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사양관리

선도 농장 탐방

강원 양양 양양한우고급육영농조합법인 김홍열 대표

대를 잇는 개량과 사양관리로
고급육의 완성도를 높이다 

강원 양양에서 오랜 시간 한우를 길러 온 김홍열 대표는 개량과 사양관리의 기본을 꾸준히 지키며 안정적인 고급육 생산 기반을 다져 왔다. 지역 농가와 경험을 나누며 양양 한우산업을 이끌어 온 그는 아들 김주헌 대표와 함께 시설과 작업 방식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한 세대의 경험과 다음 세대의 전문성이 만나 농장과 지역 한우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재생 버튼을 눌러 음성으로 들어보세요!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의 경사진 길을 따라 오르면 언덕 위에 자리한 양양한우고급육영농조합법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은 지붕과 사방이 트인 우사 안으로 바람이 드나들고, 건강해 보이는 한우들이 차분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우사 곳곳에서는 사육 단계별 관리와 작업 효율을 함께 고려한 세심함이 먼저 엿보였다.

 

한우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군 농장

김홍열 대표가 본격적으로 한우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1979년 무렵이다. 당시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우 30마리로 시작해 사육 규모를 조금씩 늘려 오며 직접 사육 기반을 마련했다. 한때 소값 폭락과 질병으로 농장 운영을 잠시 접어야 했던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는 더 큰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였을 뿐 한우산업에 대한 그의 애정과 신념을 꺾지는 못했다. 그는 한우가 지역과 가족을 살리는 일이라는 일념으로 2000년 지금의 부지에서 다시 한우 사육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사육 기반을 갖추기 위해 지역 내 5개 농가와 힘을 모아 양양한우고급육영농조합법인도 설립했다.

현재 농장 부지는 16,528㎡(약 5,000평)이며, 이 중 우사 면적은 3,636㎡(약 1,100평)으로 3개 동에서 한우 210두를 일관사육하고 있다. 가임 암소 약 80두를 기반으로 거세우와 암소 비육우, 육성우, 송아지를 함께 관리하며 연간 80~90두를 출하한다.

김 대표가 한우 사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수한 암소의 계통을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다. 사육에 적합한 성향과 우수한 체형 등 오랜 시간 다듬어 온 좋은 형질을 후대에 물려주며 농장에 맞는 한우를 길러내기 위해서다. 농장에는 계대가 12대까지 이어진 암소도 있다. 한 세대를 약 3년으로 보면 36년에 걸쳐 한 계통의 특성을 살피고 개량해 온 셈이다.

“일관사육 농가는 오랫동안 꾸준히 개량해 온 한우를 쉽게 도태하지 말고 그 뿌리를 이어가야 해요. 그래야 개량의 효과도 얻고, 그 안에서 보람도 찾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가 한우 개량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배경에는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쌓은 경험이 있다. 지난해까지 대의원과 부회장(한우)으로 활동하며 전국의 농가와 교류하고 지역별 개량 흐름을 접한 덕분에 우수한 암소의 형질을 세대에 걸쳐 이어가는 일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체형과 육질의 균형이 고급육 성적을 만든다

김홍열 대표는 한우 개량에서 보유 암소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정액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농장마다 보완해야 할 형질이 다른 만큼, 유행하는 정액을 좇기보다 각 암소의 장단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량은 어떤 정액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우리 농장 암소의 밑바탕과 정액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중요하죠. 체형만 키우면 육질 등급이 부족할 수 있고, 등급만 생각하면 체격과 도체중이 아쉬울 수 있습니다. 두 가지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이러한 방향은 우수한 출하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가 설명한 최근 거세우 출하 성적은 1++등급이 약 70%, 1+등급이 25% 안팎이며, 나머지도 대부분 1등급 이상을 기록한다. 최근 출하 물량의 평균 도체중도 520kg을 웃돈다. 특정 개체의 성적보다 농장 전체의 평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다.

사료는 번식우와 비육우의 목적에 따라 구분해 급여한다. 번식우에게는 볏짚과 직접 재배한 수단그라스, 옥수수, 보릿겨 등을 섞은 자가배합사료를 급여하고, 계절에 따라 비타민제 등을 보충한다. 송아지는 인공유와 양질의 수입건초를 먹여 반추위 발달과 고형 사료 적응을 돕고, 생후 7개월령부터 성장 단계에 맞는 완전배합사료(TMR)를 급여한다.

발생한 축분은 퇴비장에서 10일 간격으로 4~5번 정도 교반하여 통풍이 잘되도록 하고, 충분히 발효시켜 퇴비로 만든다. 퇴비장은 천장을 높이고 사방을 열어 내부에 가스가 머물지 않도록 했으며, 축분을 넓게 펼쳐 자주 뒤집어 건조와 발효를 돕는다. 완성된 퇴비는 약 1만 5,000평의 조사료 재배지에 거름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퇴비가 필요한 인근 채소 재배 농가와 나눈다. 조사료 생산과 축분 처리를 농장 안팎에서 연결한 방식이다.

 

▲김홍열 대표의 농장에서는 자가 인공수정을 하는데
인공수정 전에 반드시 정액성상(활력도)을 현미경으로 검사한다.

▲김홍열 대표(왼쪽)와 아들 김주헌 대표

경험을 나누며 지역 농가와 함께 걷다

김홍열 대표의 한우 사랑은 농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처럼 지역에 큰 규모의 농장이 많지 않았던 시기에는 후배 농가들의 교육을 위한 견학지로 농장을 개방하고, 송아지 관리 등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주변 농가에서 분만이나 송아지 설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면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살피고 대응 방법을 함께 고민해 왔다.

“한우를 키우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이 언제든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경험이 적은 농가는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어요. 내 일도 바쁘지만, 제가 가진 경험으로 농가의 어려움이나 손실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이웃끼리 도와야죠.”

그가 말하는 선도농가의 역할은 앞서가는 기술을 혼자 갖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얻은 답을 주변과 나누는 데 가깝다. 축산농가가 마을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만큼 평소 관계를 쌓고 서로의 사정을 이해해야 농장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남들에게 ‘오랫동안 성실하게 농장을 일궜다’는 평가를 듣거나, 이웃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개량의 경험에 2세 경영의 변화를 더하다

현재 양양한우고급육영농조합법인은 2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아들 김주헌 대표는 연암대학교를 졸업하고 강원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8년 전부터 농장 경영에 합류했다.

전문 교육을 받고 현장 실무를 함께 쌓은 그는 아버지의 사양관리 노하우를 이어받는 한편, 배운 지식과 새로운 방식을 농장 운영에 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인공수정과 번식우 관리를 주로 맡고 있으며, 김홍열 대표는 비육우를 중심으로 관리한다. 발정 확인과 개체 상태 점검처럼 경험이 필요한 일은 부자가 함께 살핀다.

아들이 합류한 뒤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시설과 작업 방식이다.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우사 구조도 단계적으로 개선했다. 젖을 뗀 송아지를 위한 전용 공간도 김주헌 대표가 세심하게 관리하는 시설이다. 일반 우사에서 이유를 진행하면 송아지가 어미를 찾아 사료조 틈으로 빠져나가거나 울타리를 넘으려다 다칠 수 있다.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일정 기간 적응하게 한 뒤, 성장 상태와 우사 여건에 따라 다음 칸으로 이동시킨다.

“송아지는 젖을 떼는 시기에 사고가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빠져나가거나 다칠 만한 틈이 없는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적응하게 합니다. 이후 성장 단계에 맞는 공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일반 우사로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부자가 함께 그리는 양양 한우의 미래

김홍열 대표의 오랜 경험과 아들 김주헌 대표의 새로운 시각이 맞물리며 농장에 안정과 변화를 더하고 있다. 김홍열 대표는 자신이 열정을 쏟아왔던 업을 아들이 이어가겠다고 나선 것을 가장 큰 자부심으로 꼽는다. 특히 아들에게 장기적으로 농장 규모를 300~400두까지 확대하고, 개량과 사양관리, 수익성 판단에 집중하되 반복적인 작업은 고용 인력과 나누는 체계적인 운영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김 대표의 시선은 양양 한우산업의 미래로도 향한다. 그가 바라는 것은 양양에서 태어난 한우를 지역 안에서 지키는 것이다. 양양산 한우를 지역 농가가 직접 키워 비육과 출하까지 이어가야 오랜 개량의 성과와 경쟁력도 지역에 축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질병과 방역 기준은 엄격히 지키되, 우사 신축과 시설 개선에 관한 제도 역시 농가가 안정적으로 사육을 이어갈 수 있는 현실을 함께 고려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열 대표가 오랜 시간 쌓아온 개량·사양관리 노하우와 지역 농가와 함께해 온 마음은 이제 아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한 세대가 축적한 경험을 다음 세대가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그 성과를 지역과 나누는 것. 부자가 함께 그리는 양양 한우의 미래는 바로 그 길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