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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랩소디

▲ 사진 : 이중섭 <흰소 4>, 한국저작권위원회

농경의 땀에서 감정을 담은 예술로, 화폭에 담긴 한우

농경사회에서 소는 사람과 함께 땅을 일구는 동반자로서 힘과 풍요를 상징했지만, 시대가 흐르며 점차 그 의미가 달려졌다. 조선시대의 소가 노동을 드러냈다면, 근현대의 소는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농경의 땀에서 시작해 예술적 서정으로 확장된 그림 속 소의 모습은 한우가 우리 삶과 문화에 깊게 스며 있음을 보여준다.

농경사회의 노동과 풍요를 담은 소 그림

농경사회인 조선시대의 소는 힘든 농사일이나 노동을 도맡아 하는 주요한 노동력으로, 풍요와 힘을 상징했다. 이를 반영하듯이 이 시대 그림의 소는 일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조선시대에 소 그림을 그린 대표적인 작가로는 윤두서, 조영석, 김홍도 등이 있다.

윤두서의 <경전목우도>는 농부가 소를 몰고 밭을 가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고, 조영석의 <채유도>는 5명의 양반이 저마다 역할을 나눠서 소젖을 짜는 장면을 묘사해 조선인들이 우유를 식용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김홍도는 소를 주제로 그린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노상풍정>은 근경과 원경에 소 한 마리씩을 배치하고 소의 발굽을 세부적으로 그렸다. <경답도>에서는 소의 얼굴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앞발을 들고 있는 모습을 통해 소의 노동력과 강인함을 묘사하고 있다. 반면 <경작도>에 표현된 소는 노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평온한 향촌의 정서를 담고 있어서 <경답도>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기우도강도>에서는 불어난 하천을 아이와 어른이 소를 타고 건너는 모습을 담고 있다.

 

▲ 사진 : 김홍도 <기우도강도>, 국립중앙박물관

인간의 정서를 비춘 목가적 풍경 속 소

근현대의 그림에서 소는 전근대 사회에 그려진 그림과 다르게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으로 묘사된다. 근현대 작가들은 목가적인 소의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의 정서와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소 그림을 유형별로 보면 소를 단독으로 그린 것과 소와 인물을 함께 그린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소를 단독으로 그린 작품으로는 고석의 <우>, 김경의 <황소>, 이수억의 <소>, 이중섭의 <흰소>, <황소>, <싸우는 소>, 진환의 <우기>, 이종구의 <갑술년의 소>, 서석원의 <산을 뚫고 나온 소> 등이 있다.

고석의 <우>는 외양간 안에 서 있거나 누워 있는 소들을 소재로 평화롭고 한가한 시골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진환의 <우기>는 어미 소와 송아지가 얼굴을 맞대고 있는 그림으로 소의 모성애와 일상생활을 그렸다. 김경의 <황소>와 이수억의 <소>는 자연과 하나가 된 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소 그림을 가장 많이 그린 화가는 이중섭이다. <흰소>는 붓 터치를 통해 강렬한 소의 힘을 묘사하고 있고, <황소>는 소의 눈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피를 흘리는 모습을 통해 지친 소의 모습을 담고 있다. 또한 <싸우는 소>에서는 격렬한 싸움의 한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이종구는 <갑술년의 소>에서 검푸른 어둠을 배경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소를 통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인한 농민들의 충격을 묘사했다. 서석원의 <산을 뚫고 나온 소>는 저돌적인 소의 모습을 코믹하게 다뤘다.

가족과 소를 주제로 한 그림에는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 박성환의 <농가가>, 장욱진의 <마을>과 <연동풍경> 등이 있다. <길 떠나는 가족>은 아버지가 소를 끌고 달구지 위에는 아들 2명과 아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농가가>에는 소 두 마리가 있고 짐을 들고 가는 남녀의 모습과 남자아이 한 명이 그려져 있다. <마을>은 소와 가족을 동화적으로 담고 있고, <연동풍경>은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사는 가족을 묘사하고 있다.

소와 소년을 다룬 그림으로는 이중섭의 <망월>, <소와 소년>, 임규삼의 <소와 소년>, 양달석의 <소와 목동>, <소와 아이> 등이 있다. 이중섭의 <망월>은 하늘을 바라보는 소년과 그 옆을 지키는 소가 묘사되어 있고, <소와 소년>은 누워있는 소와 소에 기대어 앉아 있는 소년을 그리고 있다. 임규삼의 <소와 소년>은 평화로운 소와 소년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양달석은 소를 모티브로 한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로, 농촌을 배경으로 소와 하나가 된 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행복한 일상을 담고 있다.

 

▲ 사진 : 김홍도 <노상풍정>,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 사진 : 장욱진 <연동풍경>, 장욱진미술문화재단

▲ 사진 : 윤두서 <경전목우도>, 녹우당문화예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