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 자원순환형
한우산업의 가치와 과제 ➊
탄소중립 시대에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하여 한우산업이 받고 있는 오해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또한 자원순환 체계에서 한우산업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과 가치를 재조명하며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앞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글 장구 (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장구 교수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로 동물의 생식세포를 활용한 질병과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진료 활동에 힘쓰고 있다. 특히 시험관 송아지 출산과 유전자 편집 기술 등 수의학 연구 최전선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한수의학회 젊은 과학자상,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바이오노트 올해의 논문상, 대한수의학회 학술연구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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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 한우산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이 국가와 산업의 주요 과제로 부상하면서 축산업, 특히 소 사육은 온실가스 논쟁의 중심에 놓여 있다. 반추가축의 장내 발효 과정에서는 메탄이 발생하며, 가축분뇨의 저장·퇴비화·액비화 등 관리 과정에서도 수분과 산소 공급 조건에 따라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배출될 수 있다. 따라서 한우산업 역시 온실가스 감축 측면에서 고민이 많다.
그러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과 한우산업을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규정하는 판단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한우의 환경적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국가 전체의 배출구조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위치뿐 아니라, 생산단위당 배출량, 사료자원의 구성, 분뇨의 처리와 환원 방식, 기술을 통한 감축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탄소중립 시대에 필요한 것은 한우산업을 과학적 근거 없이 무조건 옹호하거나 배제하는 태도가 아니라, 배출량과 자원순환 기능을 동일한 과학적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하고 개선하는 일일 것이다.
국가 온실가스와 농축산 배출 비중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확정한 2022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 2,429만 톤(CO₂eq.)이었다. 이 가운데 농업 분야 배출량은 약 2,300만 톤으로 국가 총배출량의 3.2%를 차지했다. 농업 분야 내부에서는 벼 재배가 31.0%, 장내 발효가 29.4%, 가축분뇨 처리가 26.4%, 농경지 토양이 12.7%를 차지한 것으로 제시됐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장내 발효와 가축분뇨 처리 항목이 한우만의 배출량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내 발효에는 한우와 젖소를 비롯한 반추가축이 포함되며, 가축분뇨 처리에는 소·돼지·가금류 등 여러 축종이 포함된다. 따라서 농업 또는 축산 분야의 배출량을 그대로 한우산업의 배출량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국가 배출구조에서 농업과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그렇다고 감축 필요성을 낮게 평가할 수는 없다. IPCC*는 장내 발효를 농업 분야 메탄의 주요 배출원으로 보고 있으며, 분뇨 관리에서도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배출된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사료 개선, 장내 발효 저감, 분뇨 관리와 질소 이용효율 향상 등 다양한 감축수단이 존재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 IPCC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한우의 자원순환 기여
한우의 자원순환 기여
반추가축이 지닌 중요한 생물학적 기능은 사람이 직접 섭취하기 어려운 목초, 볏짚, 농산 부산물, 식품가공 부산물을 이용해 육류와 우유 등 영양가 있는 식품을 생산하는 데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가축이 비가식성 바이오매스와 농업 부산물을 축산식품, 유기질 비료와 재생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순환 바이오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국내 한우농가 조사에서 수입산과 국내산 조사료 이용 비율이 약 3:7으로 국내산의 비중이 높았으며, 조사료 형태별 사용 비율에서는 볏짚이 50.5%로 가장 높았다. 국내산 건초 15.0%, 수입산 건초 12.5%, 섬유질 배합사료가 10.7%로 뒤를 이었다. 볏짚은 사람이 직접 섭취하지 않는 논농업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한우는 벼농사에서 발생한 섬유질 자원을 소고기로 전환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섬유질 배합사료 역시 한우산업의 순환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맥주박, 비지, 깻묵, 두유박, 버섯 사용 후 배지 등 47종의 농식품 부산물에 대한 사료 가치를 평가하고 관련 정보를 한국표준사료성분표와 한우 자가 섬유질 배합사료 프로그램에 반영했다. 최근 현장 시범사업에서는 자가 TMR을 적용한 농가의 출하월령이 평균 30.9개월에서 28.5개월로 단축되고 사료비가 11.3% 절감된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농식품 부산물은 종류와 발생 시기, 생산업체에 따라 수분과 영양성분의 편차가 크며 보관 중 변질 가능성도 있다. 원료의 안전성·균질성, 성장단계별 영양 요구량, 기존 사료 원료의 대체 정도와 운송거리를 함께 관리해야 실제 환경편익과 농가 경영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한우산업은 비가식성 자원을 활용해 자원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생물학적·산업적 기반을 갖춘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실제 순환성은 국내 조사료와 부산물 이용률, 사료 효율과 분뇨 환원 성과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
가축분뇨의 양면성과 경축순환농업
가축분뇨는 양면성을 가진다.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악취와 수질오염, 메탄과 아산화질소 배출의 원인이 된다. 반면 충분히 부숙시키고 농경지의 양분 수요에 맞추어 사용하면 토양에 유기물과 질소·인 등의 양분을 공급하는 농업자원이 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축산환경 조사에서 국내 가축분뇨 발생량은 연간 5,087만 톤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한·육우 분뇨는 1,751만 톤으로 전체의 약 34%를 차지했다. 전체 가축분뇨의 약 73%는 퇴비, 약 12%는 액비로 처리됐으며, 한·육우 분뇨의 농가 자체처리 비율은 80.5%로 조사됐다. 그러나 자체처리 비율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경축순환이 적정하게 이루어진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자가처리’는 분뇨를 누가 처리하는지를 의미하며, 퇴비의 부숙도와 품질, 농경지 수요에 맞는 적정 살포 여부까지 보장하는 개념은 아니다. 분뇨가 충분히 부숙되지 않거나 지역의 농경지 수용력을 초과해 살포되면 악취, 토양의 질소·인 축적과 수질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축순환은 분뇨를 단순히 퇴비로 만들어 농경지에 살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별 양분수지와 농경지 수용력, 퇴비 품질, 살포량과 시기, 운송거리까지 포함하는 정밀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농경지 수용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정화 처리, 바이오가스화, 고체연료화와 바이오차 등으로 처리 방법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바이오가스화는 분뇨의 혐기성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메탄을 대기로 방출하지 않고 에너지원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설의 경제성과 메탄 누출, 소화액의 사후관리까지 포함해 평가해야 실제 감축수단이 될 수 있다. 분뇨는 그 자체로 자원이 아니라, 적정한 처리와 이용 조건을 갖출 때 자원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 다음 호에서 ‘탄소중립 시대, 자원순환형 한우산업의 가치와 과제 ❷’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