유전인데, 유전적으로 좋지 않으면 아무리  영양분과 환경이 좋아도 좋은 한우로 키워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개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 대표가 한우 개량으로 눈을 돌린 것은 일본의 소 농장을 다녀와서다. “일본에서는 노부부가 소 세 마리 정도를 기르면 노후를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개량이 잘 된 소가 낳은 송아지는 비싼 가격에 팔린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사실 그때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한우의 질보다는 양을 더 중시했고, 개량에 대한 인식도 없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앞으로 한우가 갈 길도 개량임을 직감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개량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예상도 적중했다. 우리나라에 등급제가 도입되면서 한우의 양보다 질이 중요해졌고, 개량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정 대표가 개량을 시작한 때는 한우 개량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던 때라, 그 여정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 대표에게는 축산업이란 한 길을 걸으며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과 지식이란 든든한 밑천이 있었다. 정 대표는 한우 개량 포인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접근했고, 이는 개량의 속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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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개량 목표를 정해 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액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계대를 개선해 나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육량과 육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한우의 정액이 없다. 이에 정 대표는 육량이 좋은 한우에서 태어난 한우는 육질이 좋은 한우의 정액을, 그다음에는 육량이 좋은 한우의 정액을 또 그다음에는 육질이 좋은 한우의 정액을 주입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결국, 어느 대에서는 잘 크고 육질도 좋은 한우가 나오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정 대표는 한우의 모든 요소 모든 부위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한우 개량을 해 왔다. “한우 개량은 과학입니다.”

 

 

 

인정을 받는다는 것 
“개량하면 할수록 개량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깨닫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량 과정을 거치면서 영산강농장에는 어느새 영산강농장 태생의 한우로만 300두가 채워졌다. 100두, 200두 등을 넘을 때마다 성장통은 있었지만, 결국 목표를 이뤄냈다. 앞으로 영산강농장은 500두의 한우가 자라는 곳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축사 두 동을 신축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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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의 그간의 노력은 각종 수상 소식으로도 이어졌다. 2016년 전남 서부권 녹색한우조합공동사업법인이 주최한 녹색한우품질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제15회 전국축산물품질평가대상 장려상, 2017년 농협경제지주 한우개량농가 우수사례 공모전 우수상, 제35회 전라남도 한우 경진대회 번식2부 최우수상, 녹색한우인상 등을 수상했다. “이런 대회 참가는 한우농가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그 문턱을 넘으려고 고민하다 보면, 배우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정 대표는 올해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 출전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는 내년 10월에 알 수 있다. “정성껏 길러낼 것입니다. 대단한 한우농가가 많아서 기대했던 성적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길러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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