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플러스

선도농가 탐방

대구광역시 군위군 은하수농장 최유돈 대표

세대를 잇는 뿌리,
새로운 성장을 품다 

은하수농장은 대를 이어 한결같이 한우를 길러온 농가다. 아버지의 오랜 경험과 아들 세대의 새로운 시도가 어우러지며 세대 간 배움이 차곡히 쌓이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닮아가는 부자(父子)의 손끝에는 한우와 함께 이어온 가족의 시간과 미래가 깃들어 있다.

함께 지켜온 세월, 함께 키워가는 농장

대구광역시 군위군의 은하수농장은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한우농가다. 현재 한우 약 120두를 사육하고 있는 이곳은 아버지 세대의 경험과 아들 세대의 새로운 감각이 함께 어우러져 운영되고 있다.

최유돈 대표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장을 맡아왔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부터 한우를 오랫동안 키우셨고, 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아버지의 한우농장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10여 년 전 일관사육으로 전환하면서부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농장에서 아버지를 돕기 시작했죠.”

장남으로서 이어받은 한우농장은 단순한 생업을 넘어 가족의 역사이자 가업이었다. 아버지의 방식에는 오랜 경험이, 최유돈 대표의 생각에는 새로운 배움이 스며있다. 때때로 세대 간의 운영철학이 다르기도 하지만, 그는 ‘정해진 정답은 없다’는 마음으로 늘 균형을 잡아 왔다.

“아버지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방식이 있으시고, 저도 교육을 통해 배운 새로운 방식이 있잖아요. 제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어요. 결국 아버지가 해오신 방향이 지금까지 농장을 지탱해온 힘이니까요.”

지금도 아버지는 매일 축사를 돌며 상태를 살피고, 최유돈 대표는 그 곁에서 함께 걸음을 맞추며 농장 운영의 한 축을 든든히 책임지고 있다. 직접 주사를 놓고, 발정을 관찰하고 사료량을 세심히 조절하는 일상속에서 그는 점점 어엿한 농장주로서 성장을 거듭했다.

“예전에는 아버지가 귀표 번호를 모두 외우시는 게 신기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한우를 구분하실까 싶었는데, 이제는 저도 번호만 봐도 어떤 한우인지 알겠더라고요. 저도 오랜 시간 한우와 함께하다 보니 눈이 익고, 아버지와 마음도 닮아가나 봐요.”

 

묵묵히, 그러나 단단하게 쌓아가는 내일

최유돈 대표는 배움에 언제나 열린 자세다. 지역 축협에서 개최하는 교육을 비롯해, 군위군의 한우 사육 2세대 모임 ‘청목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한우 2세대 간 교류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청목회에는 축산 전공자나 인공수정사 등 전문지식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송아지 설사 문제나 급여 방법처럼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 묻고 답하면서 저희 농장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과 운영방법을 찾아봐요. 서로의 노하우를 나누는 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꾸준한 교류와 배움의 태도는 그가 참여하고 있는 한우농가 경영개선교육에서도 빛을 발한다. 올해 은하수농장은 아버지 세대와 젊은 세대의 조화를 이루는 운영방식과 성과를 바탕으로 2025 한우농가 경영개선교육의 모델팜으로 선정됐다. 농장을 찾아온 교육생들과 함께 소통하고,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 속에서 은하수농장만의 강점도, 개선점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모델팜이라고 해서 제가 가르쳐주는 입장이라기보다는 저도 배우는 자리예요. 전문가분들의 의견도 듣고, 다른 농장주분들과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 저희 농장에 적용할 아이디어도 얻으니까요.”

최유돈 대표는 여전히 “배울 게 많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선도농가로 포장하기보다는 ‘배우는 농가’라고 표현한다. 이런 마음은 기본을 지키고, 꾸준히 개선하며,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는 경영철학으로 이어진다. 이제 그는 아버지 세대가 축적해 온 개량의 기반 위에, 효율적인 사양관리와 생산비 절감을 더하며 농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한우 사육은 상대적으로 주기가 길고, 성과도 그만큼 더디게 온다. 하지만 최유돈 대표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아버지가 오랜 세월 일군 농장을 제가 이어받았으니, 이제는 제 손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게 목표예요. 아직 부족하지만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제 아들에게도 자랑스러운 농장을 물려줄 수 있겠죠”

겸손한 말투 속에서도 느껴지는 건 확신이다. 빠른 변화보다는 꾸준한 성장, 당장의 성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그의 걸음이 은하수농장을 오늘보다 더 단단한 내일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