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플러스

선도 농장 탐방

뚜뿔팜농장 서진동 대표

“이웃과 함께 가야 투뿔”
펜을 든 한우 박사, 품격 있는 축산을 말하다

현장의 땀방울과 연구실의 치열함을 두루 섭렵한 서진동 대표(투뿔팜농장)는 35년간 한우의 길을 걸어온 ‘농학박사’이자 행동하는 리더다. 그는 축분 관리의 혁신을 통해 축산이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몸소 제시하고 있다. 「한우법」 제정을 향한 그의 다부진 목소리도 이제 개인의 농장을 넘어 대한민국 한우 산업 전체를 수호하는 든든한 방벽이 되고 있다.

퇴비 냄새 없는 ‘깨끗한 축산 농장’, 상생의 첫걸음

“어서 오이소. 날도 많이 찬데 고생하셨습니더.”

‘투뿔팜’ 농장 서진동 대표가 구수한 사투리로 일행을 맞았다. 찬바람이 매서운 날이었지만, 농장에 발을 들여놓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의아함이었다. 흔한 축사 냄새조차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냄새가 전혀 없다는 말에 서 대표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깨끗하게 봐주시니 참말로 고맙습니더.”

그의 겸손한 대답과 달리, 사무 공간 창가에 붙은 플래카드의 ‘농장 밖으로 퇴비 반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은?’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서 대표가 퇴비 처리에 대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축산 환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면서, 이제 철저한 분뇨 처리 없이는 ‘지속 가능한 축산’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투뿔팜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가축분을 효과적으로 발효 및 부숙시킨 뒤 우사 바닥의 깔짚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퇴비의 외부 반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서 대표의 이러한 노력은 철저히 ‘상생’에 기반한다. 그가 농장 내 퇴비 재활용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축산인이 이웃 주민에게 환영받지 못하면 산업의 미래도 없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정말로 이웃 주민들이 ‘당신 때문에 못 살겠다’라고 할 정도가 된다면, 저는 그 즉시 농장을 폐쇄할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의 각오와 책임감을 가지고 이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투뿔팜농장은 1년에 단 500포대의 톱밥만으로 비용 절감과 함께 농장 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비결은 철저한 수분 관리와 발효 공법에 있다. 특히 암소와 비육우의 분뇨를 성상에 따라 분류하고, 이를 마늘 농가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유기질 비료로 숙성한다. 20일씩 세 차례에 나눠 총 60일의 부숙 시간을 거친다. 이동과 적재 시 공기 마찰을 최대로 확대해 호기성 발효를 촉진한다. 이렇게 완성된 퇴비는 수분함량 50% 내외로 냄새가 거의 없다. 서 대표에게 ‘깨끗한 축산 농장’ 인증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축산인이 스스로를 단련하는 ‘채찍’이다. 그가 몸소 마을 주민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하는 ‘축산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그냥 얻어지지 않았다. 지난 2년여 동안 시행착오를 밤낮으로 겪은 결과다.



실력으로 증명한 ‘투뿔’, 이름값 하는 집념

하루하루 방역도 생활화됐다.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해야 미련이 남지 않는다”라며 겨울철 혹한기에도 쉼 없는 방역을 강조한다.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 귀찮고 번거로울수록 그만큼 한우에게는 이로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제가 직접 한우에 주사를 놔주기도 합니다. 개인 스스로도 방역에 집중하고요. 농장에 들어갈 때는 모든 옷을 갈아입고, 최대한 신경 쓸 수 있는 데까지 신경 써야 해요. 지금이 딱 그럴 때예요.”

서진동 대표는 영남대 축산학과 재학 시절, 교정 언덕에서 방목되는 한우들의 평화로운 풍경에 매료돼 축산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졸업 후 사료 회사와 축협에서 10여 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새벽 시간을 쪼개 빌린 농장에서 단 네 마리의 한우로 축산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어느덧 350두가량을 일관사육하며 고품질·안전 축산물 공급과 가축분뇨 처리 효율화에 힘쓰고 있다.

농장 이름인 ‘투뿔팜’의 ‘투뿔(1++)’은 한우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이자 등급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한우를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매일 아침 농장 간판을 보며 자신이 세운 목표를 되새긴다. 얼마 전에는 고령축산물공판장에 출하한 거세우 6두 중 1++ 등급이 4두, 1+ 등급이 1두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비결은 그가 오랜 시간 축적한 ‘성장 단계별 정밀 영양 설계’에 있다. 육성기에는 혼합 건초로 골격을 다지고, 비육 전기에는 45일간 숙성한 발효 TMF 사료와 비타민A 제한 공법을 병행해 육질의 기초를 완성한다. 특히 출하 직전까지 비타민을 재급여하며 사료 섭취량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방식은 고른 마블링과 압도적인 등급을 받아내는 투뿔팜만의 비결이다.

서진동 대표는 단순히 한우를 잘 키우는 농장주를 넘어 공부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2019년 경북대 대학원에서 조사료 생산 분야 연구로 농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우는 우리 식문화의 자부심입니다. 한우자조금의 홍보로 국내 소비를 넘어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품질 표준화와 수출 마케팅이 결합한다면 한우는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것입니다.” 

 


“돈은 잠시 머무는 것” 멈추지 않는 나눔

서진동 대표는 한우산업을 통해 얻은 이익을 지역사회와 나누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그의 기부는 거창한 계기가 아닌, ‘소유’에 대한 남다른 철학에서 시작됐다.

“절대 제가 잘나서 지금껏 큰 걱정 없이 살았던 게 아닙니다. 부모님의 덕과 이웃의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 제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그 혜택을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념은 지난 2022년 12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가입으로 결실을 보았다. 군위군 3호이자 경북 148호 회원이다. “우리가 사회에 환원할 때, 비축산인들도 우리를 지역의 소중한 일원으로 인정해 줍니다. 축산인이 기여자로 우뚝 설 때 한우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민족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는 11년째 이어온 경북대학교 장학금 기탁은 물론, 매년 정기 기부와 한우 나눔 활동, 청소년 한우 맛 체험 행사 등을 통해 꾸준히 온기를 전하고 있다. 또한 군위군 불자봉사회 회장으로서 주거환경개선사업과 반찬 배달 봉사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챙긴다. 이러한 철학은 자녀들에게도 대물림되어, 사후 재산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결심에 가족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 그는 후배 축산인들이 당장의 잔고보다 ‘사회적 신뢰’를 쌓는 리더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한우법」은 미래 세대를 위한 소임

하지만 축산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최근 3년여간 가장 힘들었습니다. 한우값은 떨어지고 부대비용은 올랐어요. 지금 한우 키우는 분들은 전부 빚을 내서 버티는 겁니다.” 그는 정부의 사료자금 대출을 장기적 대안 없이 받으면 뼈아픈 실책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차라리 조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면 반등이 빨랐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때문에 그는 이를 기회로 불황 전 500두였던 규모에서 150마리가량 줄여 지금의 350두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건실해 보이는 농장조차 속은 부채로 가득합니다. 한우값이 올라도 적자 회복이 쉽지 않아요.”

올해 7월 시행을 앞둔 「한우법(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 제정은 그가 가장 간절히 소원하는 대목이다. 미래 세대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한우를 키울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 선배 세대의 마지막 소임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는 한우산업의 지속을 위해 수급 안정, 소비 기반 유지, 탄소·환경 부담 완화, 친환경 축산 전환, 농가 소득 안정, 소비자 신뢰 확보, 세대 계승 문제 대응, 한우의 공익적 가치 강조 등 8대 과제를 제시했다.

서진동 대표의 바람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속 가능한 한우 생태계’를 일구는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한우농가가 지역사회의 존경받는 리더로 우뚝 서는 미래, 서진동 대표가 그리는 그날은 이미 투뿔팜의 정갈한 축사 마당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