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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에 한숨짓는 한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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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지난 설 한우 소비에 직격탄을 날렸다. 청탁금지법은 부정한 청탁문화를 개선하고, 좀 더 투명하고 긍정적 사회 기강을 확립하자는 취지의 법이다. 법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단 부정청탁금지법이 한우산업을 송두리째 흔들게 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우려 속에 시작된 청탁금지법

부정부패를 막아보자고 시작한 일에 한우산업이 궁지에 몰렸다. 한우 사육에 평생을 바친 농가들이나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일이다. 대를 이어 한우전문식당을 운영해온 한 대표는 “둔갑판매가 성행하던 시기에도 고기 맛이 달라지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고집으로 뚝심 있게 이어온 식당이다.

 

이 식당이 이젠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며 “김영란법 이후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한우전문점은 곧 가서는 안 되는 집처럼 인식됐고, 대를 이어 이어온 자부심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한우협회를 중심으로 법의 도입 시기부터 여러 문제를 지적했고, 우선 시행하고 보자는 정치권의 주장과 여론에 밀려 도입이 돼버린 것이다.

 

이후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전개하고 있지만 청탁금지법의 목적이 정의사회 구현이다 보니 한우업계의 입장만을 주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행히 정치권에도 이런 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일부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업계가 원하는 수준으로 개정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설 명절에도 한우 소비 위축

지난 1월 한우 출하 두수는 총 4만 6천206두였다. 평균 경락가격은 1만5천601원/kg으로 나타났다. 전년 1월의 경우 한우 출하 두수는 5만1천276두였고, 평균 경락가격은 1만8천550원이었다. 등급별 가격 차를 살펴보면 1++는 지난해 2만1천708원/kg에서 올해는 1만9천511원/kg으로 하락했다. 1등급의 경우 1만8천835원/kg에서 1만5천889원/kg으로 떨어졌다.

 

농가의 두당 수취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130만원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출하 두수가 줄었음에도 가격이 이렇게 내려갔다는 것이다. 가격은 공급이 줄어들면 오르게 돼 있는 것이 상식임에도 이렇게 공급량 감소와 가격하락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위험한 신호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1월 한우 가격이 평년에 비해 크게 떨어진 일은 그냥 두고 넘어갈 수 없다. 일반적으로 설을 앞두고 한우의 출하량이 많아진다.

 

출하량이 많아짐에도 수요가 그 이상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에 한우 가격이 평소보다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차상계류라는 말은 명절을 앞두고 출하물량이 넘쳐 소들이 공판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 위에서 며칠을 보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매번 명절을 앞두고 이런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출하량이 감소했음에도 가격이 떨어졌다.

 

이번 설을 보내면서 한우업계는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여파가 생각보다 심각했음을 현실로 확인한 셈이다. 한우업계는 청탁금지법 개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다. 수입육 판매에만 유리한 현 청탁금지법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의 자부심, 명품 한우

한우는 국내 농산물 중 대표적인 명품이다. 한우가 명품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농가들은 물론 업계 전체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쇠고기 수입개방 후 품질 차별화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한우를 고급육으로 만들기 위해 등급제를 일찍이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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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한우고기를 만들기 위해 거세 고급육 사양기술을 도입했고, 장기 비육을 통해 깊은 맛이 나는 한우고기를 만들어 냈다. 둔갑판매를 막기 위해 농가들이 스스로 나서 유통감시활동을 펼치기도 했고, 이력제를 도입해 마침내 신뢰할 수 있는 소비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렇게 힘겹게 걸어 만들어낸 명품 한우다. 이런 명품 한우의 이미지가 청탁금지법 하나로 훼손된 것은 안타까운 일을 넘어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자부심으로 한우를 키우던 농가들과 명품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으로 식당을 운영해온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다. 공급량이 줄어드는데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한우 농가 중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하게 되고, 결국 한우 생산기반이 붕괴된다. 청탁금지법 개정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가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져 있다. 명절을 보내면서 한우는 더는 어렵겠다는 이야기도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한우업계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즉각 청탁금지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