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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이후 5개월 농축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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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탁금지법 올바른 정착을 위한 정책제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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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다섯 달이 지났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청탁과 낡은 접대문화의 개선을 목적으로 했다지만 한우산업에 미친 영향은 예상대로 참담했다. 한우 및 화훼농가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등 법 시행 전 우려가 현실로 찾아온 것. 지난 2월 22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올바른 정착을 위한 정책제언’ 토론에서 서민경제 위축과 농수축산물 소비대책 마련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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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시행 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좋은 취지의 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업종에서는 치명적인 타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토론을 통해 우리 농민이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밝혀지길 바라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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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의 인사말로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도 김재수 장관을 대신해 “농식품부는 지난 8월 청탁금지법 최소화 TF를 결성하고 품목별 소비동향을 살피는 한편 농축산물의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 판촉 확대, 직거래 활성화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에도 설 명절 선물용 매출이 크게 감소하는 등 향후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오늘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농축산인들과 국회, 그리고 농식품부가 협력하여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이날 토론은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오엽 aT 유통조성처장,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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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 저조 현실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용선 선임연구위원이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서며 설 명절 전 4주간(2016년 12월 31일~2017년 1월 27일) 주요 백화점 3곳과 대형마트 3곳, 농협하나로유통 등의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실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설 선물 판매액은 2016년 5,356억 원에서 2017년 4,585억 원으로 줄어들어 전년 대비 14.4% 감소했다. 이 중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전년 설 대비 25.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국내산 쇠고기와 과일 판매액이 전년 대비 각각 24.4%, 31% 줄었다는 보고다.
무엇보다 한우산업의 타격은 컸다. 한우는 도축량이 감소했지만 수요 부진 여파로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우 도축은 전년 동기간보다 7.1% 감소했고 가격도 9.6% 떨어졌다. 이 결과 도매거래액은 16.1%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화훼산업 상황도 심각했다. 분화류는 전년보다 11.2% 감소했음에도 소비 위축으로 가격이 13.2% 하락했다. 과일과 인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용선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에 경제성장률이 절대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년 3/4분기 대비 4/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년 대비 2.3% 증가에 그쳤다는 것은 청탁금지법의 영향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농축산업 부문과 도소매·음식업 부문의 생산이 감소하거나 성장이 둔화되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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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탄 맞은 한우와 화훼농가  
토론의 사회를 맡은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농가에 사과와 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뉴스를 보며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사과와 배가 유통단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을 목격했다”며 “청탁금지법 시행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첫 토론자로 나선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니길 바란다”는 쓴소리로 발언을 시작했다. “청탁금지법은 수입 농수축산물 촉진법이나 다름없다. 국내산 농수축산물 소비는 줄고 수입 농수축산물은 주가가 오를 정도로 성황이다. 청탁금지법은 현장의 이해 없이 탁상에서 만들어진 법”이라고 비판하며 사육두수가 줄어들고 가격이 내려가면서 농가들의 시름이 커져만 가는 상황을 성토했다. 한우는 고품질로 승부를 걸며 소비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국내법이 발목을 잡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번 토론이 토론으로만 그치지 않고 개선점을 찾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거듭해 강조했다. 
화훼산업의 목소리도 거셌다.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은 “축하와 감사의 의미로 주고받는 꽃다발이 뇌물로 평가받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꽃이 뇌물로 인식되면서 졸업식 같은 축하와 감사의 자리에서도 꽃을 주고받는 문화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예로부터 애경사나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 건네는 꽃의 전통적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물론이고, 꽃 배달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하루빨리 청탁금지법이 재개정되어서 꽃에 대한 전통적 의미도 살리고 서민경제도 되살아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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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처럼 이어지는 농가 피해
숭실대학교 전삼현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적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평가를 하고 싶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서 농촌경제원 조사 발표를 보더라도 청탁금지법 이후 우리 농축산업이 엄청난 위기를 맞았다. 이어서 외식업 즉 3차산업까지 위협을 받으면서 경제가 서서히 무너져가는 상황이다. 이 법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법 개정은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권오엽 aT 유통조성처장도 발언을 이어갔다. “한우, 화훼, 과수, 인삼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예상이 적중했다. 올해 과일 가격이 내려갈 거라는 예측이 있는데, 청탁금지법이 그 요인 중 하나라고 본다. 예를 들어 화훼농가가 전업해 딸기 농사를 지으니 공급이 많아져 딸기 가격이 내려가는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청탁금지법 취지는 알겠지만, 외식업 종사자나 한우농가, 화훼농가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이어진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직업을 잃으며 서민경제가 붕괴한다. 이 법은 반드시 수정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농수축산업의 피해를 전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청중들의 질의가 이어진 후 이 자리를 마련한 위성곤 의원의 마무리 발언으로 토론회가 정리되었다. 위성곤 의원은 “정치권에서 더욱 관심을 두고 해결책을 열심히 찾겠다. 청탁금지법에 대한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부정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개선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의 우려처럼 이번 토론회가 토론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개정으로 이어져 한우농가를 비롯한 농수축산업인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서민경제를 정상화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