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참농장 김승중 대표
‘기록’과 ‘깨끗한 환경’으로
만든 한우의 가치
한우는 한국 축산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급육이라 해도 관리와 기록,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오래가지 않는다. 전남 나주시에 자리를 잡고 ‘축산도 결국 경영’이라는 철학 아래 한우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온 김승중 대표. 그는 ‘공부하는 농부’의 표본이다.
한우 사육은 ‘기록’과 ‘환경’의 싸움
“흔히 사람들은 축산업을 가리켜 3D 업종이라고 합니다. 냄새나고, 힘들고, 지저분하다는 거죠. 저는 그 인식을 깨고 싶었습니다. 깨끗한 환경에서라면 사람도, 한우도 행복합니다.”
전남 나주시 도심과 멀지 않은 참농장에 들어서면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전원주택에 온 듯한 깔끔함과 축산농장 특유의 ‘냄새’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김승중 대표가 가꿔온 환경 덕분이다. 축사마다 공기 순환 팬이 쉬지 않고 돌아가고, 설비며 바닥이며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깔끔하다. 이는 수의학을 전공하고 사료회사에서만 20년을 근무한 김승중 대표의 ‘환기는 축산의 첫 번째 기본’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암모니아 가스가 쌓이면 한우의 호흡기가 약해지고 육질도 나빠져요. 그래서 저희 농장은 365일 24시간 환풍기를 가동합니다. 기온이 크게 떨어졌을 때 외에는 축사의 커튼도 거의 내리지 않아요.”
한우농장을 ‘전원주택’처럼 관리하는 것도 그만의 노하우다. 안마당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자리 잡고 있고, 잘 자란 수목과 잔디, 정성스레 가꾼 화분들도 이곳이 한우농장이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한우농장은 공장처럼 관리해야 해요. 공장에서 높은 품질의 제품 생산이 위생과 정리정돈에서 비롯되듯, 한우 사육도 마찬가지입니다. 5S(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 원칙은 사료회사에 근무하던 시절부터 몸에 익힌 습관이지요.”
참농장이 무항생제, HACCP, 친환경, 녹색축산농장, 깨끗한 축산농장 등 각종 인증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참농장의 오늘을 만든 것은 또 하나, ‘기록의 힘’이다. 김승중 대표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사육일지를 직접 작성해 왔다. 송아지 출산일, 사료 급여량, 건강 상태, 백신 접종 이력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겨둔다.
“20년 치 기록을 살펴보면 보이는 게 있습니다. 같은 계절, 같은 사료라도 한우의 반응은 다 다릅니다.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해답이 보여요.”
함께 배우는 ‘공부방’ 한우농가 경영개선교육
김승중 대표는 2025년 한우농가 경영개선교육에 ‘모델팜’으로 선정되어 인근 한우인들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축산도 결국 공부입니다. 과거에는 한우 사육을 감(感)으로 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과학이 필요합니다. 혼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농가들과 경험을 나누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한우자조금이 추진하는 한우농가 경영개선교육은 매우 좋은 교육입니다.”
참농장에서는 한우 번식, 수정, 개량을 주제로 하는 현장 교육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한우농가들이 모여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토론을 펼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정보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김승중 대표는 “뛰어난 강사님들의 경험을 수치로 정리한 표를 활용하면 한우농가들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우 개량에 남다른 열정을 쏟는 김승중 대표는 교육과 정보 수집에 누구보다 열성적이다. 그는 2012년부터 직접 송아지를 생산하며 일관사육 체계를 구축했고, EPD(유전능력평가)와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우를 개량해 왔다.
“좋은 유전자는 한우농장의 미래를 바꿉니다. 제 목표는 전국 상위 10% 이내의 한우만 사육하는 것입니다.”
현재 참농장은 유전체 분석 결과 A등급(상위 25%) 한우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전라남도 으뜸 한우 경진대회에서는 우수상도 수상했다. 체형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유전 성적이 낮은 개체는 과감히 도태하고, 우수 개체 중심으로 혈통을 정비한 결과다.
“요즘 마이스터대학 출신 젊은 농장주들이 많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이들이 한우를 사육해야 한우산업이 더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한우농장은 공부방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한우를 생산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 김승중 대표는 바로 이것이 한우농가도, 대한민국 축산업도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는 여전히 농가경영 원칙을 한치의 허투름 없이 지키고 수행하는 ‘진짜 축산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