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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업 특집 기고

한우산업에 생명공학의 날개를 달자 ➋

유전자, 줄기세포, 데이터 기반의
한우산업을 향해

 

글 장구 (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장구 교수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로 동물의 생식세포를 활용한 질병과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진료 활동에 힘쓰고 있다. 특히 시험관 송아지 출산과 유전자 편집 기술 등 수의학 연구 최전선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한수의학회 젊은 과학자상,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바이오노트 올해의 논문상, 대한수의학회 학술연구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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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산 과학자들은 생명의 근원인 DNA 분석을 통해 육질, 육량, 질병 저항성과 직결된 핵심 유전자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등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하고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누적된 후대검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송아지 단계에서부터 등지방두께, 도체중, 근내지방도(마블링)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유전체 선발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진보된 기술로 현장에 보급 중인 OPU 체외수정란 기술과 이 유전체 분석 기술이 결합하면, 한우 개량의 세대 간격은 더 단축될 것이다.

 이를 현장에 완벽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수정란 유래 송아지들에 대한 부모 혈통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재 필자가 속한 연구팀이 개발하여 전라북도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수정란 이력 관리 프로그램’은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는 훌륭한 모델로, 미래 한우 개량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큰 빛을 발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태어난 송아지는 향후 비육 후 도축되어 소비자에게 판매가 되어도 그 유전적 고유 코드가 추적되므로, 한우 둔갑 판매나 원산지를 속이는 고질적인 문제를 원천 차단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미래의 게임 체인저: 유전자 편집과 줄기세포 기술

이러한 기술이 ‘현재 진행형’이라면, 우리가 반드시 준비해야 할 한우산업의 미래는 ‘유전자 편집’과 ‘배아줄기세포’ 기술에 있다. 크리스퍼(CRISPR-Cas9)로 대표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우수 형질의 자연 돌연변이를 정교하게 모사하는 첨단 정밀 분자 육종 기술이다. 미국, 브라질, 일본,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는 이미 이 기술을 기존 유전자 변형기술(GMO)과 분리하여, 산업화하기 위한 제도를 발 빠르게 정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인 리컴비네틱스 연구팀은 탈렌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뿔이 자라지 않는 소를 개발하였으며(Carlson et al., 2016), 이는 제각(除角)에 따른 동물 복지 문제와 농가 노동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획기적 성과로 평가받는다.

양돈 분야에서도 치명적인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바이러스 수용체를 제거한 질병 저항성 돼지가 개발되어 미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 식품 승인 절차를 통과해서 산업 현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온난화에 대응해 열 스트레스에 강한 ‘슬릭 헤어(Slick hair: 매끄럽고 짧은 털)’ 돌연변이 유전자를 소에 도입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국내 생명공학 연구의 수준 역시 세계적이다. 필자가 속한 연구팀에서도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인 마이오스타틴(MSTN) 유전자 녹아웃(Knock-out: 특정 유전자 제거)을 통한 단백질(근육) 함량이 높은 한우, 그리고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PRNP)의 발현을 억제하여 원천적으로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한우를 자체 생산하였고 현재 이들 개체에 대한 다각적인 정상성 분석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과 더불어 ‘배아 및 정자 줄기세포’ 기술은 축산의 패러다임을 바꿀 궁극의 기술이다. 인체 의학에서는 이미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성 질환 임상 치료가 활발하지만, 축산 분야에서는 이를 우수 유전 자원의 무한 증식과 ‘대리부’ 생산 기술로 응용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의 존 오틀리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NANOS2 녹아웃)을 통해 스스로 정자를 생산하지 못하는 수컷 대리부(돼지, 소 등)를 만든 뒤, 여기에 최고 능력 씨수소의 정원줄기세포(정소 내에서 정자를 만드는 세포)를 이식하여 평범한 수소가 최상위 씨수소의 정자를 생산해 내는 데 성공하였다(Ciccarelli et al., 2020). 나아가 인공적으로 분리 배양한 배아줄기세포를 생식세포로 분화시키는 체외배우자형성(IVG, In Vitro Gametogenesis: 생식기관 없이 정자와 난자 생산)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 규슈대학의 하야시 카츠히코 교수 연구팀은 쥐의 체세포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와 배아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난자로 분화시킨 뒤, 이를 수정시켜 살아있는 새끼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Hikabe et al., 2016). 

이론적으로 소의 배아줄기세포도 마우스처럼 체외에서 반영구적 증식이 가능하므로, 이 세포를 이용해 체외에서 무한대의 정자와 난자를 생산해 내는 시스템이 확립된다면 한우의 개량 속도는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빨라질 것이다. 필자가 속한 연구팀 역시 이미 10개 이상의 한우 배아줄기세포주를 성공적으로 분리하여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는 전능성 검증을 마쳤으며, 이를 정원줄기세포로 분화시키기 위한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알파폴드(AlphaFold)나 알파게놈(Alphagenome)과 같은 인공지능(AI) 예측 도구들이 이러한 유전자 분석 및 줄기세포 연구와 결합한다면, 우리는 태어날 소의 표현형을 세포 단계에서부터 완벽하게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과학 기술과 현장의 융합, 100년 한우산업을 향해

2026년 발표된 미국의 새로운 식생활 지침(『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 등 글로벌 영양학계의 흐름은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고품질 동물성 단백질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축산 현장에서 정성껏 생산해 내는 고기와 우유는 인류 건강 유지를 위해 결코 대체될 수 없는 필수 식품이다. 돌이켜보면, 국내 한우산업은 자연교배와 인공수정을 거치며 세계가 놀랄 만한 외형적·육질적 개량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제는 OPU 체외수정란과 유전체 선발이 접목된 ‘정밀과학의 영역’으로 완전히 진입했다. 초창기 수컷 중심 개량 체계에서 다소 ‘운’에 기대던 번식의 영역이, 이제는 데이터 기반의 ‘예측과 과학적 제어’의 영역으로 확실하게 전환된 것이다. 현장과 학계에서 땀 흘려 공부하는 미래 축산의 후속세대들은 세포 배양 및 동결, 성감별, 인공지능 유전체 분석, 유전자 편집 및 줄기세포 기술이야말로 대한민국 축산업의 명운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혁신적인 생명공학 기술이 연구실에서 탄생한다 한들, 축산 현장의 농가들과 관련 단체들이 이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한우산업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결국 위기를 돌파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끊임없는 생명공학 기술의 개발과 그것을 현장에 적용하는 도전적인 실행력이다. 우리 한우농가 또한 과거의 경험과 전통적인 사육 방식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유전체 데이터와 생명공학이 제공하는 객관적인 과학적 지표를 농장 경영에 적극 도입하는 스마트한 ‘생명공학 경영인’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연구실에서 만들어 낸 과학 기술의 혁신과, 축사 현장에서 다져진 농가의 오랜 노하우가 신뢰 속에서 융합될 때, 대한민국 한우산업은 거센 수입 개방의 파고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프리미엄 ‘K-축산’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생명공학은 한우의 빛나는 미래를 여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