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를 찾아서

“최고의 우량암소를 키워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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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농장 이재황·김현미 대표>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에 자리한 태호농장은 천혜의 자연에 안겨 지난 13년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왔다. 13년의 세월은 27두 한우를 240두로 늘렸고 젊은 축산인 태호농장 이재황·김현미 대표를 프로 축산인으로 만들었다. 올봄, 태호농장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로 활기가 넘쳤다. 


손꼽히는 ‘우량암소’를 키워내다 
13년 전 태호농장의 출발에는 태호농장 이재황 대표 아버지의 제안이 있었다. 춘천 시내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던 이 대표는 100두까지 한우농가를 일궈본 아버지의 한우에 대한 경험과 열정을 신뢰했고, 축산인의 길로 들어섰다. “아내는 축산업에 축자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흔쾌히 그러자고 대답해서 좀 놀랐습니다. 지금은 트랙터, 쇼밸 등 농기계도 직접 운전합니다. 아내에게 늘 고맙습니다.”
물론 이재황 ·김현미 대표 모두 축산업에는 문외한이었다. 이에 아버지에게 현장 노하우를 배우는 한편 강원대학교 농업 마이스터 대학에서 2년간 축산업을 공부하며 농가 운영에 필요한 지식을 채웠다.  그렇게 프로 축산인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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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출발선에는 한우 27두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 태호농장에는 암소 120두·거세우 120두 등 총 240두의 한우가 자리하고 있다. “축사에 한우가 늘어날 때마다 보람이 큽니다. 한우들이 사료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릅니다. ” 
13년 전 태호농장과 함께 출발한 한우는 모두 가임 암소였다. 일관사육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암소개량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우량한 한우를 키워내고 싶었습니다.” 
이런 태호농장의 목표는 2016년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2016년 ‘제19회 전국한우능력 평가대회’에서 한국종축개량협회장상(장려상)을 수상한 것. 198두 중 4위의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정말 기뻤습니다.” 태호농장은 그해 강원축산경진대회에서도 장려상을 받았다.  
“사육환경이 좋으면 소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삽니다. 우리 농장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고속도로와도 거리가 먼 이 동네 끝자락이라 외부인 출입도 쉽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안목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태호농장에는 145개월 된 한우가 있는데, 이 한우는 태호농장의 처음부터 함께 했다.

 

 

 

기록과 관찰의 시간
선발도태 과정에 공을 들인 것도 주효했다. 선발도태를 잘 하려면 한우의 체계적인 관리가 선행돼야 하고, 이 대표는 처음부터 ‘한우 가계도’ 작성에 노력을 기울였다. “저기 냉장고 옆에 쓰인 것이 초기에 작성한 한우 가계도입니다. 저렇게 수기로 하다가 대학 시절 전공(정보통신학)을 살려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서 활용했습니다. 지금은 국립축산과학원의 한우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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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농장 족보>


단순히 어떤 소가 누구의 새끼인지 하는 정보만 기록한 것은 아니다. 한우가 송아지였을 때 어떤 행동을 보였고 자라면서는 어땠는지 등을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겼다. “기록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어도 나중에는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기록은 관찰의 결과물이다. “한우와 친해지지 않으면 한우농가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번식우 농가들은 우사에서 산다고 보면 됩니다. 축사를 비울 수가 없습니다. ” 그렇다 보니 지난 13년간 가족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온 적이 한 번도 없단다. 
우량한 한우를 키워내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한우가 우량한지를 알려면 적어도 10년은 키워봐야 한다고. “사실 소로 보면 13년의 세월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2~3개 대가 교체한 시간에 불과합니다.” 
그 시간에 태호농장은 농장 운영으로 발생한 수입은 전부 농장에 재투자하며 농장의 기반을 다졌다. 그래서 이 대표는 통신 관련 일, 채소 농사 등으로 가족들의 생활비를 벌어야 했지만, 그래도 견뎌냈다. “축산인의 길을 걷는다는 것에 자부심이 컸습니다. 또 우량한 한우가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하면 된다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소중한 ‘유산’… 태호농장이 대를 이어 영원하길
추운 겨울이 지나고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다. 올봄은 태호농장에게 더욱 특별하다. 지금까지는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올해부터 농장 운영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사육두수는 더욱 늘릴 것이고, 그동안 채소 농사를 지었던 농지는 조사료 재배에 활용할 것이다. 선발보다는 도태 과정에 좀 더 치중해 급이 다른 우량한 한우로 축사를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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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태호농장은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도 벌써 시작했다. 지금 어디를 가든 ‘막내’ 직함을 벗어날 수 없고 앞으로 13년도 그럴 것 같은데, 이 대표는 벌써 중학교 1학년인 아들 태호에게 축산업 조기교육을 하고 있다. “태호가 우리나라 축산업을 이끌어가는 인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다음에는 태호의 아들이 그 아들의 아들이 이어받아 태호농장이 영속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부부는 아들에게 농장을 물려주기 전에 최대한 기반을 다져놓기 위해 최대치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 먼 이야기지만, 농장에서 은퇴한 후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우리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재황·김현미 이 젊은 축산인 부부가 반드시 행복한 여행을 다녀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