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사양관리

선도 농장 탐방

충북 제천 영광목장 박종구 대표

‘ 탄소중립 시대의 대안’
환경과 한우의 육질, 모두 잡은 비결 

충북 제천 흑석동의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 평생 축산의 외길을 걸어온 영광목장 박종구 대표를 만났다. 한우 한 마리로 시작해 축사 두 곳에서 130두 규모의 자수성가를 이룬 그의 비결은 전통의 지혜와 현대 과학을 접목한 ‘화식발효사료’에 있다. 냄새 없는 축사, 소화 효율을 극대화한 사육 방식은 단순한 품질 향상을 넘어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소명으로 이어진다. 소를 ‘하나의 작품’으로 대하는 그의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은 우리 한우가 나아갈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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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 동북쪽, 흑석동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 토교리로 이어지는 고갯마루를 머리에 이고 있다. 예부터 가창산과 왕박산 사이 ‘조올치’를 넘나들던 관행길의 흔적은 지금도 솔치재 지름길 곳곳에 희미하게 남아 있다. 흑석동은 그렇게 옛길의 정취와 고즈넉함이 깃든 곳이다.

 

“정말 맛있소” 한우들을 군침 돌게 만드는 시큼한 사료의 정체

박종구 대표가 애지중지 키우는 130두의 한우는 바로 이 고요한 흑석동의 품 안에서 자란다. 사육 형태는 톱밥 방목이며 가임암소 40두, 육성우 20두, 거세우 70두 규모다. 한우를 키우기에 더할 나위 없는 2,000㎡의 천혜 환경에 박 대표만의 비책인 ‘화식발효사료’가 더해지면서 한우들의 건강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박 대표가 가장 먼저 주목한 변화는 바로 한우의 분뇨였다. 신기할 정도로 소화가 완벽하게 이뤄지는지, 분뇨 속에는 그 흔한 옥수수 알갱이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만지면 부드럽게 부서지는 습한 진흙과 유사한 느낌이다. 배출하는 분뇨의 양 또한 이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우가 사료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사람도 잘 먹고 소화가 잘 되어야 건강한 것처럼, 한우 역시 먹이의 소화가 왕성하니 건강한 육질의 한우가 나올 수밖에 없는 터다.

그에 맞춰 목장 환경도 바뀌어갔다. 분뇨 관리가 수월하고 냄새도 적어 축사 내 환경이 청결해졌고, 그만큼 한우 역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적었다. 게다가 일반 배합사료는 소화율이 50% 수준인 반면, 화식발효사료는 80%에 달하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흡수력이 좋아 오히려 사료비가 절감된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사료의 화식을 통해 소화율을 개선함으로써 증체 효과, 질병 예방, 축산 냄새 개선까지 이끌어내는 또 다른 사료 가공법의 승리인 셈이다.

화식발효사료는 과거 쇠죽을 끓여 먹이던 방식에서 비롯된, 한우의 건강을 위한 지혜이다. 원료를 고압솥에 쪄내는 1차 가공으로 유해 미생물을 사멸시킨 뒤, 유산균과 락토바실러스 등 이로운 균을 접종해 집중 배양하는 것이 핵심 공정이다. 이렇게 배양된 유익균은 사료 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며 유해균의 번식을 원천 차단해 한우의 면역력을 높인다. 박 대표는 “과거 쇠죽을 먹던 한우의 변을 땔감으로 썼을 만큼 소화가 완벽했던 전통의 원리를 현대적 사양 방식에 맞춰 그대로 구현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의 ‘쇠죽’에 과학을 입히다

이러한 변화가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2017년부터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의 농업회사법인 ‘태백사료’의 조성용 대표와 사료 개발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우리 전통의 사육 방식인 화식사료를 현대적인 기술로 새롭게 해석해 효율성을 높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낸 이들의 노력, 그 10년의 세월은 지금 영광목장의 가장 단단한 자부심이 됐다.

단순히 한우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는 특별한 이유를 손에 꼽으며 말을 이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은 더욱 부각되고 있지요. 바로 탄소중립입니다. 화식발효사료는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그만큼 장에서 불쾌한 가스 발생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저는 이 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환경도 중요한 시대니까요.”

게다가 가스 배출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27개월에 출하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34개월 출하하는 한우를 앞당기는 이유는 바로 가스 배출 문제 때문”이라며 “출하 시기를 무리하게 단축하면 생리적으로 한우의 품질을 극대화하기 어렵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효율성이 강조되며 배합사료 급여가 일반화된 지금, 박 대표는 루핀, 옥수수, 면실을 고온·압력으로 쪄내고 유익균을 배양해 급여하는 방식으로 한 차원 높은 단백질 공급법을 실천하고 있다. 전통의 지혜에 과학을 입힌 그의 고집이 영광목장만의 탄탄한 경쟁력을 만들어 낸 것이다.

박 대표는 사료비 절감을 위해 약 2만 평 규모의 부지에 조사료 단지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연간 생산되는 1,800톤의 조사료는 번식우와 송아지들에게 공급되어, 별도의 TMR 사료 구입 없이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수입 조사료 대체 효과를 노린 정부의 예산 증액 및 인센티브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특히 정부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동계 작물 재배 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정책적 뒷받침이 강화되면서 농가의 실질적인 사료비 부담을 크게 덜었음은 물론이다. 박 대표는 이러한 자구 노력이 결국 우리 축산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박종구 대표는 언제부터 축산의 꿈을 키워왔던 것일까. 그와 축산의 인연은 유년 시절부터 시작됐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한우를 길렀던 풍경은 그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자연스레 농업 계통 학교로 진학하며 축산인의 길을 걷게 되었고, 지인들의 조언을 들으며 꿈을 키웠다. 그렇게 돈을 한두 푼씩 모아 집으로 데려왔던 한우 한 마리.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한우를 내 손으로 키워내 인정 받겠어.’

그는 1988년 영농자금을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목장 경영에 뛰어들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맨손으로 시작해 목장을 200두 규모까지 키워낸 과정은 그야말로 자수성가의 역사다. 그 땀방울로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냈고, 지금은 두 식구가 오붓하게 목장을 지키고 있다. 한우 먹이에 오메가3 접목을 시도했을 정도로 연구에 몰두했던 그의 근성은 오늘날 최상급 한우를 생산하는 밑거름이 됐다.



 

작품 하나를 정성스레 만든다는 생각으로

“저희 목장은 일관사육 형태로 최고의 등급을 우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부심 묻어나는 박 대표의 말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느냐 물었더니,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각오쯤은 해야 하지요”라며 현답을 내렸다. 일관사육은 개량이 답이며, 좋은 사료로 정성을 쏟으면 한우들도 그 마음을 안다는 뜻이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낮춰 키운 한우들은 대부분 무게도 20~30kg 더 나가고 육질도 우수해진다.

박 대표는 화식 한우의 유통과 대중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화식 TMR 연구회를 맡고 있는 그는 화식 한우 전문 식당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예전에 홍콩에서 우리 한우의 브랜드 가치를 확인했습니다. 좋은 육질을 바탕으로 브랜드가 자리 잡으면 우리도 얼마든지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요. 화식발효사료로 키운 한우는 고기부터 기름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건강에 좋고 맛도 뛰어나지요.”

인터뷰 끝자락, 그는 올 7월 예정된 「한우법(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을 언급하며 정부와 농가가 발맞춰 나아가야 할 현실적인 대안을 강조했다. 환경과 탄소중립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인 만큼, 농가들 역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우법」이 시행되면 더 나은 환경에서 조사료를 생산하고 번식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제 한우 한 마리로 시작해 2,000㎡ 대지에서 평생 일군 축산 외길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대신 스스로 정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비록 현실적인 숙제가 남았지만 아쉬움보다는 자부심이 앞선다. 끝까지 웃으며 마무리하고 싶은 것이 그의 진심이다. 평생 ‘영광’이라는 이름 아래 정직하게 한우를 키워온 그의 땀방울은 오늘도 목장의 옥토에 깊이 새겨져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자수성가 축산인의 뒷모습에서, 우리 한우가 나아갈 당당하고 아름다운 마침표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