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업에 생명공학의 날개를 달자 ➊
인공수정에서 배아줄기세포까지
한우 번식과 개량의 근간이 된 인공수정 기술부터 최첨단 유전체 선발기술, 그리고 앞으로 미래 한우산업의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게 될 유전자 편집 및 배아줄기세포 기술에 이르기까지, 생명공학 기술이 걸어온 발자취와 현재의 성과,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청사진에 대해 연재한다.
글 장구 (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장구 교수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로 동물의 생식세포를 활용한 질병과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진료 활동에 힘쓰고 있다. 특히 시험관 송아지 출산과 유전자 편집 기술 등 수의학 연구 최전선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한수의학회 젊은 과학자상,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바이오노트 올해의 논문상, 대한수의학회 학술연구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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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업 판도를 바꿀 생명공학 기술
소는 전 세계적으로 300가지 이상의 다양한 품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크게 육우와 유우로 구분한다. 대표적인 유우 품종으로는 홀스타인이 있으며, 육우의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국내에는 한우가 존재한다. 국내 대표 육우 품종인 한우는 수천 년 동안 그 혈통을 유지해 왔고, 오늘날 대한민국 축산의 자부심으로 평가받고 있는 고유 유전자원이라는 사실은 우리 국민의 자랑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농사일을 도와주는 역할에서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급 육우 품종으로 자리 잡았기에, 해외의 다른 육우 품종들이 국내 시장에 쉽게 자리 잡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재 각 국가는 자신들만의 고유 육우 품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그 유전자원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앵거스, 일본의 와규 등 축산 선진국들은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가축을 조기에 선발하고 번식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명공학 기술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동향과 맞물려 고급 육류의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한우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농가의 소득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유전자원을 더욱 과학적으로 구축하는 '번식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본 글에서는 한우 번식과 개량의 근간이 된 인공수정 기술부터 최첨단 유전체 선발, 그리고 앞으로 미래 한우산업의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꾸게 될 유전자 편집 및 배아줄기세포 기술에 이르기까지, 생명공학 기술이 걸어온 발자취와 현재의 성과, 그리고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청사진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공수정과 수정란 이식
한우 번식 생리 및 개량의 기초를 세운 것은 인공수정과 수정란 이식 기술의 발전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초창기 가축 개량에 있어 인공수정은 정자의 동결 보존 기술이 확립되면서 본격화했다. 우수한 수소의 정자를 신선 정액 상태로 이용할 경우 보존 기간이 매우 짧아 개량 확산에 지리적·시간적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글리세롤과 같은 정자 동결 보호 물질의 발견과 함께 정액을 액체 질소에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전 세계 육우 개량의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국내에서도 우수한 수소에 대한 후대검정 시스템을 통해 보증씨수소(KPN) 선발 체계가 안착하면서 한우의 체중과 도체 형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향상되었다. 초기 젖소에 주로 적용되던 인공수정 기술은 한우로 빠르게 확대되어, 현재 한우 번식 농가의 99% 이상이 인공수정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수정은 '수소 중심의 개량'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고 암소와 수소의 유전적 개량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수정란 이식 기술이 국제적으로 개발 및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국내 한우산업에도 1980년대 초반부터 도입되었다. 수정란 이식 기술의 현장 적용은 단순한 기법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우수 암소로부터 많은 수정란을 얻기 위한 과배란 유도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암컷의 생식기 질환이 없어야 하고 복잡한 내분비계(호르몬) 조절 기전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된 과배란 기반 체내 수정란 이식 기술은 한우 암수 동시 개량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기존의 기술을 앞지르는 생명공학의 발전이 거듭된다. 체외 수정 및 배양 기술의 성장으로 기존 과배란 유도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 생체 난자 흡입술(Ovum Pick-Up, OPU) 기반 체외 수정란 기술이 대두된 것이다. 실제로 2016년부터 국제 수정란 이식 통계 현황을 살펴보면 OPU 유래 체외 수정란 이식이 과배란 유래 체내 수정란보다 더 많이 생산되었으며, 2024년 기준으로는 기존 과배란 수정란 생산 대비 약 5배 가까이 증가하여 한우 개량을 폭발적으로 가속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초음파 가이드 기반의 OPU 기술과 난자의 체외배양 및 동결 기술의 고도화 덕분에, 이제는 고능력 암소 중심의 맞춤형 송아지 대량 생산 기술이 가능해졌다. 나아가 정자의 X, Y 염색체 DNA 함량 차이를 이용한 성감별 정액 시스템이 고도화되어, 농가의 목적에 맞춰 암수 송아지를 선별 생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젖소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이 기술이 수태율 향상 등 추가적인 연구 개발을 거치면 머지않아 한우 현장에도 핵심 번식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다음 호에서 ‘한우산업에 생명공학의 날개를 달자 ❷’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