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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랩소디

▲ 사진 :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최북 <기우귀가 맹우도>

소리에 녹아든 ‘우리 소’ 한우의 의미와 상징

우리 선조들은 소를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넘어 때로는 식솔이라 여길 만큼 매우 특별하게 여겼다. 이러한 소와의 교감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예술작품 속에서 소를 어떻게 표현하고 상징화했을까? 노래에 나타난 소의 상징성을 살펴보며 우리의 문화적, 정신적 자화상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소의 헌신과 삶을 노래한 이야기

민요는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악보나 글이 아니라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민중의 소박한 감정을 표현한 노래다. 우리 선조들도 생활에서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오감을 통해 느끼는 것을 노래로 표현했고, 지금까지 많은 민요가 전해 내려온다.

소와 관련한 민요는 <소타령>과 <소모는 소리(논·밭 가는 소리)> 두 가지 형태로 크게 나타난다. <소타령>은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는 소의 일생을 담은 서정요로, 소의 미덕이라고 알려진 근면함, 순함, 그리고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희생에 대해 노래한다. <소타령>을 만들어 불렀던 당시 선조들은 이 노래를 통해 자신들의 고단하고 쉼 없는 삶을 노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허허 네 이름이 소로구나 / 위 있고 겸손하고 / 부지런도 할서이고 / 남을 위해 몸 바치고 / 사람에게 점잖으기 / 온갖 짐승 다 있어도 / 모도 모도 꾀만 피고 / 노래나 질기빼고 / 할 일 없이 다니노니 / 밉생코도 밉생코나 / 온갖 곡식 해치우니 / 죽어야 마땅하지 (후략)
- 조선민요연구, 경북 칠곡

소는 뼈, 살, 털 하나 남김없이 사람을 위해 내주는 존재다. 그러면서도 큰 불평 없이 살고 죽음을 맞이한다. 경북 칠곡에 전해 내려오는 이 <소타령>은 ‘소’라는 동물에 대한 헌사와도 같다.

 

생길 데가 전히 없어 손 몸에가 생겨갖고 / 벽도 없는 맨들방에 쟁기 보습을 걸머지고 / 저 건네라 묵정밭 한 골 갈고 두 골을 가니 / 잔뼈가 다 울린다 / (중략) / 날 당산에다가 매놓고 동네 오른들 모여 앉아 / 날 잡자고 의논한다 / 손이 있어서 빌어를 볼까 / 말을 해서 빌어 볼까 / 속절없이 나는 죽어 잡을락은 잡으시오마는 / (중략) / 요내 살을 곱게 떠서 골골 사람 나눠 잡솨 / (후략)
- 전남 담양

이 노래는 소의 헌신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전남 담양의 <소타령>은 소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고단한 일생을 마치 신세타령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대개 ‘도입 - 성우(일소)가 되는 과정 - 힘겨운 논밭 갈이 - 주인집의 형편없는 대우 - 도축 - 도축 후의 처리’라는 순차적 전개 과정을 보여준다.

 

고단함 속에 비친 우리 삶의 모습

<논 가는 소리>는 기본적으로 논을 갈 때 쟁기를 끄는 소를 부리는 소리로서, 소의 동작과 방향을 지시하는 내용이 중심이며 때때로 노래 부르는 이의 심정을 드러내는 구절이 들어간다. 가장 큰 특징은 소를 몰면서 소리로 지시하고, 소는 이 소리를 통해 지시받고 행동을 조절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소는 행동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에 따라 구연되는 소리도 항상 가변적이다.

<논 가는 소리>의 노랫말은 소에게 지시하는 용어로 이뤄진 내용과 작업 현장이나 소리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즉흥적으로 부르는 내용의 이중 구조로 이뤄진다. 특히 즉흥적으로 부르는 내용은 현장 상황이나 가창자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창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소와 인간의 관계, 일의 고단함, 삶의 애환 등을 엿볼 수 있다.

 

오늘 해도 거의 갔고 일락서산(一落西山)이 되어 가니 / 이 소야 이 소야 / 이 나무를 네 등에 싣고 우리 집으로 같이 가자 에헤야 / 니나 내나 무슨 죄를 타고나서 이 모양 이 신세가 된단 말인가 / 어서 가자 빨리 가자 / (중략) / 어떤 사람 팔자 좋아 고대광실 높은 집에 / 부귀영화로 살 건만은 / 니 팔자나 내 신세나 가엾이 되었구나 / 자취없이 어서 가자 / (후략)
- 울진 지방

울진 지방의 민요 <소 모는 소리>는 나무를 많이 해서 소에다 나무 짐을 얹고 산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 부르는 노래다. 나무를 등에 싣고 힘겹게 내려오는 소의 팔자나 죽도록 고생하며 살아가는 나(사람)의 팔자나 똑같다고 하며 불쌍한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즉 이 노래에서는 작품의 소재로 쓰이는 소에 자신의 불행한 삶을 투영하고 있다.

▲ 사진 : 국가유산포털-김홍도 <병진년 화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