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플러스

선도농가 탐방

전남 장성군 지락당농장 심성택 대표

행복한 한우를 키우는
행복한 사람들

공자는 “천재는 노력하는 이를 이길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이는 즐기는 이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지락당농장 심성택 대표의 운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한우를 잘 키우기 위해 ‘한우농가 경영개선교육’의 모델팜으로서 모두와 협업하고 소통하는 그를 만나 그 즐거움의 근원을 들어봤다.

다 함께 맞이하는 농장의 아침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자리한 한 마을, 이른 아침부터 마을사람들이 하나둘씩 지락당농장으로 모여든다. 농장주가 있든 없든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는 이곳은 마을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 것일까?


지락당(知樂堂)이라는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주셨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며 일에서도 기쁨을 찾으라는 의미를 담으셨지요. 그 이름 덕분에 농장이 늘 사람과 웃음이 넘치는 공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락당농장이 자리한 마을에서는 총 23가구가 약 2,800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다. 매일 아침 이웃 농장주들은 한우에 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 심성택 대표의 농장에 모인다. 간밤에 별일은 없었는지, 송아지 상태는 어떤지, 출산을 앞둔 어미 소의 움직임까지 이들의 대화는 끝이 없다.

그 어떤 곳보다 견고하고 탄탄한 ‘한우 공동체’를 자랑하는 이들은 말 그대로 ‘한우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명제를 실천 중이다. 촌각을 다투는 난산상황 발생, 어미 소의 자궁 탈출 등 어려움을 겪는 한우농가가 있다면 주변 농장주들은 열 일 제치고 달려와 손을 보탠다. 800kg이 넘는 한우가 일어나지 못해도 문제없다. 오랜 경력과 노하우를 갖춘 선배와 힘과 패기가 넘치는 후배가 힘을 모아 양쪽에서 밀고 당기며 거뜬하게 일으켜 세우니 말이다.

여름이 오기 전이면 모두 모여 보양식 파티를 열고, 겨울이면 매주 삼겹살 모임을 가질 정도로 한우농가 간의 돈독한 이 관계는 윗세대에서 아랫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배우고 나누는 지속가능한 철학

심성택 대표는 15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한우농가 운영을 시작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이인 40대에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아보자고 마음을 먹고 22두의 한우를 들였지요.”

아버지가 전주에서 한우를 40여 마리 키웠지만, 심성택 대표 자신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부지런히 공부하며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이어 나갔다. 전남대, 순천대 마이스터 과정을 거치며 품종개량과 영양관리, 분만과 질병예방, 시설운영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식을 쌓았고, 주변 한우농가와 함께 실습 중심의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한우농장은 결국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에 앎이 있어야 책임도 생긴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장의 운영방식 또한 명료하다. 한 칸에 2~3마리 이상은 절대 넣지 않고, 매일 사료통과 물통을 청소한다. 매주 수요일은 ‘소독의 날’로 정해 꾸준히 농장을 관리한다. 사료는 벌크통으로 관리하고 번식우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사료를, 비육우는 에너지 위주의 사료를 급여한다. 비용 부담도 따르고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 건강한 한우가 곧 농장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심성택 대표는 한우자조금이 추진한 ‘2024년 한우농가 경영개선교육’의 모델팜으로서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고령화로 인한 지역 한우농가의 위기를 절감한 그는 후계 한우농가의 양성을 위해 강사들과 직접 연계해 실습형 교육을 기획했다. 도축에 이르는 전 과정은 물론, 정액 선택과 출하 등 실무적 판단까지 전수한다. 교육생을 직접 차량으로 이동시키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한우농장 운영은 나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모두 다 같이 성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지락당농장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분만실 설치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어미 소가 안전하게 출산하고, 송아지 역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허가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지연되고 있지만,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각오다.

“아직은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은퇴 후에는 농장을 사회에 기부하고 싶습니다.” 즐겁게 일하고 따뜻함을 나누는 삶. 지락당농장의 한우와 심성택 대표는 그렇게 행복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