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사양관리

선도 농장 탐방

경기 여주 삼은목장 정영삼 대표

매출 최상위, MZ 청년 축산인의
개방적 사고와 실행 

평균 출하 개월령 26.4개월, 1++등급 출현율 94%, 마리당 월 수익 25만 8,632원.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마흔 살의 후계농이 아버지의 농장을 이어받은 지 7년 만에 손에 쥔 성적표다. 이 숫자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리고 그는 왜 자신의 사료 배합비와 실제 수익까지 인스타그램에 그대로 공개하는 걸까.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삼은목장 정영삼 대표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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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삼은목장에서 출하된 한우의 성적표는 이렇다. 평균 출하 개월령 26.4개월, 도체중 478kg, 등심단면적 120cm2, 그리고 최상위 등급인 1++등급 비율 94%(1++등급 No.9 출현율 70%). 여기에 마리당 월 수익 25만 8,632원. 한우업계에서 이 정도 성적표를 두고 “전국 최상위권”이라 부르는 데 인색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 숫자를 만든 사람은 축산학 전공자도, 30년 경력의 노장도 아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아버지의 축사를 물려받은 지 이제 7년째에 접어든 마흔 살, 삼은목장의 정영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뒤에는 1989년부터 여주 가남에서 낙농업을 일군 부친 정명락 선대 대표가 있었다. 근 37년을 착유기 앞에서 살아 왔으나, 아들인 정영삼 대표가 이어받으며 한우농장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아들에게 잔소리하지 않았다. 노하우를 억지로 전수하려 하지도, 방식을 두고 다투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믿고 맡겨주신 덕분에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하나 제 나름 최선의 방법을 찾아 연구하고 공부했다”라면서 “제가 자주 찾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저처럼 목장을 경영하는 젊은 분들이 일본 잡지나 신문에서 본 자료를 공유하는데 그것도 모두 놓치지 않으려 했다”라고 했다. 이어 “훌륭한 사례를 봤으니 이제 직접 시행하는 것이 중요했다”라며 “해봐야 알고, 시행착오도 겪고 그러면서 조금씩 확신을 갖게 됐다. 수익이 증명하지 않나”하고 힘줘 말했다. 아버지의 믿음에 보답한 정영삼 대표.

삼은목장이 일궈낸 오늘의 숫자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아버지의 믿음, 그리고 아들의 인고

정영삼 대표는 원래 축산과 거리가 먼 길을 걷고 있었다. 생물학도였던 그는 연구직을 꿈꿨지만, 도시에서의 직장 생활은 좀처럼 그의 마음을 붙잡아주지 못했다. 그 무렵 아버지가 축사를 정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때, 정영삼 대표는 “내가 한번 해보겠다”라고 아버지를 설득했고, 그 한마디로 아들은 여주로 돌아왔다. 느닷없는 아들의 선언에 아버지는 놀라긴 했지만 걱정보다 신뢰를 내비쳤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 3년, 정 대표는 아버지 세대의 방식대로 번식과 비육을 병행하는 일관사육에 도전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송아지를 사 와도 성적이 어중간했고, 사료비는 매달 꾸준히 나가는데 출하 성적표는 답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을 채우고 나서 결단을 내렸다. 암소를 모두 처분한 것이다. 번식을 접고, 유전력 좋은 수송아지를 입식해 살찌우는 비육 전문 체제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개량된 유전자를 이미 갖춘 송아지를 구입해서 자신의 사양관리 기술로 최상위 등급까지 올려놓는 방식이다. 축산업 상식을 뒤집는 결정이었다. 이때도 아버지는 이래라저래라 말이 없었다. 다만 지켜볼 뿐이었다.

“아버지가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저도 다 알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더 제대로 하려고 하는 모습을 성적표로 보여드리려 했죠.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결과를 보여드리는 게 훨씬 빨랐어요.”

그는 매일의 사료 급여량과 개체별 증체량, 사료 원료의 시세 변동까지 엑셀에 촘촘히 기록했다. 아버지가 30년 넘게 몸으로 쌓아온 경험을, 아들은 숫자로 옮겨 적었다. 아버지의 경험과 아들의 데이터가 우사 한 공간에서 만나 새로운 한우 사육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삼은목장 인스타그램(@sameunfarm) 화면.

▲정명락 선대 대표(왼쪽)와 정영삼 대표

우수혈통 송아지, 자가 TMF 급여로 1++ 출현율 94%

번식을 접고 비육으로 돌아선 뒤 정 대표가 파고든 것은 사료였다. 국내 시판 사료의 배합비를 살펴보니 대부분 단백질 함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일본 사료를 영양학적으로 뜯어봤어요. 원료 가짓수는 우리보다 훨씬 단순한데, 단백질 대신 탄수화물 함량이 높더라고요. 마블링은 결국 탄수화물에서 만들어지는데 말이죠. 우리는 원료 종류만 많았지, 정작 핵심 영양 설계는 놓치고 있었던 겁니다.”

그는 옥수수를 중심축에 놓고 배합비를 다시 짰다. 처음엔 컨설팅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좋은 배합비인지 나쁜 배합비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다듬어진 것이 삼은목장 자체 배합·발효사료인 ‘삼은TMF(Total Mixed Fermentation)’다. 단순한 원료 교체가 아니라 사양관리 체계 전반의 재설계였다. 완전혼합발효사료라는 이름 그대로, 원료를 배합해 발효 과정을 거친 뒤 급여하는 방식이다. 한우의 소화율이 올라가고 사료 이용 효율이 높아지면서 같은 사료비로 더욱 월등한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체 개발한 사료에서 축적된 노하우는 자연스레 상품화로도 이어졌다. 비육 후기의 마블링과 육색을 끌어올리고, 하자육 발생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 사료 ‘삼은TMF’가 그 결과물이다. 충남 부여에 있는 공장에서 OEM 방식으로 제조해 판매한다.

“우리 우사에서만 쓰고 말 것이 아니라, 다른 농가에도 곧바로 도움이 될 만한 걸 내놓자는 생각이었어요. 저희 한우들한테 먹여서 성과가 확인된 것만 상품으로 내놓습니다.”

동시에 혈통이 좋은 송아지를 들여오는 데도 공을 들였다.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혈통이 비육했을 때 등급이 잘 나오고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를 직접 확인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우시장에서 신중하게 송아지를 고른다. 눈대중이 아니라 데이터가 선택의 기준이 된 것이다. 결국, 유전력 좋은 밑소를 들여오고, 스트레스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삼은TMF로 키우는 것, 이 세 축이 오늘날 삼은목장의 사양관리 골조다.

삼은목장의 거세우 평균 출하월령 26.4개월은 짧게 잡아도 서너 달, 길게는 일곱 달가량 이른 조기 출하다.

그럼에도 1++ 등급 출현율이 94%다. 그중에서 1++ No.9의 출현율이 무려 70%에 다다른다. 사료비를 아끼면서도 최고 단가를 받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해 보이는 조합이 그의 축사에서 실제로 굴러가고 있다. 마리당 평균 400만 원의 입식가에 380만 원의 사료비를 들여 25만 8,632원의 월 수익을 남기는 이 수지 구조는, 등급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숫자다. 생산성 관련 지표를 훑어보아도 한우농가 중에서 최상위권으로 분류된다.



 

SNS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 공유 ‘모두와 풍요로운 농장’ 꿈꿔

정 대표는 자신의 노하우를 감추지 않는다. 요즘 세대답게 유튜브 채널 ‘삼은목장의 한우이야기’에서 사양관리 방식을 공개하고, 인스타그램 계정(@sameunfarm)으로 목장 일상을 나눈다. 네이버 카페 ‘한우마당’ 운영에도 힘을 쏟는다.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했더니 전국의 젊은 축산인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온다. 송아지 케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입식할 때 어떤 소를 골라야 하는지, 유전력을 얼마나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 등….

주목할 점은 그가 SNS에 성과를 올릴 때의 방식이다. 대부분의 농가가 감추기 마련인 실제 수익을 그는 오히려 그대로 공개한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에는 26~27개월 조기 출하 사례의 마리당 수익 560만 원이라는 숫자가 여과 없이 적혀 있다. 외부 입식우 두당 출하수익 1,325만 원… 이런 식이다. 이처럼 그의 계정은 개인 홍보 창구가 아니라 사실상 한 편의 공개된 사양관리 매뉴얼처럼 굴러간다.

사육두수가 정점을 찍고 한우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우산업 전반에 불안이 짙어졌지만, 그는 담담하다.

“한우를 키우는 일처럼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내주는 일도 드물어요. 욕심내지 않고 목표를 정해 다가가면 됩니다. 특히 젊은 친구들한테 그 얘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한우값이 지금 좋다고 마릿수만 늘리다가 무너지는 사례를 너무 많이 봐왔거든요.”

요즘 그의 우사에는 서울에서 내려오고 싶다는 이들의 상담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 조기 퇴직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 축산이 새로운 진로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 대표는 그럴 때 “목장도 이제 하나의 기업이고, 새로운 유망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분야”라고 답한다.

7년 전 여주로 돌아와 농장을 이어받은 정영삼 대표는 체계적인 사양관리와 기록 중심의 경영을 통해 우수한 출하 성적을 거두며 전국 한우농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양관리와 사료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농장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