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속초는 지형이 ‘와우형’인 데다가 지명의 유래 설화 모두 풀과 관련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소의 모습까지 떠오르게 한다.
지명에 담긴 한우의 모습과 이야기
소는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친근하고 신성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소의 모습은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아 삶의 터전의 이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소와 관련한 지명은 시, 군, 구의 이름뿐만 아니라 작은 마을의 이름, 그 마을에서 부르는 특정한 장소의 이름에서도 나타난다.
한우의 모습을 담은 지명
소와 관련한 지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소의 형상과 그 지역의 모습이 닮은 경우다. 소가 누워있는 형상인 와우형(臥牛形) 지형에서 비롯된 지명이 대부분이고, 소의 뿔이나 꼬리를 닮아 이름 붙여진 지명도 적지 않다.
강원도 속초시
속초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크게 네 가지 설이 전해지는데, 모두 풀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속초가 풀로 대표되는 산이나 숲이 풍부한 점에서 비롯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속초라는 것은 뭔고 하니, 와우형인데 그 앞에 풀단이 놓여있다. 풀단이 속초거든. 묶여있는 풀단. 그 풀을 소가 먹으면 힘을 내 일어서서 활동할 수 있다. 그래서 속초는 앞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그런 미래지향적인 이름이야. (후략)”
- 박익훈, 남.84, 교동, 1999. 12. 1
설화를 종합하면 전체적으로 속초의 지형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며 속초 앞에 있는 조도(鳥島)가 푸른 섬이기 때문에 마치 풀을 묶어 놓은 풀단 같아 보여, 소가 풀을 먹고 힘을 내어 무슨 활동을 할 것 같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속초라는 지명은 속초가 풀이 풍부한 곳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의 모습까지 떠올릴 수 있는 지명이라 할 수 있다.
충북 옥천군 우산리(牛山里)
우산리는 현재 동이면에 속해 있으나 본래 이원면 관할이었다. 1739년 기록에는 우두미리(牛頭尾里)라 했고, 1914년 행정구역 조정 당시 우산리로 합쳐졌다. 마을을 ‘우두미’라고 부른 것은 이원면 경계를 이루는 산의 모양이 큰 황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하여 그렇다. 지금은 우산리가 두 개의 행정리로 분할되어 1, 2리를 이루는데, 2리는 소의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주민에 따르면 마을 주위에는 소와 관련한 지명이 많다고 한다. 소 등에 올려놓는 질마를 표현하는 질마산, 채찍을 나타내는 장채말, 여물을 쑤었던 가마를 뜻하는 가마소, 소 등에 짐을 싣고 조여주는 북두와 닮았다 하여 불리는 북두날 등이 있다. 가마소에서 소에게 여물을 먹여 질마에 짐을 싣고 채찍을 들고 나서는 모습이 우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와 관련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유원지 앞에는 소골이, 질마산 아래에는 소를 묻었던 소 묘지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풍수지리상으로 이 마을 어딘가에 ‘와우형’의 명당이 있다고 전해진다.
한우의 이야기를 담은 지명
우리 선조들은 어려서부터 밭에서 일하는 소를 보며 자랐다. 큰 덩치로 한마디 말없이 묵묵하게 사람의 몇 배나 되는 일을 해내는 소의 모습은 대단하게도 보였을 것이다.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해내는 소를 바라보며 선조들은 삶의 조언을 얻고는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견우와 직녀 설화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을 잇는 매개로 등장하는 존재는 바로 소였다. 여기서 소는 견우의 유일한 가족이자 황무지를 삶의 터전으로 일구는 동반자이다. 또 신묘한 능력이 발현되고 말이 트이며 통찰력이 생겨서 아내를 얻도록 조언을 해주는 은혜로운 존재이다.
충남 공주시 우금치(牛禁峙)
소가 귀하다는 뜻의 우금(牛金)이라는 해석과 소를 금한다는 뜻으로 우금(牛禁)이라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옛날 이 지역에는 도둑이 많아 해가 저물고 나서 소를 끌고 고개를 넘다 보면 도둑들에게 소를 빼앗기기 일쑤였다. 그래서 해가 진 뒤에는 소를 끌고 고개를 넘지 못하게 했다고 해서 이곳을 소를 금한다는 뜻의 ‘우금치’로 부른다고 전해진다.
인천 옹진군 우무동골(牛舞洞谷)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에는 우무동골이라는 지역이 있다. 이곳은 영흥면의 남쪽 산비탈에 있는 마을로서 예부터 소가 먹을 수 있는 풀이 많기로 유명했던 곳이다. 소를 끌고 이곳으로 오면 소가 먹이가 많아서 그런지 좋아하며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소가 좋아하며 춤을 추는 모양을 보고 우무동골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전한다.
경기 광주시 진우리(鎭牛里) 우치(牛峙)
행정구역을 통폐합할 때 ‘진(鎭)’과 ‘우치(牛峙)’를 합쳐 ‘진우리’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진우리에는 우치라는 곳이 있는데, 이 산에는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많았다. 이것을 삼각산에 갖다 놓으려고 바위에 구멍을 뚫어 소로 끌고 가다가 이 고개에서 봇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소가 넘어졌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마음을 ‘소티(牛峙)’라 부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往十里)
조선 개국 초기 무학대사가 도읍을 정하려고 지금의 왕십리 부근에서 땅을 살피던 중 한 늙은이가 채찍으로 소를 때리며 “이 소가 미련하기는 꼭 무학과 같구나. 바른 곳 놔두고 엉뚱한 곳을 보다니”라고 했다. 놀란 무학이 그에게 묻자 서북쪽으로 십리를 더 가라고 하여 지금의 경복궁 자리를 정했는데, 왕십리의 이름이 여기서 비롯됐다고 한다.

▲ ‘왕십리’의 지명 설화에는 도읍을 정하기 위해 살피던 무학대사의 어리석음을 소에 빗대어 질책하는 내용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