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를 찾아서

인공수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여성 한우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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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우송농장 고형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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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를 키우는 모든 이들이 그렇듯 고형심 대표 역시 출산을 앞둔 암소를 향한 정성이 지극하다. 함께 밤을 새우며 소를 다독이고 쓰다듬으며 새끼를 낳는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한다. 어쩌면 여성이기 때문에 더 섬세하게 느끼는 감정일지 모른다. 여성 한우인으로서의 삶을 당당히 개척해가고 있는 고형심 대표를 만나봤다.

 

 

한우농가 운영의 기초, 스스로 찾다

고형심 대표는 여성 한우인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혼자 농가 일체를 도맡아 관리한다. ‘소들이 여성을 무시한다’라는 속설이 있기도 하지만 고형심 대표 앞에서는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서너 마리로 시작해 지금은 8년 차에 접어든 고형심 대표는 한우를 향한 사랑과 절실함으로 사육두수를 70마리까지 늘렸다. 농가 운영 초기에는 가르쳐주는 이 하나 없어 혼자 무의미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곤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의지할 곳 없던 그녀에게 인터넷 한우 카페는 동료이자 스승이었다. 수시로 카페를 둘러보며 지식을 쌓고 우수한 회원들과 교류하며 농가 기술을 습득했다. 이제는 한우농가 운영에 궁금증이 많은 새내기 회원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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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심 대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인공수정사나 수의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인공수정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직접 인공수정을 배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남편이 직장에 다니느라 함께 농장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결국 남편의 몫까지 배우기로 다짐했습니다.” 인공수정은 이론과 지식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을 찾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에 행동을 통한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고형심 대표를 도왔던 한우 카페 지인은 먼저 실습용 한우 실물부터 구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한우 실물을 자주 접하지 않고 실습소에서만 연습할 경우 감을 언제 잡을 수 있을지 기약 없기 때문이다. 실습용 한우 실물은 대학교 교육용으로 소수로 보급되므로 개인이 구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수소문 끝에 한우 실물은 구했지만 그 이후가 더 중요했다.

 

 

 

인공수정을 터득하기 위한 노력들

“처음에는 이리저리 보고, 손을 집어넣어도 통 모르겠다더라고요. 팔을 어디에 쑥 넣어야 할지도 헷갈렸습니다.” 고형심 대표는 감을 찾기 전의 시간을 떠올리며 웃으며 말했다. 실패가 되풀이되자 나중에는 눈으로 보고 익혀가는 게 낫다 싶어 가위를 들고 몇몇 부위를 잘랐다고 한다. “촉감에 의지한다는 것은 초보였던 제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먼저 눈으로 기관의 위치와 생김새를 확인하기로 했죠.” 해부하며 촉감을 감지해나가자 드디어 진전이 생겼다. 한우 항문에 팔을 넣어야 경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미끈미끈한 막을 만질 수 있다는 것, 경관 입구가 좁고 딱딱할 때는 주입기로 조심스럽게 정액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것도 눈으로 확인하고 감을 잡은 덕에 터득할 수 있던 기술이다. 고형심 대표는 농장 옆 휴게실에 비치된 정액 질소 통을 보며 인공수정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

“한우를 잘 잡고 주입기를 집어넣어 인공수정에 성공했을 때의 미세한 느낌이 참 좋습니다.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은 손과 팔에 온통 묻어나는 변 냄새도 싫지 않습니다.” 실습 실물로 연습하고, 나이 든 비육 한우를 대상으로 또 연습했던 여성 한우인의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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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심 대표는 앞으로 두 가지 목표가 있다고 한다. 증축한 농장에 70마리의 한우를 새롭게 키우는 것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키운 한우의 품질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송아지가 태어날 때부터 성장기를 일일이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한우를 데려갈 사람에게 사료는 무엇을 먹였는지 아플 때는 어떻게 치료했는지 등을 함께 건네주는 것. 고형심 대표는 개인 농장 한우의 품질보증이나 다름없는 기록을 이어가다 보면 자신이 키운 한우를 찾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리라 믿고 있다. 선입견을 깨고 여성 혼자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고형심 대표. 한 걸음씩 나가는 고형심 대표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